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글오글' 최은성-권순태, 서로에게 바치는 우승

풋볼리스트 입력 2014. 11. 7. 08:42 수정 2014. 11. 7. 08:42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풋볼리스트=완주] 정다워 기자= "오글거린다고 하셔도 어쩔 수 없어요. 그게 제 진심이거든요." 전북현대 골키퍼 권순태(30)의 최은성(43) 골키퍼 코치를 향한 마음이다.권순태는 최 코치를 '형님'이라 부른다. 최 코치가 지난 여름 은퇴해 지도자 신분이 됐지만, 2년여 동안 함께 선수로 뛰었기 때문에 아직은 호칭에 변화를 주는 게 어색하다. 두 사람은 일종의 '짝사랑' 관계이기도 하다. 권순태는 올 시즌 내내 "코치님을 위해 우승하고 싶다"는 말을 반복했다. 최 코치는 "걔는 부끄럽게 왜 자꾸 그러는지 모르겠어"라고 손사래를 치지만 내심 그런 후배이자 제자가 싫지만은 않다.권순태와 최 코치가 만드는 시너지 효과는 대단하다. 권순태는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4'에서 가장 빛나는 골키퍼다. 30경기에 출전해 무려 16번이나 무실점으로 막았다. 17골만을 허용하며 경기당 평균 실점이 0.57밖에 되지 않는다. 올 시즌 15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들 중에서는 가장 낮은 기록이다. 기록만 놓고 보면 리그에서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정성룡(수원삼성), 신화용(포항스틸러스), 김승규(울산현대)보다 낫다. 팀 성적도 좋다. 전북은 우승을 눈 앞에 두고 있다. 8일 제주에서 열리는 35라운드서 우승을 확정할 수 있다. 권순태는 분명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5일 완주군 봉동읍 율소리에 위치한 전북현대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권순태는 "모든 게 은성이 형님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1년 만에 '오글오글'한 사이 된 사연

최 코치는 2012년 3월 전북 유니폼을 입었다. 권순태는 그해 9월 상주상무에서 전역한 후 복귀했다. 함께한 시간은 만으로 2년을 조금 넘었다. 한솥밥을 먹은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그런데 최 코치를 향한 권순태의 사랑은 크고 깊다. 최 코치에게 영상메시지를 전달하다 울컥할 정도다. 이유가 뭘까. 권순태는 "대전에 계실 때부터 존경했던 선수다. 전북에 있으면서 함께했던 선수들 대부분이 나보다 어렸다. 형님과 함께하면서 선수로, 선배로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느꼈다. 정말 많이 배웠다. 자연스럽게 그런 마음이 생긴 것 같다"라고 말했다.권순태에게 최 코치는 선배이자 지도자다. 한 팀에서 호흡을 맞추는 동반자이기도 하다. 권순태는 "공식적으로는 코치님이지만 운동할 땐 아직도 형님이라고 말한다. 너무 편하게 하고 있다. 선수 생활을 오래 하셨고, 선수 마음을 잘 아신다. 그래서 내가 더 편하게 여러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코치지만 오히려 모든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가 됐다"며 미소를 지었다.최 코치도 그런 권순태가 싫지만은 않다. 그는 "내가 처음 왔을 때는 아마 순태도 '뭔 나이 많은 선수가 왔는가'라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 (웃음) 사실 처음부터 날 좋아했다. 선배와 운동을 해본 적이 없다며 정말 좋아했다. 접대용 멘트였나? (웃음) 나도 동생처럼 대한다. 서로 최대한 편하게 대하려고 노력한다. 지도자와 선수가 꼭 불편할 필요만은 없다. 어떤 방식이든 서로 믿고 의지하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물론 두 사람 사이에 긴장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최 코치는 권순태에게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 지도자다. 최 코치는 "순태가 원래 감정 조절을 잘 못하는 선수였다. 그래서 가끔 성격이 나올 때에는 내가 싫은 소리도 했다.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고참급 선수가 되어서 그런가 웃으면서 운동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서로에게 전하는 진심

그렇게 이들은 서로에게 애틋한 사이가 됐다. 권순태는 한 시즌 내내 "우승 트로피를 코치님에게 바치고 싶다"는 말을 반복했다. 현역 시절 K리그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최 코치를 위해서다. 전북이 우승 세리머니를 하는 그날, 권순태는 최 코치에게 가장 먼저 트로피를 전달할 계획이다.권순태는 "선수 생활을 하시면서 우승 트로피를 들지 못했다는 사실이 같은 선수로서 안타깝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런 간절한 마음을 갖고 우승하는 것이다. 트로피를 가장 먼저 형님에게 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권순태는 이어 "손발이 오그라들지만 선수로서 코치님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 본다. 손발이 오그라드신다니 부끄럽고 안타깝다"는 농담까지 더했다. 최 코치는 "걔는 부끄럽게 왜 자꾸 그러는지 모르겠어"라고 말하면서도 "사실 선수가 그렇게 말해주는 게 고마울 따름이다"며 웃었다.인터뷰 말미 권순태에게 최 코치에게 한 마디 할 것을 주문했다. 웃음기 가득했던 표정이 진지하게 돌변했다. 그는 "지금은 은성이 형이라고 부르고 싶어요. 올 한 해 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어린 동생 잘 다독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올 한 해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형님"이라고 진심을 담아 말했다. 한 마디만 더 했다가는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이었다. 주변에서 "울지마, 울지마"라 외치자 그제서야 권순태도 웃었다.최 코치의 작은 바람은 권순태가 올 시즌 베스트11에 드는 것이다. 앞서 설명한 대로 현재 K리그 클래식에서 권순태를 뛰어넘을 골키퍼는 거의 없다. 최 코치는 "마지막까지 부상 당하지 말아라. 네가 우승컵 들어서 나한테 선물 한다고 했으니 기대하고 있겠다. 올해 연말에 베스트11 한 번 가자. 화이팅!"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사진= 풋볼리스트 풋볼리스트 주요 기사[챌린지 포커스] 2장 남은 PO 티켓, 5팀 유불리 총정리FA "퍼디난드, '롤모델'로서 책임감 가져야"패배에 뿔난 펠레그리니 "경기력 이해 못해"'UCL 71골' 메시, 기록 경신까지 1골 남았다나니 '결승골'로 혼전 빠진 UCL G조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