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김민혁이 '능숙'하게 놓은 승리 디딤돌

손병하 2015. 3. 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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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선발 출전 선수 명단에 낯선 이름이 있는 경우, 결과는 둘로 나뉜다. 훌륭한 선택이 돼 팀 승리의 디딤돌을 놓거나, 아니면 어수룩한 플레이로 경기를 망치는 경우다. 전자라면 감독의 과감한 결단이 빛을 발하겠지만, 후자라면 패배 책임을 덮어쓸 수밖에 없다. 최용수 FC 서울 감독이 중요한 경기에서 선택한 '낯선' 이름 김민혁, 낯선 그는 '능숙한' 플레이로 팀에 승점 3점을 선사했다.

지난 4일 저녁 7시 반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킥오프된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32강 조별 라운드 H조 2차전서 서울(K리그 클래식)이 가시마 앤틀러스(일본 J리그)를 1-0으로 꺾었다. 서울은 후반 21분 중앙 수비수 김진규가 터트린 결승골에 힘입어 가시마를 ACL 조별 라운드 첫 승을 신고했다.

이 경기 서울 선발 출전 선수들 가운데 낯선 이름이 하나 있었다. 바로 김민혁이다. 김민혁은 지난해 12월 자유 계약으로 서울 유니폼을 입은 신인 선수다. 지난해 U리그(대학리그) 왕중왕전 MVP였던 김민혁은 광운대를 우승으로 이끌며 발전 가능성을 엿보인 유망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발전 가능성'이었다. 김민혁은 이전까지 프로축구 출전 경험이 단 한 경기에 불과했다. 지난 2월 17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노이 T&T와 겨룬 ACL 플레이오프 후반 29분 교체 출전이 전부였다. 서울이 7-0으로 넉넉하게 앞서던 상황, 승패와는 관계없는 프로 무대 데뷔에 의의를 둔 그런 출전이었다.

그런데 가시마전은 달랐다. 가시마전은 ACL 16강 진출에 도전하는 서울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경기였다. 서울은 광저우 에버그란데와 겨룬 1차전에서 0-1로 패해 가시마와 겨룬 2차전에서는 반드시 이겨야 했다. 만약 가시마전에서도 진다면 그렇지 않아도 강호들이 몰린 H조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수 있었다.

그런 중요한 경기에서 최 감독이 선택한 낯선 카드가 바로 김민혁이었다. 김민혁은 2선 공격수 중 가운데 위치해 서울 공격의 허브 구실을 했다. 최전방 원 톱으로 나선 정조국을 돕고, 좌우 측면 날개로 출전한 윤일록과 에벨톤을 지원하는 게 김민혁의 임무였다. 서울 공격에 상당히 중요한 역을 차지했던 셈이다.

놀라운 건 경험도 부족하고 주어진 임무도 무거웠음에도 김민혁이 그 역을 상당히 매끄럽게 해냈다는 점이다. 김민혁은 처진 스트라이커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오가며 플레이해야 하는 가운데서도 능숙하게 90분을 소화했다. 여기에 수비 가담 능력도 좋아 서울이 가시마를 상대로 승리할 수 있는 디딤돌을 놓았다.

김민혁이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주변 동료를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이었다. 보통 신인 선수들이 눈에 띄는 경우는 탁월하고 당돌한 개인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선배들에 견줘 부족하지 않은 개인기와 멋모르고 덤비는 당돌함이 상대를 당황케 해 빛을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김민혁은 반대였다. 개인 능력이 크게 나무랄 데 없긴 했어도 그보다는 주위 동료를 이용하는 플레이가 일품이었다. 물론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를 자아내는 놀라운 패스를 선보인 것은 아니다. 대신 자신과 가까운 곳에 있는 동료를 향해 툭툭 넘기는 패스가 상당히 부드러웠다. 마치 그 자리에서 아주 오래 활약한 베테랑을 보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낯선 김민혁이 보인 능숙함이다.

최 감독은 올 시즌이 시작하기 전 만난 자리에서 김민혁이란 이름을 주목하라고 말했다. 당시 최 감독은 "올 시즌 우리 팀 히든카드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최 감독의 장담은 가시마전에서 드러난 김민혁의 맹활약으로 참임이 입증됐다.

김민혁이 올 시즌 K리그 클래식과 ACL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또 한 명의 대형 신인이 등장한 거 같아 시선을 모은다.

글=손병하 기자(bluekorea@soccerbest11.co.kr)사진=김동하 기자(kimdh@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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