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출전정지' 강수일에겐 안됐지만 참 잘한 결정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15. 8. 13.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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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6개월.

징계가 풀리는 12월 11일이면 이미 올 시즌은 종료된다. 즉 '시즌 아웃' 선고다. 최고의 한해를 보내는 중이었던 강수일(27·제주 유나이티드) 입장에서는 참 안타깝고 안 된 결정이다. 그러나 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는 더할 나위 없이 잘한 결정을 내렸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결정은 한국 축구계, 나아가 한국 스포츠계에 약물에 대한 기준을 마련할 것이다.

강수일은 12일 오후 서울 종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축구협회 징계위 출석했다. 협회는 징계위를 마친 후 "강수일을 2015년 6월 11일자부터 출전정지 6개월 처분을 내린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강수일은 남은 시즌 완전히 시즌 아웃을 선고받게 됐다.

강수일은 지난 5월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의 도핑테스트 A샘플 분석결과 금지약물인 메틸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강수일은 당시 콧수염이 나지 않아 얼굴에 발모제를 발랐다고 해명했지만, 자신의 과오를 인정해 지난 6월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원회에서 K리그 15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로 인해 강수일은 K리그 클래식 16라운드부터 30라운드까지 출전하지 못한다. 이번 대한축구협회의 징계로 강수일은 31라운드 출전은 물 건너가고 아예 올 시즌 아웃 선고를 받았다.

혹자는 가혹하다고 한다. 특히 다른 종목에 비해 혹독하다고 언급한다. 하지만 그 종목은 그 종목일 뿐이다. 축구는 축구만의 룰이 있다. 훨씬 혹독하다고 해도 그것이 축구가 나아가는 방향이다.

이번 강수일의 징계는 사실상 '본보기'다. 국내 축구에는 사실 약물로 인해 도핑양성반응이 나와 선수 생활에 무리가 있었던 경우가 많이 없었다. 그러나 강수일이라는 K리그 최고급 선수이자 국가대표급 선수가 이정도로 심한 징계를 받으면서 행여나 약물의 유혹에 빠졌거나, 또는 약물에 대해 너무 무지해 쉽게 아무 것이나 먹었던 선수들에게 큰 경종을 올릴 수 있다.

강수일이 누구인가. 다문화가정 운동선수의 표본과도 같은 선수로 여론도 그의 대표발탁을 '인간승리'로 여기며 크게 칭찬했다. 포항 임대시절과 제주로 돌아와서도 맹활약으로 팀의 주축으로 거듭났다. 다소 다른 외모는 그의 개성이었고 독특한 패션 센스는 언제나 사진 기자들에게 기삿거리를 제공해줬다.

그러나 약물에 대해서는 예외가 없었다. 아니, 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는 어쩌면 다른 종목들에 비해 더욱 혹독하게 대하면서 앞으로 절대 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함을 강수일을 통해 강조했다.

메이저리그는 1990년대 말 새미 소사-마크 맥과이어라는 괴물을 만들어내면서 알고도 흥행을 위해 약물을 눈감아 준 것으로 여전히 여겨지고 있다. 결국 이는 배리 본즈, 알렉스 로드리게스 같은 더한 괴물을 만들어내며 야구 역사를 어지럽히고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당장의 작은 행복이 후에 크나큰 후폭풍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사실 연맹이나 협회 입장에서도 강수일을 얼마든지 감쌀 수 있었다. 가뜩이나 스타 부족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 한국 축구 현실에서 강수일 같은 인재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이한 출생배경에 톡톡 튀는 언변과 스타일, 뛰어난 실력 어느하나 버릴게 없었다.

하지만 강수일에게 나름 '혹독한' 징계를 내리면서까지 한국 축구계는 앞으로 약물과의 타협이 없을 것임을 선언했다. 강수일을 보면서 그 어떤 선수도 약물에 대해 함부로 생각할 수 없게 됐다. 그리고 이 같은 생각은 향후 한국 축구를 더디더라도 탄탄하고 청정 축구 구역으로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또한 한국 스포츠의 대표격인 축구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림으로서 다른 스포츠 역시 이번 일을 기준으로 약물에 대해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좋은 여지가 됐다. 강수일 본인에게는 참으로 아쉽고 안 된 결정이지만 한국 축구계와 스포츠계를 위한 읍참마속의 결과였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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