K리그 챌린지 vs 청춘 FC, 도대체 왜 하는 건가?

김태석 2015. 10. 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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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챌린지 vs 청춘 FC, 도대체 왜 하는 건가?

(베스트 일레븐)

▲ 김태석의 축구 한잔

실패, 그것도 재기 불능의 상태에 놓여 있던 사람들의 재도전이 성공하는 모습을 보는 건 마치 잘 짜인 휴머니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사람들은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한 인간의 모습에 자신을 투영하며, 나아가 그들을 짓누른 사회의 부조리에 함께 분노하고 성공하는 모습에 박수 치며 즐거워한다.

아마 요새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모 TV 프로그램 '청춘 FC'를 바라보는 이들의 심정이 그러할 것이다. 성장해야 할 시기에 저마다의 사연 때문에 제대로 일어서지 못한 이들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축구 선수에 도전한다는 콘셉트를 가진 이 다큐멘터리 예능을 축구를 좋아하는 이들은 꽤나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축구계를 본의 아니게 떠났던 이들이 다시 축구화를 신어 도전하는 과정까지는 호평받았던 이 프로그램이 점점 국내 팀과 경기 위주로 진행되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서울 이랜드 FC, 성남 FC와 맞대결을 이미 치렀다. 지난 9월 1일 서울 이랜드와 가진 친선전에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 제작진이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리는 일까지 있었고, 16일 성남전에는 성남의 홈경기 평균 관중보다도 많은 8,000명이라는 많은 관중이 몰렸다. 나아가 오는 6일에는 FC 서울, 14일에는 K리그 챌린지 선발팀과 격돌할 예정이라고 한다. 앞서 치른 두 경기를 본 팬들의 호응에 고무된 듯한 분위기다.

그런데 이 경기들 중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경기가 있다. 바로 K리그 챌린지 선발팀과 치르는 한판이다.

서울 이랜드, 성남, 서울은 모두 클럽 팀이다. 빡빡한 일정 속에 시즌을 치르고 있긴 해도 그 피로를 감수하고도 TV의 힘을 짊어진 청춘 FC가 필요하다면 경기를 가질 수 있다. 이 가운데 서울 이랜드는 약간 예외일 수 있는데, 청춘 FC의 유니폼 등 용품 일체를 지원하고 있는 스폰서 뉴밸런스를 공유하고 있는 만큼 ‘형제 팀’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했을지 모르겠다. 어쨌든 ‘축구 미생’을 응원하고 격려한다는 표면적 이유 속에는 클럽을 파급력이 큰 예능 프로그램의 힘을 빌어 홍보하고 싶다는 속내가 깔려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에 따른 승패의 부담과 피로는 각 팀들 스스로가 감당하면 된다. 나쁠 게 없다.

하지만 K리그 챌린지 선발팀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A매치 휴식기를 틈타 경기를 치르겠다는 말이지만, 일정을 잘 살피면 경기가 열리는 14일 전후로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챌린지 막바지 일정이 한창 뜨겁게 치러진다. 2부리그라고는 해도 한 해 농사 결과가 걸린 매우 중차대한 시점에서 이런 이벤트 매치를 각 팀마다 선수 차출까지 하면서까지 할 필요가 있나 대단히 의심스럽다.

그리고 이런 선발팀을 활용한 이벤트 매치는 대단한 오해를 살 수 있다. 과거 K리그 올스타전 사례만 봐도 나온다. 한·일 올스타전은 양 리그 간 친선이라는 미명 아래 사실상 국가 대항전에 가까운 승부욕이 빚어져 "올스타전이 아닌 올스타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일 올스타전은 그나마 양반이다. 바르셀로나 친선전, 2002 한·일 월드컵팀과 올스타전, 유럽파가 섞여 주객이 전도된 K리그 클래식팀과 K리그 챌린지팀의 대결 등에서는 아예 주인공이 되어야 할 이들이 들러리가 되는 일까지 있었다. 청춘 FC와 챌린지 선발팀의 대결 역시 이런 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사람들의 관심은 K리그 챌린지에 있지 않다. 비약일 수 있으나 세간의 관심이 축구 미생들이 자신들을 (당당히 실력으로) 짓누르고 프로 무대에서 뛰고 있는 ‘악당’ K리그 챌린지 선수들을 밟고 일어서는 걸 보고 싶어하는 이들이 솔직히 대다수 아닐지 모르겠다.

스포츠에는 선악이 없다. 경쟁자들이 공정한 룰 속에서 서로 살을 부딪치고 실력을 겨룬다. 예능 혹은 다른 시각이 끼어드는 순간, 이는 변질된다. 축구를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울산 현대, 부산 아이파크를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게끔 할 소지가 있었던 영화 '비상'이 그랬고, 지금 K리그 챌린지 선발팀과 맞대결을 펼칠 청춘 FC가 그렇다. 예능과 영화를 떠나 하다 못해 '슛돌이'와 같은 만화도 이런 식이다. 시청자에게 ‘내 팀’을 뇌리 속에 주입시키고 은연중에 상대를 ‘적’으로 규정시켜야만 보는 이들이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승패를 떠나 이런 식으로 축구를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을 심어 줄 수 있는 이런 경기가 K리그 흥행에 필요한지 되묻고 싶다.

또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일각에서는 이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방송사가 지나치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 갑갑한 건 그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이거나, 도리어 청춘 FC의 인기를 활용해 보려고 한국프로축구연맹이나 클럽들이 먼저 제의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점이다. 만약 그렇다면 그 발상 자체만으로도 한심한 일이다.

물론 K리그를 널리 알려야겠다는 마음가짐만큼은 박수받을 일이다. K리그를 알릴 수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하겠다는 각오는 당연히 가져야 한다. 그러나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게 있다. 과거 바르셀로나와 올스타전이 끝난 후를 기억할 것이다. 바르셀로나의 세계적 인기를 등에 업고 K리그를 알리겠다던 당시 발상은 엄청난 비아냥거림 속에서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특정 팀을 위해 리그 전체가 선수 선발을 해 맞상대하는게 옳은가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런 무리한 매치업은 바르셀로나라 할지라도 욕을 먹는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을 듯싶다.

하다못해 감히 ‘급’을 비교할 수 없는 청춘 FC와 치르는 대결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런데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학습 효과라는 게 없는 모양이다.

프로연맹은 이 경기 개최를 재고해야 한다. 또한 향후 K리그 팀들도 이런 식의 이벤트 매치 개최를 심사숙고해야 한다. 인기를 얻고 싶다면 스스로의 능력으로 어필해야 한다. 예능의 인기에 편승하겠다는, 마치 영혼을 파는 듯한 태도는 보기 불편하다. 남이 차린 밥상에 욕심내지 말고 스스로 밥상 차릴 능력을 갖췄으면 한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베스트 일레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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