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감독도 부러운 두리의 마지막 여행

황민국 기자 2015. 3. 3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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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62)은 요즘 아들 차두리(35·서울)가 부럽기만 하다. 한국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로 손꼽히는 그조차 경험하지 못한 국가대표 은퇴 경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차범근 감독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이 국가대표로 치른 마지막 경기였다. 아내인 오은미 여사가 "지금이라도 불러주면 좋겠수?"라고 말을 걸자 고개를 힘차게 끄덕일 정도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멤버 중에서도 은퇴 경기를 치른 것은 홍명보·황선홍 감독, 이운재 코치 이후 차두리가 처음이다. 대한축구협회는 A매치 70경기 이상을 치른 선수가 은퇴할 때 은퇴식을 치러준다. 차두리도 A매치 75경기를 뛰었기에 31일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에서 은퇴식을 치를 예정이었지만,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61)의 배려 아래 은퇴식이 은퇴 경기로 바뀌었다. 차범근 감독은 "(차)두리가 예전에 내 덕도 봤지만 어려움도 많았다고 하소연을 했는데,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며 국가대표로 마지막 경기에 나선다니 참 기분이 좋다"고 활짝 웃었다.

차범근 감독은 차두리의 은퇴 경기를 이야기하면서 27년 전 여름을 떠올렸다. 축구선수 차범근으로 마지막을 노래했을 때다. 소속팀 레버쿠젠에서 독일 분데스리가 마지막 정규 경기를 치렀던 차범근 감독은 벤치에 당시 8살이던 차두리를 앉혔다. 차범근 감독은 "그 때만 해도 외부인이 벤치에 앉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차붐'의 마지막 날이라는 이유로 두리를 배려해줬다. 축구선수는 아니었지만 두리가 처음 축구장 관중석이 아닌 벤치에 앉았던 날이었다"고 말했다.

차범근 감독에게 차두리의 은퇴가 어색할 법도 하다. 차범근 감독은 "사실 두리가 팬들 앞에서 훈련하는 마지막 날이라 경기장을 찾았는데, 늦잠을 자는 바람에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랬기에 31일 뉴질랜드와의 마지막 경기가 끝난 뒤엔 제대로 소감을 들어볼 계획이다. 차범근 감독은 "뉴질랜드 전이라고 특별히 조언을 하거나 그러지는 못했다. 난 은퇴 경기도 뛰어보지 못했는데 뭘 알겠느냐"며 "대신 두리한테 어떤 기분인지는 물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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