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작전판] 전반 답답-후반 지배, 서정원이 설계한 승리

풋볼리스트 2015. 4. 8.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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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수원] 한준 기자= 4월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쌀쌀했던 8일 저녁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브리즈번로어와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G조 4차전 경기를 치른 수원삼성은 무기력한 전반 45분을 보냈다. 후반전은 딴 판이었다. 3골을 몰아치며 쾌승을 낚았다.180도 달랐던 전후반 경기 내용은 서정원 감독의 계획된 작전이었다. 서 감독은 "전반전에는 상대에게 공간을 주지 않으려고 고차원 이상호를 밑으로 배치한 4-3-3을 시도했다. 상대 공격 저지하고 공간를 주지 않기 위해 닫았다"고 말했다. 프란스 티센 브리즈번 감독은 "전반전에 우리가 볼 점유율을 많이 가져가며 우세한 경기를 했다"고 말했지만 이는 서 감독의 꾀에 말려든 결과다.이날 결승골을 넣어 경기 최우수 선수로 뽑힌 미드필더 서정진은 "브리즈번이 워낙 패스를 잘하는 팀이다. 감독님께서 원정에서 우리가 당했으니 전반전은 안정적으로 지키고 후반전에 역습을 하자고 하셨다. 그런 훈련을 해왔다"며 이미 설계된 경기 형태였다고 설명했다.실제로 티센 감독은 "주말 경기를 하고 한국에 오면서 선수들이 후반전에 많이 지쳤다"고 인정했다. 수원은 이 점을 매우 효과적으로 공략했다.4월 한 달간 8경기를 치러야 하는 수원은 강행군 일정에 대비한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했다. 브리즈번전 선발 명단에는 풀백 홍철, 미드필더 김은선, 산토스 등 공수의 핵심 선수들이 빠져 있었다. 세 선수는 아예 대기 명단에도 없었다. 관중석에서 동료들을 응원했다.수원은 포백 라인에 양상민, 민상기, 조성진, 신세계를 배치하고 라이트백 오범석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했다. 최전방에 정대세를 세우고 2선에 염기훈, 이상호, 고차원, 서정진을 투입했다. 이상호와 고차원은 부지런히 전방과 후방을 오갔다.전반전의 수원은 염기훈의 왼발 킥을 통한 공격 전개 외에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볼 배급이 원활히 돌아가지 않았다. 상대팀 브리즈번도 마찬가지였다. 양 팀 모두 체력을 안배한 탓인지 관중들에게 매우 지루한 45분을 안겼다.서 감독은 "전반전에는 우리가 미드필드진에 김은선 선수가 아예 빠졌고 권창훈도 벤치에 있었다.전문 미드필더가 없었다"며 "후반전에는 시작하자마 전진 프레싱으로 압박을 하자고 마음을 먹었는데 그게 아주 잘됐다. 권창훈을 바로 투입해 물꼬를 텄다"는 말로 후반전 변화 역시 경기 중 임기 응변이 아닌 사전에 계획된 수순이었다고 밝혔다.

후반전 시작과 서정원 수원 감독은 고차원을 빼고 권창훈을 투입했다. 권창훈의 투입과 함께 중원에서 공이 돌기 시작했다. 후반 5분 권창훈의 발끝에서 선제골이 터졌다. 패스 줄기의 시발점이었던 권창훈은 정대세의 패스를 받은 뒤 두 번의 왼발 터치로 브리즈번 수비를 제친 뒤 깔끔한 오른발 땅볼 슈팅을 성공시켰다.권창훈의 골이 터진 이후 브리즈번의 심리적 저지선이 무너졌다. 후반 13분에 정대세와 이상호의 패스에 이어 서정진의 추가골이 나왔고, 후반 19분에는 염기훈의 왼발 프리킥 득점까지 터지면서 단숨에 점수 차가 3-0으로 벌어졌다. 수원이 경기를 지배했다.2개의 도움을 올린 정대세의 보이지 않는 헌신, 브리즈번전 2연속 득점을 올린 '테크니션' 서정진, 5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염기훈 등 이날 경기 수원의 영웅은 다채로웠다. 그 중에서도 답답했던 경기, 서말이나 되는 구슬을 하나로 꿰어낸 전술적 열쇠를 쥔 선수는 만 21세에 불과한 미드필더 권창훈이었다.등번호 22번을 달고 뛰는 왼발잡이 권창훈은 흔히 수원 레전드 고종수의 후계자로 불린다. 권창훈이 고종수의 후계자 소리를 듣는 진짜 이유는 예리한 왼발 킥 뿐 아니라 어린 나이에 보이는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 때문이다.2014시즌 본격적으로 수원의 1군 미드필더로 자리잡은 권창훈의 급성장은 수원이 2015시즌 김두현을 성남으로 떠나 보내면서도 별다른 보강을 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의 핵심 미드필더이기도 한 권창훈은 브리즈번전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또 한번 입증했다.수원은 후반 35분 루크 드베어에 헤딩 만회골을 내줬으나 3-1 완승을 거두며 G조 2위 자리를 굳혔다. 전반전을 버티고 후반전에 승부수를 띄운 서정원 감독의 전력이 주효했다. 서 감독은 후반전 압승을 통해 갓 부상에서 회복한 미드필더 오장은도 투입해 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서 감독은 "아직 만족할 수준의 경기력이 아니다"라고 다그쳤지만, 4월 일정 중 초반 2경기에서 승리를 낚은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록이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그래픽=한준 기자 풋볼리스트 주요 기사女대표, 골 결정력 해결 위해 멀티골 노린다5선 노리는 블래터의 '거대 지원군' 아프리카유벤투스 코파 결승행, 콘테 때도 못한 2관왕?'맨유, 맨시티 유소년 출신 '샛별' 눈독'100승 감독' 박항서, 이정협 성장에 '흐뭇'[심층분석] 메시, 호날두의 발끝에 숨겨진 은밀한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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