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김남일 같은 '파이터' 없나요

권영준 2014. 11. 20.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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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들 너무 착합니다."

울리 슈틸리케(60·독일)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을 처음 본 느낌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그런데 홍명보 전 월드컵 축구대표팀 감독도,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때마다 슈틸리케 감독과 똑같은 목소리를 냈다. 종합하면 대표팀에는 투쟁심이 있는 파이터 기질의 선수가 없다는 것. 제2의 김남일(37·전북 현대)과 같은 플레이 스타일의 선수가 없다는 뜻이다.

김남일은 그라운드 위에서 파이터 기질의 '대명사'로 통한다. 상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강한 압박, 다소 거칠지만 상대를 기 싸움으로 찍어 누르는 수비력, 그리고 팀 전체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리더십을 선보이며 '진공청소기'로 불렸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시작 2010년 남아공월드컵까지 대표팀의 주축 멤버로 활약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국 나이로 38살이지만 여전히 강한 카리스마로 소속팀 전북 현대를 정상으로 이끌었다.

대표팀은 지난 18일 이란과의 평가전에서 전반 초반 상대 거친 파울에 고전했다. 정당한 몸싸움이나 볼 경합 과정에서 생기는 반칙이라기보다는 의도적으로 발을 높이 들거나, 공을 잡는 선수 뒤에서 허벅지를 고의적으로 차는 반칙이었다. 수차례 경고가 나와야 하는 상황에서도 주심은 경고를 주지 않았고, 이에 대표팀은 경기 리듬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정리를 해주는 선수가 없었다. 주심 또는 상대 선수에게 이런 상황에 대해 어필하는 장면도, 흥분하는 선수들을 다잡아주는 모습도 없었다. 또한 주심의 성향을 파악하고 몸싸움의 강도를 조절하지도 못했다. 이란과 똑같이 거친 파울을 하라는 뜻은 아니다. 흥분해서 상대 선수를 밀치거나 코칭스태프와 설전을 펼치라는 것도 아니다. 보다 치열하고 거세게 몸싸움을 시도하고, 상대를 압박했어야 한다는 뜻이다. 승패를 떠나, 이날 평가전의 가장 아쉬운 대목 중 하나였다.

대표팀은 좀 더 '나쁜 남자'가 될 필요가 있다.

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 = KFA 제공 ▶어제 뭐 봤니?▶HOT포토▶헉!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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