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류한 성남과 이재명 시장의 말 바꾸기

남세현 2014. 12. 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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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성남)

남세현의 Lockerroom Talk

지난 11월 29일 탄천 종합운동장에서는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4 38라운드(최종) 성남 FC와 부산 아이파크의 경기가 열렸다. 성남은 이날 후반 10분 터진 곽해성의 결승골로 잔류를 확정 지었을 뿐 아니라 같은 시각 전남 드래곤즈와 0-0으로 비긴 인천 유나이티드를 끌어내리고 9위까지 상승했다. 탄천 종합운동장은 축제 분위기였다.

이날 경기선 이재명 성남 시장(성남 FC 구단주)에게도 관심이 쏠렸다. 긍정적 이유는 아니었다. 경기 전날 자신의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계정을 통해 성남이 시즌 중 "잘못된 경기 운영(부당한 판정)"으로 승점 9점을 잃어 강등 싸움을 하고 있으며, 만약 강등될 경우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출전 포기를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해당 글은 성남에 오심이 일어났고, 그 오심이 실수가 아닌 고의라는 뉘앙스를 강하게 담고 있었다. 즉, 심판에 의한 승부 조작을 의심하는 글이었다. 그 기세는 마치 판을 완전히 뒤엎어서라도 문제를 해결하려고 작정한 듯 보였다. "강등 시 ACL에 출전해 '한국 축구 망신'을 시키거나 출전을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라는 말도 남겼지만 심판에 대한 직접적 '저격'에 비하면 작은 것이었기에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았다.

경기 후 이 시장은 취재진을 만났다. 이 시장은 구체적으로 경기와 상황을 적시한 것이 민감한 문제라는 지적에 "제가 지적했던 경기 중 하나(33라운드 울산 현대전)는 프로연맹에서 공식적으로 문제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나머지 두 개는 우리 측면에선 억울한 측면이 있다는 말 정도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라고 답했다. 전날 올린 글의 뉘앙스와는 상이한 반응이었다. 판을 뒤엎을 듯 당당했던 기세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달라진 태도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 시장은 전날 올린 글에서 부산과 경기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부산 구단주)이 보는 앞에서 부당한 페널티킥으로 말미암아 패했다는 수위 높은 발언은 물론, "빽 없고 힘없는 성남 시민 구단이 당한 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라고 오심의 고의성을 강하게 의심했었다. 하지만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이의를 제도를 통해 정식으로 제기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 (프로연맹이) 나름대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칭찬 모드'로 돌아섰다. 더불어 "우리 처지에선 주관적으로 말한 것인데 왜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가? 편파 방송도 하지 않는가"라고 되물어 자신의 발언이 가진 무게감을 축소시켰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이다. 심판에 대한 강한 불만이 하루아침에 프로연맹이 판정의 공정성 문제를 잘 관리하고 있다는 칭찬으로 바뀐 이유가 무엇일까? 자신의 발언을 '편파 방송'과 비교한 것은 시장이자 구단주인 신분에 대한 망각이고, 누구보다 냉정하고 올바르게 행동해야 할 위치에 있는 자신을 공정함과 냉정함이 결여된 편파 방송 해설자와 동일 선상에 위치시키는 자기 비하다.

이 시장은 판정에 대한 공식적 언급이 불가하다는 프로연맹 규정에 대해 "경기 끝나고 나서 옛날에 그 경기에 대해서 이런 문제가 있었다는 자유로운 의사 표현까지 막는 규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구단에서 그런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를 막으면 안 된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해석에 따라 이 시장이 규정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지만 문제 제기 자체를 막으면 안 된다는 그의 주장은 충분히 받아들여질 수 있는 타당한 의견이다.

하지만 장문의 글과 강력한 표현을 사용해서 의혹을 제기할 정도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목표한 바를 달성했다는 이유로 그냥 넘어간다면, 다음 시즌에도 빽 없고 돈 없는 성남에 '잘못된 경기 운영'이 또 일어나 강등권에 허덕일 위험성을 그대로 남기는 비합리적 행동이다. 이 시장은 SNS 계정을 통해 문제 제기만 했을 뿐 실제로 프로연맹에 공식적으로 항의하지도 답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 없다는 뜻을 드러냈다. "문제 있다면 은폐하거나 자제해서 숨길 게 아니라 드러내서 고쳐야 한다"라는 당당한 주장과 완전히 반대되는 행동이다. 강등을 피하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과주의적 행동은 이 시장의 SNS 글과 잔류 확정 후 남긴 해명에 모두 지지는커녕 수긍도 할 수 없는 이유다.

프로연맹은 이 시장의 발언을 검토할 예정이다. 프로연맹이 이 시장의 발언을 징계 사유로 취급해 상벌위원회를 열지 않는 한, 이 사건은 결국 이렇게 한바탕 해프닝으로 마무리될 것이다. 시즌은 끝났고 성남은 잔류했으며 이 시장이 자신의 발언이 가지는 의미를 스스로 '아니면 말고' 수준으로 축소했으니, "성남 시민 구단이 당한 설움"또한 이렇게 잊힐 것이다. 그리고 어쨌든 성남은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다음 시즌을 K리그 클래식에서 보내며 FA컵 챔피언 자격으로서 2015 ACL에도 나갈 것이다. 성남과 관련된 사람들은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이 시장이 이틀 동안 내놓은 말들은 다른 많은 이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글=남세현 기자(namsh87@soccerbest11.co.kr)사진=베스트 일레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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