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T인터뷰: 장현수의 단맛, 쓴맛 그리고 감칠맛

윤진만 2014. 11. 2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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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 두 번의 큰 좌절 끝에 얻은 한 번의 성공. 아무리 고민해도 '고진감래' 외에 적절한 말을 찾을 수 없다. 올림픽과 월드컵을 놓치고 아시안게임을 손에 넣은 지난 2년은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시간이었다.

11월 초 다시 만난 장현수는 월드컵의 아픔, 금메달의 기쁨을 모두 잊고, 새로운 맛을 갈구하고 있었다. 한국이 50년 넘게 우승하지 못한 아시안컵, 한 번도 밟지 못한 월드컵이 새롭게 입맛을 돋웠다.

# 2014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의 달콤함

포포투(이하 FFT): 아시안게임 결승 북한전, 결승골이 터지고 가장 먼저 무슨 생각이 들었나?

장현수(이하 장): 승부차기를 생각하는 터에 골이 터졌다. 벤치로 달려가서 아무나 안았던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사실 후반전 도중 발목을 다쳤다. 그런데도 시상대에 올라 막 뛰었다. 그 감정은 말로 표현 못 한다. 애국가가 울릴 때는 진짜….

FFT: 주장으로서 전 경기 무실점 우승에 기여했다.

장: 선수들을 이끌려고 노력했다. 경기력에선 아쉬운 점이 있다. 말레이시아전을 마치고 미팅 때 이광종 감독님이 활발할 움직임을 주문했다. 알게 모르게 무실점 경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소극적으로 경기한 것 같다. 2차전 사우디아라비아전부터는 더 열심히 뛰었다.

FFT: 태국전과 일본전에서 페널티킥으로 득점했다.

장: 초등학생 땐 열 번 차도 한 골을 못 넣었다. 고등학교 가서야 다시 차기 시작했다. 비결은 따로 없다. 골키퍼와 심리 싸움을 안 한다. 차고 싶은 곳으로 인사이드로 강하게 찬다. 너무 한쪽으로 차는 경향이 있어서 반대쪽도 연습하는 중이다.

FFT: 이번 대표팀은 '최약체'라는 평을 들었다. 어떻게 우승할 수 있었나?

장: 정신력은 북한보다 좋았다. (김)진수가 결승전에서 허벅지 근육을 다쳤다. 근육이 아프면 끊어질 것 같은 느낌 때문에 무서워서 못 뛴다. 진수는 돌아와서 끝까지 뛰었다. 다른 선수들도 대회 후 탈 났다. 아픈 것을 참으면서 열심히 뛰었다는 증거다. (김)승규 형에 대해 믿음도 컸다. 한번은 파주에서 승규 형이 10여 분 동안 8명이 번갈아 쏜 슈팅을 모두 막았다. 뒤에 승규 형이 있으면 늘 든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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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림픽과 월드컵 낙마의 씁쓸함

FFT: 2014년 5월로 돌아가 보자. 브라질월드컵 대표팀 최종명단에 들지 못했다.

장: 5월4일 상하이둥야전에서 이케다 세이고 코치님(전 국가대표팀 피지컬 담당)이 광저우 홈경기 때 찾아왔다. 코치님은 내 몸 상태를 확인하면서 '현수, 너는 다치면 안 된다. 너까지 다치면 우리 월드컵 못 간다'고 말씀했다. 그 말에 월드컵을 기대했다. 다치지도 않았고 몸 상태도 괜찮았다. 그러나 결과는….

FFT: 서운했나?

장: 홍명보 감독님께서 원하는 선수를 데려갔다고 생각한다. 그 리스트 안에 내가 없었을 뿐이다. 내가 감독이라도 믿고 의지하는 선수로 대회를 치를 것 같다. 월드컵 탈락 아픔은 발표 당일 씻었다. 10~15분가량 멍하니 있다가 운동하러 나갔다. 런던올림픽 때 시련이 있어서 그런지 많이 무뎌진 것 같다. 이케다 코치님은 대회 후 항저우 경기장에서 만났다. 미안하다고 하시더라.

FFT: 2012런던올림픽은 부상으로 불참했다.

장: 대회 전 마지막 평가전(인천코레일)이었다. 그 상황에서 왜 다리를 뻗고, 그 선수는 왜 내 다리 위에 눌러앉았을까? 같이 넘어졌어야 했는데 왜 버텼을까? 지금도 나에게 묻고 싶다. 그 부상으로 전치 12주 판정을 받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몸 상태가 좋을 때 꼭 다친다.

FFT: 런던올림픽, 브라질월드컵 지켜봤나?

장: 경기는 다 챙겨봤다. 올림픽팀은 좋은 감독, 좋은 선수가 있어 잘 될 것이라 예상하고, 응원했다. 월드컵도 새벽에 일어나서 다 봤다. 알제리전에서 (손)흥민이가 골 넣을 때 뒤집을 것 같았는데, 우리가 못한 것보다 알제리 선수들이 정말 잘하더라.

FFT: 홍명보 감독은 원망의 대상인가, 선망의 대상인가?

장: 선수들끼리는 다 안다. (월드컵 실패가)감독님 잘못이 아니란 것을. 지금도 감독님을 존경한다. 어릴 적 내가 가장 좋아하던 선수였고, 그분 밑에서 축구를 배웠다는 것도 크나큰 영광이다. '홍명보팀'에 한 번이라도 속했던 선수라면 그 느낌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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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칠맛 나는 미래

FFT: 10월 A대표팀에 다시 뽑혔다.

장: 새로운 기회였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님의 성향을 파악하고, 경기도 뛰겠다고 마음먹었다. 미드필더로 출전한 코스타리카전에서 (기)성용이 형을 받쳐주면서 공격도 차단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실점 상황에서 내가 너무 늦게 내려온 감이 있다. 주위에서 좋게 봐주신 것 같은데 더 노력해야 한다.

FFT: 슈틸리케는 어떤 감독인가?

장: 꼼꼼하다. 미팅 때 원하는 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특히 공 소유를 강조한다. 이런 식이다. '우리가 1분 동안 공을 잃고 나서 되찾았을 때는 어떻게든 우리도 1분 이상 공을 소유하자', '축구는 공으로 하는 스포츠이고, 베스트프렌드처럼 옆에 두어라'.

FFT: 11월 중동 평가전에도 참가한다. (*인터뷰는 11월12일 출국 전 진행했다)

장: 요르단-이란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아시안컵 출전 여부가 달렸다. 아시아 최고의 팀들이 모이는 아시안컵, 그다음은 2018러시아월드컵을 노리겠다. (주: 장현수는 이란전에서 곽태휘의 센터백 파트너로 풀타임 활약했다)

FFT: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면제를 받았다. 2년을 어떻게 활용할 생각인가?

장: 26세에 국내로 들어와 반년 또는 1년을 뛰고 군팀에 가려고 했다. 군 면제를 받은 지금 경우의 수가 더 많아졌다. 올해 처음으로 중국에서 뛰면서 피지컬과 같은 부분을 많이 배웠다. 다른 리그, 다른 팀에서 배울 점이 있다면 언제든 새로운 도전을 할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

인터뷰/글=윤진만, 사진=이완복, 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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