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쑤행 거절한 최용수 감독은 현명했다

박공원 입력 2015. 7. 7. 11:26 수정 2015. 7. 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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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박공원의 축구 현장

지난 7월 2일은 안산 경찰청 프로축구단 사무국장으로서 대단히 중요한 날이었다. K리그 올스타전을 안방에서 개최하는 호스트 자격으로서 기자회견을 열어 팬들에게 알리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기자회견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떨어진 핵폭탄급 뉴스에 다소 가리는 일이 있었다. 마치 코미디 같은 일이었기에 어안이 벙벙했지만 충분히 이해할 만한 반응이었다. 최용수 FC 서울 감독이 중국 클럽 장쑤(江蘇) 순톈(舜天)으로 이적한다는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한 일주일 동안 K리그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가장 큰 이슈가 아니었나 싶다. 단순한 영입 제의가 아니라 거액의 연봉을 보장하겠다는 러브콜이었기 때문이다. 돈에만 판단 기준을 정하면 당연히 가야 할 것처럼 비치는 상황이었으나, 최 감독은 거취를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이 빚어지면 최 감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머릿속 계산은 대단히 바쁘게 돌아간다.

최 감독은 돈과 명분을 놓고 고민했을 것이며, 장쑤와 서울은 최 감독의 판단 여부에 따른 대처 계획 수립에 부심했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현재 직장을 가지지 못한 지도자들 역시 최 감독의 선택 여부에 따라 취직의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웠을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엄청난 이해타산 계산이 오갔을 것이라는 얘기다.

결국 최 감독은 가지 않기로 했다. 뿌리치기 힘든 유혹을 떨치고 다시 서울 사령탑으로서 주어진 소임에 집중한다는 소식에, 또 한 번 많은 이들이 놀랐다. 많은 팬들이 최 감독의 남다른 배포에 놀랐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어도 짚어 봐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감독을 대하는 법이다.

개인적으로 최 감독이 오라고 손짓하는 중국으로 가지 않길 참 잘했다고 본다. 서울과 장쑤가 제시한 대우의 격차를 말하는 게 아니다. 바로 지도자를 둘러싼 축구 문화 때문이다. 중국 팀들은 거액의 연봉을 지급한다며 유혹하지만 팀을 확고하게 다질 만한 임기는 보장하지 않는다. 최 감독이 만약 장쑤 지휘봉을 잡았다면 모든 게 어색했을 것이다. 중국 무대도 처음이고, 중국 선수를 다루는 것도 처음이다. 한국적 정서에서 이상하게 비칠 수 있는 중국 팬들의 과격한 반응도 마주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팀을 정상화시키는 건 대단히 어렵다. 노력에도 불구하고 연패나 무승이 길어질 경우 최 감독은 부임 시기와 상관없이 곧장 경질될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최 감독이 현역 시절부터 몸담았던 서울에 잔류키로 결정한 것은 잘한 일이다. 중국 무대에서 단명하는 최악의 결과가 주어질 경우, 최 감독의 상황은 매우 곤란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돈을 쫓아 K리그를 떠났다는 식으로 비치면, 중국에서 도전이 잘못됐을 때 한국 무대로 돌아오는 게 어려울 수도 있었다.

최 감독의 결정에 박수를 보내면서 중국 축구계의 혹독하면서도 때론 비상식적 행태를 거론한 이유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감독이 팀의 미래를 구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팀을 망가뜨리는 데는 6개월이면 충분하지만 재건하는 데는 최소 2년이 걸린다. 감독이 거취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은 바로 팀과 형성할 신뢰 관계다. 최 감독 역시 지도자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발판은 바로 팀과 오랫동안 쌓아 왔던 두터운 신뢰였다는 걸 잘 알기에 잔류라는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이런 신뢰는 구단을 장기적 안목에서 성공으로 이끌며 팀 컬러를 구축하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하다. 감독과 팀이 윈 윈하려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성공할 때까지 인내가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최 감독은 중국행을 고민하면서 바로 그 점을 가장 못 미더워 했을 것이다. 욕심보다 현명함이 앞섰던 판단이었기에, 그의 결정은 박수받기 충분하다. 자신을 위해, 팀을 위해 내릴 수 있는 가장 합리적 판단이었기 때문이다.

글=박공원 칼럼니스트(안산 경찰청 프로축구단 사무국장 겸 부산 외국어대학교 겸임 교수)사진=안산 경찰청 프로축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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