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 x 에스이앰] <유스 탐방> 포항 유스 저력, 포철중 1학년 팀서 찾다

한재현 2015. 6. 2.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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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X에스이앰 제휴=상주, 포항] 한재현= 포항 스틸러스라 하면 '스틸타카' 또는 '화수분 축구'가 떠오를 것이다. 예전과 달리 화려한 선수층보다 이명주(알 아인)를 시작으로 고무열, 김승대, 손준호, 문창진, 이광혁까지 쉼 없이 쏟아지는 유스 출신 선수들이 포항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전력 약화 우려가 있었지만, 2013년 FA컵과 K리그 클래식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포항의 새로운 전성기를 예고했다.

포항은 더욱 진화된 유소년 육성 정책으로 팀을 살찌울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2014년 국내 최초로 중학교 1학년만으로 구성된 팀을 따로 만들었다. 국내 최초 유스팀 이원화다. 이는 저학년들이 주로 겪는 실전 경험 단절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팀 정식 명칭은 포항 스틸러스 U-15. 당초 포철중이 이 명칭을 쓰지만, 리그 참가를 위해서 1학년 팀이 대신 쓰게 됐다.

포철중 1학년 팀(확실한 구분을 위해 가칭을 쓴다)은 지난해부터 2015 대교눈높이 중등리그 경북권역에 참가 중이다. 3학년이 참가하는 리그에서 아직 체구가 작은 포철중 1학년 선수들은 매 경기 힘겨운 경기를 펼쳐야 한다. 성인과 달리 유소년 축구는 기술보다 체격 차이에서 경기력과 결과가 결정 되기 때문이다. 현재 포철중 1학년 팀 경북 권역에서 성적은 4승 1무 5패 승점 13점으로 17개 팀 중10위로 중하위권에 처진 성적이 말해준다.

그러나 포철중 1학년 팀의 행보는 성적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과정은 물론 팀 미래를 지켜봤을 때 그 가치와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4일 경북 상주시 상주생활체육공원에서 열린 포철중 1학년 팀과 진성중과의 주말리그 경기. 진성중은 리그 1승도 거두지 못한 하위권 팀이라 승리 가능성이 높았고, 예상대로 3-1 승리를 거뒀다.

결과를 보기 앞서 포철중 1학년 선수들이 체격이 큰 상대 선수들을 상대로 만들어 가는 경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놀라웠다. 체격과 스피드 열세를 패스 플레이와 기술로 극복한 것이다.

공격 시 선수들의 패스는 빠르면서 정확했다. 그리고 자신 있게 개인 기술로 상대를 제치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체격의 우위를 앞세우려던 진성중 선수들이 대처하는데 애를 먹었을 정도였고, 이날 나온 3골 모두 패스와 개인 기술에 의해 나온 작품이었다.

포철중 1학년 팀의 공격 전개 영상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빌드업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수비수들은 백패스 대신 패스를 주고 받으며 점유율을 높이며, 공격을 만들어 갔다. 심지어 개인기를 통해 상대 수비수들의 전진 압박을 벗겨내는 장면도 나왔다. 한국축구에서 성인 축구라도 힘든 장면을 갓 중학교 들어온 애들이 자신감있게 하는 장면에서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몸 싸움을 피하는 것만 아니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 미드필더 오재혁은 150cm 밖에 안 되는 작은 체구나 세트피스나 수비에서 적극적으로 헤딩 경합을 할 정도였다. 오재혁은 "다른 팀 형들과 같이 시합을 하면서 지금은 두렵지 않아요. 덕분에 어려워도 참고 이겨내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를 지켜본 최종범 감독도 "(선수들이) 처음에는 겁을 냈다. 선수들에게 기술적인 면에서 낫다는 걸 강조하며 자신감을 불어 넣었다. 다행히 아이들이 스스로 해쳐 나가는 방법을 알게 되어 정면으로 맞서게 되더라"라며 제자들의 성장에 흐뭇했다.

그러나 아직 어린 선수들인 만큼 숙제가 있는 건 당연했다. 1-0으로 앞선 상황인 전반 7분 골키퍼 실수로 인해 실점하면서 급격하게 흔들렸다. 아직 어린 만큼 실수의 충격을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 때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종범 감독은 실수 자체보다 이후 과정을 유심히 지켜봤다.

"실수는 할 수 있다. 실수한 다음 과정을 본다. 이후 적극적으로 플레이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만히 서 있으면 지적을 한다. 아직 어리다 보니 습관이 들이지 않았다"

이날 경기에서 최종범 감독이 불만을 가진 이유는 딱 한가지 선수들의 경기를 임하는 자세였다. 상대가 다소 약하다 보니 다소 느슨한 모습을 보였다. 경기 후 선수들에게 가장 크게 지적했던 사항이었다.

"전날 무산중과 경기 때 0-2로 졌지만, 무승부까지 갈 수 있었을 정도로 과정은 좋았다. 그러나 이날은 상대가 약하다 보니 마음가짐이 흩트려 졌다. 선수들에게 꾸준함을 강조한다. 기본기뿐 만 아니라 지금 경기에 임하는 자세와 팀 정신이 잘 잡혀야 성인이 되어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최종범 감독은 고학년까지 총괄하는 상황에서 1학년 팀에 크게 신경 쓸 수 없다. 오진광 코치가 1학년 팀 훈련과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무엇보다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활발한 의사소통이 필수다.

오진광 코치는 이에 "1주일 최소한 한두번 감독님과 경기 위주로 테스트 한다. 포지션별로 체크하면서 선수들 능력이 얼마나 향상 됐는지 관찰하고 있다. 선수들 정보나 능력 향상에 있어 의견을 많이 주고 받는 편이다"라며 시행착오를 줄여가는데 중점을 뒀다.

포항 유스의 이원화는 국내 처음인 만큼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다행히 문제보다 이원화 효과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포철중 1학년 팀은 성적을 뒤로 미뤄두고 과정과 기본에 충실한 만큼 성장 속도가 높다. 실제로 지난해 1학년 팀에서 실전 경험을 이어갔던 2학년이 3학년 선수들보다 좋은 경기력을 유지할 정도라 한다.

이원화의 큰 목표는 일관성이다. 포항은 '스틸타카'라 불릴 정도로 아기자기 한 축구의 색깔이 확실히 잡혔다. 최근 유스 출신 선수들도 그 색깔에 맞췄기에 프로에서도 맹활약을 이어갈 수 있었다. 포철중을 비롯해 포항 유스 시스템 모두 이에 맞춰지고 있는 점이다.

특히 중학생인 만 13~15세는 더 크게 성장할 중요한 시기다. 어린 선수들이 실전 경험을 유지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스스로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고학년은 물론 고등학교, 성인이 되어서도 창의적인 플레이를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이원화를 시작한지 2년째 이지만, 선수들의 성장을 봤을 때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화수분 같이 쏟아지는 포항 유스의 저력이 이원화 정책으로 K리그는 물론 한국축구유소년에 모범 답안이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글/사진/영상=한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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