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회장 출마 굳힌 MJ, '레알폴리틱' 무대에 다시 서다

위원석 2015. 6. 2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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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블라터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오른쪽)과 제프 블라터 FIFA 회장,박진업기자 upandup@ 2007. 9. 7.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하 MJ)이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출마 결심을 굳혔다.

축구계 정통한 인사는 “MJ가 아주 가까운 인사들에게 FIFA 회장 선거에 나서겠다는 뜻을 직접 밝혔다”고 말했다. MJ가 정식 출마 선언 시기를 고르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여러가지 정보를 종합하면 현재 MJ의 마음은 출마쪽으로 확실히 기운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지난 2002년 대선 때를 기억한다면 MJ의 이런 결심 자체가 바뀔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MJ가 아직 공식 출마선언을 하지는 않은 상태이니 출마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때처럼 ‘번복’은 아닐 것이다.

MJ가 진짜로 출마를 강행한다면 과연 승리할 수 있을까. 최근 국제축구계는 극심한 홍역을 겪고 있다. 월드컵 유치를 둘러싼 추문이 불거지면서 미연방수사국(FBI)이 직접 국제축구연맹(FIFA)의 핵심인사를 검거하는 실력 행사에 나섰고 그 여파로 결국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이 전격 사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제 문제는 ‘포스트 블라터’는 과연 누가 될 것인가, 부패의 상징처럼 된 FIFA의 개혁은 과연 이뤄질까에 모아지고 있다. 대략 올해 말이나 내년 초로 예상되는 차기 FIFA 회장 선거가 벌어질 때까지 국제축구계는 이전에 없었던 권력투쟁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태가 국내 축구계에서도 큰 관심을 끄는 이유는 ‘포스트 블라터’의 유력 후보군 가운데 MJ가 포함돼 있어서다.

MJ는 블라터 회장이 5선에 성공했던 지난 5월말 FIFA 총회가 열리기 직전에 블라터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동안 MJ가 국제축구계의 중심부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었음을 고려하면 이런 그의 행동은 돌출적으로 보였던 것도 사실이었다. 당시 블라터는 이미 5선이 확정적인 상황이였기에 MJ의 성명은 다소 느닷없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FIFA에 대한 전방위 수사압력이 거세지고 결국 5선에 성공했던 블라터가 조기 사퇴를 선언하면서 결과적으로 MJ의 반(反) 블라터 성명은 ‘신의 한수’가 됐다. 지난 2011년 FIFA 부회장 선거에서 낙선한 뒤 국제축구계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던 MJ가 블라터 사임후 유력한 차기 후보로 해외 언론에서 거론되고, 미국 CNN 등과 FIFA개혁에 대한 인터뷰를 하는 등 집중조명을 받았던 것도 그러한 ‘신의 한수’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는 4년이 넘는 국제축구계에서의 공백을 단 한번의 ‘반 블라터 성명’으로 단숨에 만회할 수 있었다.

일단 MJ는 자신의 위치를 ‘블라터 시대를 넘어서 FIFA의 개혁을 실현해낼 적임자’로 자리매김하는데는 일단 성공한듯 보인다. 그러나 MJ가 국제축구계의 오래되고 그릇된 관행에서 완전히 자유로운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만일 일각에서 2002 월드컵 유치 과정이나 2002 월드컵에서 4강 업적을 이뤄낼 당시의 ‘무언가’(실제로 존재하는 지는 알 수 없지만)를 폭로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그의 개혁 이미지는 바로 치명타를 받을 수도 있다. 한 축구계 인사는 “MJ의 출마가 가시화되면 국제축구계의 반MJ쪽에서 그를 흠집내려는 시도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현실적으로 ‘반 블라터 노선’을 시종일관 유지하는 것이 선거 승리에 유리할지는 또다른 차원이 될 수 있다. 블라터가 사임을 표명한 이후에도 아시아와 아프리카 축구연맹은 여전히 블라터 지지를 공공연히 표명하고 있다. FIFA 회장 선거는 209개 회원국의 일국일표제로 이뤄진다. 블라터가 만들어놓은 기득권 세력의 아성은 뿌리가 깊다. 그가 5선에 손쉽게 성공한 바탕이다. 국제정치는 이상을 위해 싸우는 장이기도 하지만 철저한 ‘레알폴리틱(Realpolitik·현실정치)’의 세계이기도 하다. ‘친 블라터 세력’은 여전히 가장 많은 표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레알폴리틱의 대가였던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1994년 미국월드컵 유치 과정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FIFA내의 정치는 중동의 그것보다 더 복잡하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MJ 스스로가 FIFA 정치의 어려움을 토로할 때 자주 인용하는 말이기도 하다. 존스홉킨스대 국제정치학박사이기도 한 MJ는 그 레알폴리틱의 무대에 다시 섰다.

위원석기자 batma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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