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본 ACL 결승 1차전

베스트일레븐 2014. 10. 26.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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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파라타마/호주)

파라타마 도착

서큘러 키(Circular quay)의 5번 선창에서 물의 도시 시드니의 명물인 페리에 몸을 실었다. 오페라하우스 옆을 지나 하버브릿지 아래를 통과해 파라마타강를 점점 거슬러 올라가는 코스였다. 강변에는 부와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저택들과 그에 딸린 개인 선착장이 끊임없이 눈에 들어왔다. 으리으리한 풍경의 대부분이 일순 옅푸름의 녹음으로 변하는 순간, 나무들 사이사이로 보이는 잿빛 공장들은 청명한 하늘에 매연을 뿜어낼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시내에서 페리로 한 시간 반, 시드니 서부의 외지고 작은 마을이 축구의 열기로 주목을 받는 이유를 유럽 축구 클럽의 탄생을 이끌었던 사람들의 계층과 연관시켜 생각해 볼만한 회색 단서들을 눈에 담으며 파라마타에 도착했다.

경기 시간이 가까워오자 작은 마을과 작은 경기장은 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를 상징하는 검고 붉은 색깔 옷의 사람들로 북적이며 채워졌다. 차량이 통제된 마을 중심 거리는 축제 광장으로 꾸며져 즐길 거리를 선사함과 동시에 걸어서 스타디움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더욱 안전하고 가볍게 만들어 줬다. 액티브 베이스(Active Bays)라고 명명된 북쪽 골대 뒤 구역의 열성 팬들은 경기 내내 서서 노래 부르기를 그치지 않았다. 원정 팬 구역을 제외한 모든 경기장의 스탠드는 검붉게 물들어 있었다. 북쪽 구역의 리더가 선창을 하면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형태와는 달랐다. 주고받는 응원의 외침도 있었다. 경기 후반 종반 홈팀이 스코어를 리드하고 진행상 승기를 잡자 원정 팬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관중이 일시에 일어나 피치를 등지고 돌아섰다. 너나 가릴 것 없이 모두 어깨동무를 하더니 노래를 부르고 발을 구르듯이 쿵쿵 뛰며 충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목소리와 발소리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거대한 소리는 원정 팀에게 거대한 공포를 선사했음을 물론이다.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 홈팀 선수들을 마지막 집중력을 다잡았을 것이다. 오래된 리그에서도 쉽지 않은 전 관중의 서포터화가 출범한지 10년된 리그의 창단 3년차 팀이 이뤄낸 모습은 참으로 장관이었다.

럭비, 축구 겸용구장인 파라마타 스타디움은 관전용으로 크게 흠잡을 데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VIP자격으로 방문한 사우디 왕족들과 미디어 종사자들만 불편을 감수한다면 아시아 최고 권위의 클럽대항전 결승도 무리 없이 치를만한 자격이 갖춰졌음은 인정해야 한다. 더욱 큰 규모에 현대적인 각종 부대 시설을 갖춘 인근의 올림픽 스타디움, 혹은 지역 라이벌 시드니 FC의 홈구장인 시드니 풋볼 스타디움을 잠시 빌려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만 치르는 게 어떻겠느냐 하는 구단과 주최 측의 제안이 없지도 않았다. 하지만 웨스턴 시드니의 팬들은 설문의 응답을 통해 패들은 당당히 거절을 통보했다. 구단-팬-스타디움이 하나의 '팀'으로서 유대감을 강화해 나감을 꾀하는 발전적이고 선진적인 지극이 '축구'스러운 결단에 찬사를 보낸다. 팬들이 늘어나고 구단도 여러 의미에서의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 간다면 스타디움은 증축의 형태로 나아가 신축의 형태로 얼마든지 변모할 수 있다.

경기 분석

경기 초반은 예상처럼 타이틀 대회의 흔한 양상대로 흘러가는 듯 했다. 양 팀 모두 수비를 견고히 하며 조심스럽게 탐색하기 시작하며 게임을 풀어나가려는 의도를 지닌 인상이었다. 최종 수비라인에서 최전방까지 아우르며 조직된 웨스턴 시드니의 컴팩트한 수비가 조금 더 눈에 띈 것은 최종라인이 높이 때문일 것이다. 포포비치 감독은 배후를 공략당할 위험을 안고서도 하프라인 부근까지 수비라인을 올렸다. 이는 두 가지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개인 전술이 우위인 알 힐랄을 상대로 공간을 돌파 당했을 경우 수비 블럭이 자기 진영 쪽에 많이 치우쳐 있다면 슈팅 혹은 결정적인 침투 패스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일종의 완충 공간을 마련하려는 의도가 그 하나이다. 실제 웨스턴 시드가 결승에 이르기 전까지 치른 경기들에서 낮은 위치 수비블록 사이의 미세한 균열에서 중거리 슈팅으로 득점을 허용해 위기에 처했던 상황이 다수 발생했기에 감독이 스스로 수정하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다. 다른 하나는 수비 성공 시, 즉 높은 위치에서 볼을 탈취했을 때 빠르게 전방으로 이어가 슈팅을 노리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58분 교체될 때까지 기대만큼 많은 운동량을 보여주지 못한 산타랍은 동료들의 수비조직에 스스로 함몰돼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움직임으로 알 힐랄의 골문을 공략하는데 실패했다.

보유한 볼을 상대진영으로 옮겨 공격으로 이어가는 방법의 다양성 논점에서 보면 분명 전반은 알 힐랄의 우위였다. 높은 상대 수비라인의 뒤 공간으로 보내는 최종라인으로부터의 롱패스는 알 힐랄이 가장 많이 사용한 공격의 선택지였다. 상대 수비라인을 조금씩 내려가며 좌우로 크게 사이드 체인지를 통해 전방으로의 전개가 가능한 미세한 틈을 확보했고 상대적으로 강세인 개인전술을 앞세워 슈팅까지 이어가는 기회도 간간이 목격됐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신장에서 밀리지 않는 수비수들의 적극적인 공격가담 역시 잘 준비된 패턴이었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패스워크는 슈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았다. 슈팅으로 공격을 마무리하겠다는 확고한 이미지를 팀원 전체 공유하고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전반 알 힐랄의 슈팅수가 웨스턴 시드니보다 많았던 까닭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골에 근접'이라 이라는 질적 측면을 고려하면 다양성을 바탕으로 양적 우세를 점했다 해도 특정 팀의 손을 들어주기는 힘들다. '골'이라는 목적성을 상실한 슈팅을 위한 슈팅만으로는 높은 평가를 받기 힘들뿐더러 궁극적으로 승리를 달성하기 위한 '골'을 생산해 낼 확률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최후의 슈팅 순간은 결국 선수 개개인의 역량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지만 거기에 이르기 까지는 때때로 콤비네이션 등 조직적인 협업작업이 요구되기 마련인데 알 힐랄의 공격은 국면에서의 '조직'적 플레이가 다소 결여돼 있었다. 상대진영의 공격전개 국면에서 간결하고 빠른 횡패스 이어가며 미들슛이 가능한 틈을 노려 보다 정성껏 최후의 볼 처리(슈팅 등)를 수행했더라면 알 힐랄은 조금은 다른, 그리고 유리한 양상으로 후반을 맞이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싶다.

후반 들어서자 웨스턴 시드니는 왼쪽 측면을 활성화 하며 공격의 물꼬를 텄다. 할리티 뿐만 아니라 왼쪽 풀백 골렉의 오버래핑에 이은 크로스도 예리하게 들어가기 시작했다. 오늘의 승부를 결정지은 골도 역습상황에서 골렉이 올린 얼리크로스를 58분 산타랍 대신 들어간 유리치가 미처 제 위치를 정비하지 못한 수비수 두 명 사이를 빠져나오며 슈팅으로 연결하는 장면에서 터져 나왔다. 축구는 많은 골이 나는 경기가 아니다. 잘 정비된 상대수비를 흔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공격 옵션을 갖추고 시도할 필요가 있겠지만 상대의 약점을 캐냈고 상대가 적절한 대응전술을 구사하지 못하고 있다면 단조롭더라도 같은 공격 전개를 반복해 슈팅이 골로 이어질 확률을 높이는 방법 또한 권장할 할 만하다. 골을 허용한 이후에도 알 힐랄의 우측면(웨스턴 시드니 공격방향 좌측면) 샤흐라니는 공간의 허점을 지속적으로 노출했고 웨스턴 시드니는 지속적인 공략을 감행했다. 득점 후에도 공수의 밸런스를 적절히 유지하며 플레이한 웨스턴 시드니가 먼저 첫 승을 거두었다. 전망

1차전 한판의 승부로 양 팀에 명과 암이 구별돼 드리웠지만 실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크게 보면180분짜리 시합에 막 90분의 전반을 끝냈을 뿐이다. 더구나 AFC 챔피언스리그에 처음 참가한 웨스턴 시드니로서는 쉽사리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엔 경솔한 면이 없지 않다. 준결승까지 동서로 구분돼 열리는 탓에 중동원정의 텃세를 아직 맛보지 못했기에 최종결과에 대해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알 힐랄은 축구상식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홈 어드벤티지를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16강까지 공격의 기점으로 팀의 주축을 이루었던 오노 신지가 자국리그로 복귀하면서 빠진 공백의 여파가 제법 눈에 뜨인다. 공수의 전환과 완급 조절이 다소 거칠어진 느낌이다. 웨스턴 시드니는 애초부터 자신을 가졌고 강점이라 자부하는 수비의 재정비가 요구된다. 특히 개막 후 치러진 A리그 2경기에서 2연패를 당하며 약점을 드러냈던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알 힐랄은 상대의 페널티지역 근방이나 내부에서 공격을 펼칠 때 개인전술과 콤비네이션의 적절히 혼용하면 상대를 교란하는데 유효할 듯하다. 또 익숙한 잔디에서 정도 높은 미들슛을 골로 연결시키겠다는 의지를 가진 채 기회가 생길 때 마다 과감히 시도해 보는 것도 견고한 수비의 상대로 맞아 대처하는 적절한 방법 중 하나다. 앞서 언급했듯 빠르고 간결한 횡패스를 이어가며 슈팅의 지점과 타이밍을 노리는 방안도 염두에 두는 게 좋겠다. 패배의 직격타가 될 수 있는 어웨이 골을 허용은 항상 요주의. 수비의 축 곽태휘를 중심으로 특히 우측 면의 밸런스를 잘 살펴야 한다. 무언가 일어날 수 있고 무엇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점이 축구의 매력 아니겠는가. 2차전 명승부를 기대해 본다.

글·사진=양정훈 칼럼니스트(derutan@officelf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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