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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시드니(호주)] 정성래 기자= 다이아몬드의 진정한 가치는 그 크기와 빛깔뿐만 아니라 얼마나 정교하고 아름답게 세공하느냐에 있다. 그 동안 한국 축구가 알아보지 못했던 원석들이, 드디어 제대로 된 장인을 만나 빛을 발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 축구의 '보석세공사'로 이름을 드높였다.

한국은 1월 한 달 간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호주 아시안컵에서 무실점 전승으로 결승까지 올랐지만 개최국 호주에게 1-2로 패하며 55년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에 실패했다.

선수들의 투지와 열정은 결승 진출의 큰 원동력이었지만, 기존의 선수들과 함께 새로운 선수들을 발굴해 적극 기용한 슈틸리케 감독의 존재가 없었으면 이 업적은 이뤄지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 축구를 빛나게 할 최고의 보석 세공사가 등장했다.

최고의 수확, '한국의 부폰' 김진현 발굴

슈틸리케 감독 최고의 작품이라 해도 감히 이의를 달지 못할 것이다. 그 동안 정성룡, 김승규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김진현은 아시안컵에 들어서며 눈부신 선방으로 팀의 무실점 행진을 진두지휘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전후로 교체가 거의 없었던 골키퍼 포지션은, 슈틸리케 감독의 부임과 함께 지각변동이 가장 크게 일어난 위치다. 정성룡과 김승규, 김진현이 고르게 출전 기회를 부여 받았고, 슈틸리케 감독은 이중 가장 반짝일 선수로 김진현을 점찍었다.

김진현은 감기로 결장한 2차전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 출장해 멋진 방어로 슈틸리케 감독의 눈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결승전 전까지 4경기 무실점의 기록이 그의 능력을 말해준다. 비록 결승전에서 2골을 허용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지 못했지만, 이제야 빛나기 시작한 김진현에게 아시안컵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한국 축구의 뒷문은 김진현의 등장으로 한층 굳건해졌다.

중동파 적극 기용, 모래바람 속 보석도 슈틸리케의 눈을 피할 순 없다

모래바람 속의 보석들도 '장인' 슈틸리케의 날카로운 눈에 의해 다시 세상에 드러났다. 중동에 진출한 선수들은 자연히 한국의 시선과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의 눈은 중동을 허투루 훑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직접 지도했던 남태희를 비롯, 이근호, 조영철, 곽태휘, 이명주, 한국영 등 모래 속 빛을 잃을뻔한 보석들을 다시 한국 축구의 중심에 가져다 놓았다. 이들은 모두 자기 포지션에서 맡은 바 임무를 착실히 수행하며 한국의 결승 진출에 큰 역할을 했다.

특히 남태희는 슈틸리케 감독의 신임을 듬뿍 받으며 한 단계 성장했고, 이근호와 조영철, 곽태휘 등도 중용 받으며 A대표팀에서 자신의 입지를 새롭게 다졌다. 슈틸리케 감독의 혜안이 빛났던 선수 선발이었다.

'화룡점정' 원톱세공, 반짝 빛난 이정협

모두가 놀란 발탁이었다. 한국 축구계에서조차 '가능성 있는 원석'이 아닌 '널린 돌'로 평가 받았던 이정협의 한국 A대표팀 승선은 파격을 넘어 충격이었다.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다. 특히 박주영을 제외하고 이정협을 발탁한 슈틸리케 감독의 선수 보는 눈에 의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이러한 걱정은 모두 기우에 불과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모난 돌과 같았던 이정협을 깎고 갈며 아시안컵이라는 무대에 출품할 준비를 마쳤고, 이정협은 슈틸리케 감독의 지도와 함께 한국의 원톱 공격수로 그 이름을 아시아에 각인시켰다.

이정협의 골은 특히 영양가가 높았다. 조 1위 등극의 분수령이 됐던 호주와의 경기서 결승골을, 이라크와의 4강 전에서도 타점 높은 헤딩 슈팅으로 선제 결승골을 뽑아냈다. 3골을 넣은 손흥민에 이어 팀 내 득점 2위에 오른 것.

이동국, 김신욱 등의 부상으로 인한 대체자의 성격이 짙었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그를 확실히 자신의 계획에 포함시켰고, 이정협은 감독의 기대에 100% 부응하며 한국 축구 원톱의 계보를 이을 적자로 지목 받게 됐다.

사진= 스포탈코리아, 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