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포제자 悲②]한국선 안 통하는 윤정환의 '한국형 축구'

김민규 2015. 5. 7.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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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김민규] 운명의 장난은 얄궂다.

제주 유나이티드 조성환(45) 감독과 울산 현대 윤정환(42) 감독은 '니포의 아이들'이다.

둘은 1997년부터 1999년까지 부천SK(현 제주)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발레리 니폼니시(72) 감독 아래서 축구를 배웠다. '꾀돌이' 윤정환 감독은 니폼니시 감독의 총애를 받았다. 팬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던 아기자기한 패스 축구의 중심에 있었다. 조성환 감독은 묵묵하게 뒤를 지키던 수비수였다. 선수 시설 윤 감독처럼 국가대표를 지낸 적도 없고 스타도 아니었다. 윤 감독이 물 위에 떠 있는 우아한 '백조'였다면 조성환은 물 아래서 열심히 발버둥치던 '다리'였다고 할까.

지도자 변신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윤 감독은 일본 J리그의 만년 하위 사간 도스를 강 팀으로 바꿔 연일 주목받았다. 반면 조 감독은 전북 현대 코치(2002~2005)부터 마산공고 코치(2006~2007)·전북 유스 코치(2008~2011) 등을 거치며 조용히 내공을 쌓았다. 지난 5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9라운드에서 두 사람은 지도자로 처음 지략 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조 감독의 승리였다. 제주가 90분 혈전을 2-1 역전승으로 마무리했다. 조 감독은 제주를 2위로 끌어올린 반면 윤 감독은 K리그 데뷔 후 9경기 만에 첫 패배를 안았다.

일본에서 성공을 가져다줬던 '한국형 축구'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울산 현대 윤정환(43) 감독의 축구 철학은 간단하다.

'이기는 축구'다.

그는 프로야구의 김성근(73) 한화 이글스 감독을 예로 들며 "승리하지 않으면 관심을 받을 수 없다. 재미있는 축구보다 이기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한다. 바닥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경험때문에 이런 지론을 갖게 됐다.

윤 감독은 2010년 일본 J2리그(2부 리그)의 사간 도스 지휘봉을 잡았다. 일본 규슈 지방에 위치한 인구 7만의 작은 도시 도스(鳥栖)에 연고를 둔 팀이다. J리그에서 실패한 '하류인생' 선수들이 모인 구단이었다. 팀 전체가 패배 의식에 젖어 있었다. 윤 감독은 '한국형 축구'를 도스에 이식했다. 겨울 훈련 기간에 강한 체력을 요구했다. 전술적으로도 수비를 안정적으로 가져가고 좌우 측면을 활용한 크로스 축구를 선보였다. 사간 도스는 일본 J리그에서 기적을 썼다. 2부 리그에서 1부 리그로 승격해 작년 한때 선두까지 뛰어 올랐다. 지난해 8월 윤정환 감독을 경질한 뒤 성적이 추락해 5위에 머물렀지만 일본 축구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다.

윤 감독은 올 시즌 울산 사령탑에 부임해 도스에서와 같은 축구를 선보였다. 측면이 주 공격 루트였다. 울산에는 양동현(29)과 김신욱(27) 같은 수준급 타깃 스트라이커가 있어 더 위력적이었다. 시즌 초반 상승세를 탔다.

그러나 공격 패턴이 상대에 읽히며 고전하기 시작했다.

최근 5경기에서 4무 1패다. 한때 선두에서 3위까지 내려왔다. 부산 아이파크(1-1무)와 경기가 대표적이다. 윤성효(53) 부산 감독은 수비를 깊게 내려서 울산의 좌우 측면 크로스를 원천봉쇄했다. 울산은 전반 내내 단 한 차례의 슛을 날리지 못했다. 긴 패스에 의한 공격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부산 전을 포함해 5경기에서 4무 1패하며 무패 행진을 달릴 때도 내용은 좋지 않았다. 대전 시티즌(1-1무)과 수원 삼성(1-1무)·인천 유나이티드(1-1무)·제주 유나이티드(1-2패) 등 4경기에서 먼저 득점하며 앞서갔다. 그러나 이후 소극적으로 바뀌었다. 선제골 이후 내려서서 한 점 차 리드를 지키는데 급급했고 결국 동점 또는 역전을 허용했다. '주장' 김치곤(32)이 3월 중순 부상을 당한 뒤 수비진이 흔들린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KBS 김태륭 해설위원은 "사간 도스는 J리그에 있는 K리그 팀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돌풍이 가능했다. 그러나 윤정환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는 K리그의 다른 팀들이 이미 다 하고 있다"며 "양동현과 김신욱을 보고 하는 긴 패스는 K리그 수비수들이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 미드필더에서 좀 더 정교한 플레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민규 기자 kim.mingyu1@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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