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축구환상곡] 누가 골키퍼에게 돌을 던지나

풋볼리스트 2014. 10. 2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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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2014 브라질월드컵' 이후 끊임없이 비판 받는 선수가 있다. 골키퍼 정성룡(29, 수원삼성)이다. 최근 K리그클래식 무대에서 11경기 연속 무패를 이끈 정성룡은 리그에서 조용히 부활하고 있다. 리그 3라운드 10경기에서 4회의 무실점 경기를 달성했다. 10경기에서 실점은 6골 뿐이었다. 성남과 32라운드 경기에서 2골을 잃기 전에는 9경기 4실점이었다. 맹활약을 펼치고 있음에도 성남FC와의 32라운드 경기 종료 직전에 범한 한 차례 실책성 실점으로 집중포화를 당했다. 끊임없이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실수를 했다면 교훈을 얻고 개선을 해야 하지만, 그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떠미는 것은 심한 측면이 있다. 올해 수원의 골키퍼 코치로 부임해 흔들리는 정성룡의 슬럼프 탈출을 돕고 있는 신범철 코치는 "어떤 골키퍼든 처음 겪는 상황에서는 실수를 할 수 있다. 진짜 문제는 같은 실수로 반복해서 골을 먹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선수는 끝난 것이다. 성남전 실책은 정성룡이 처음 겪어본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신 코치는 "기본적으로 골키퍼는 골을 많이 먹어봐야 한다. 올 시즌 우리 팀의 실점을 보면 골키퍼가 가랑이 사이로 공을 빠트리거나, 손을 맞고 공이 들어가거나, 손을 맞고 나온 것이 상대에게 어시스트가 되는 기본적인 실수 상황은 없었다. 같은 실수가 반복된 일이 없었다"는 말로 올 시즌 정성룡이 안정감을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정성룡 죽이기는 곧 김승규 죽이기정성룡은 지난 시즌 후반기에 여러 차례 실책성 실점을 보였고, 국가대표팀에서도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비판이 이어지던 가운데 월드컵 본선에서도 제 몫을 못했다. 신 코치는 "올해 초 처음 본 정성룡의 몸 상태는 전보다 많이 떨어져 있었다. 많이 흔들리고 있었다"며 슬럼프에 빠져있던 것이 사실이라고 회고했다.신 코치는 "소속팀에서 시즌 도중 골키퍼 코치가 바뀌고, 대표팀을 오가면서 훈련 방식에 혼란이 왔고, 답답함을 하소연할 곳도 없었을 것이다. 골키퍼는 정성룡처럼 힘이 좋은 골키퍼와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체형의 선수가 있는데, 그 동안 정성룡은 자신의 조건에 맞는 훈련과 이를 위한 강화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힘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정성룡이 남모를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말했다.경기력 저하로 힘든 가운데 팀 내부의 비판도 있었고, 무엇보다 여론의 질타가 매서웠다. 심리적 압박감이 더해지면서 정성룡은 끝없는 악순환의 고리 속으로 빠져들었다. '2014 브라질월드컵'의 실패는 이 과정에서 치명타가 됐다. 반 년 전부터 이어진 '의심론'과 '악성댓글'이 결국 '2010 남아공월드컵'과 '2012 런던올림픽'에서 맹활약한 정성룡을 밑바닥으로 끌어내렸다.

신 코치는 지금은 정성룡이 정신적인 안정을 찾았다고 말한다. 그는 "정신적으로 도움을 주기보다는 운동량을 늘리고, 무게중심이 앞쪽에 있는 정성룡의 체형과 강점에 맞는 훈련을 통해 몸 상태를 끌어올려주니 조금씩 자신감이 쌓이기 시작했다"며 정성룡이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계속되고 있는 여론의 냉랭한 반응과 실점 때 마다 나오는 비판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을 표했다."실책한 상황에서 난 잘못했다고 하지 않는다. 왜 골이 들어갔는지 설명해주면 선수들이 스스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모르면 그때 팁을 알려주면 된다. 그렇게 배워가면서 발전하는 것이다. 팬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골키퍼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이운재 같은 골키퍼가 만들어지기 위해선 최소한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이운재의 뒤를 이어 정성룡이 자리를 지키다가 지금 흔들리고 있다. 지금 한국 축구는 골키퍼 인프라가 부족하다. 골키퍼를 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정성룡 수준의 골키퍼가 3~4명은 있어야 하는데 김승규 뿐이다. 정성룡이 못한다고 끌어내리고 나면 대안이 없다. 김승규를 잘한다고 띄우고 있지만, 지금의 상황은 김승규도 죽이는 것이다. 정성룡보다 더 잘하지 못하면 가차 없이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 김승규는 지금 많은 골을 겪어보면서 성장해야 하는 나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김승규도 떨어트리고 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신 코치의 우려대로 김승규 역시 최근 실책성 플레이를 범하면서 비판을 받고 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A매치 경기 및 울산현대의 리그 경기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몇 차례 펀칭 미스도 지적 받았다. 이에 대해 금메달 후유증이라며 심리적 문제를 지적하는 반응도 있었다. 신 코치는 "실책한 상황의 장면을 두고 잘잘못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실책이 나오게 되었는지 본질적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즉, 펀칭을 위로 쳐야 하는 데 아래로 잘못 쳤다면 달려 나오는 과정에서의 신체 능력이나 판단력이 떨어진 것이 진짜 문제다. 두 능력이 떨어진 이유가 거듭된 경기로 인한 피로일 수도 있고, 그 밖의 이유일 수 있는데 그 상황 만을 두고 비판을 한다면 선수의 자신감만 떨어트리는 역효과를 낼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카시야스가 부진한 이유국내에서 대표적으로 비판 받는 골키퍼가 정성룡이라면, 해외 축구에서는 레알마드리드의 이케르 카시야스가 도마 위에 올라있다. 스페인 대표팀에서 치른 슬로바키아전 프리킥 실점 이후 악화된 여론에 의해 주전 자리에서 결국 밀려나는 일이 생겼다.신 코치는 "밖에서 보는 사람들은 인간 신체 능력의 한계와 공의 발전에 대해 잘 모른다. 요즘 공은 정말 빨라졌다. 골키퍼는 직선으로 달리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반응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에 한계가 있다. 게다가 나이가 들수록 피지컬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카시야스에 대한 비판 역시 가혹하다는 입장이다.이어 "골키퍼는 경기수가 떨어지면 근력 저하가 크다. 어떤 골키퍼라도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문제가 찾아온다"며 카시야스가 지난 2013/2014시즌 정규리그를 뛰지 못하며 피지컬의 문제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골키퍼는 나이가 들어갈 수록 피지컬 훈련을 통해 이를 보완해야 한다.신 코치가 진단한 카시야스의 문제는 순발력이 절정이던 젊은 시절의 골키퍼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부분이다. 피지컬 저하에 따라 더 빨리 예측하거나, 자리를 지키며 안정적으로 막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꿀 필요성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신 코치는 더불어 "케일러 나바스도 레알마드리드 입단 이전보다 떨어졌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훈련 방식이 바뀌면서 느려졌다. 코스타리카가 내한 했을 때 살찐 나바스를 봤다. 아무리 좋은 골키퍼이고, 좋은 팀에 가더라도 다 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골키퍼에겐 실점이 경험이다

신 코치는 "약팀에서 골을 많이 먹어본 골키퍼가 좋은 팀으로 자리를 옮길 때 모든 능력이 함축되면서 좋은 골키퍼가 된다. 요즘 유럽에서 어린 골키퍼들이 잘하는 것은 어려서부터 수준 높은 경기를 경험하면서 자라기 때문이다. 경기 운영 능력과 골키퍼의 전략과 전술적인 대응을 유소년 리그에서부터 배우고 깨우친다. 프로 경기 출전 경험도 빨리 갖는다. 골키퍼야 말로 많은 경험이 필요한 포지션"이라고 설명했다. 젊음 골키퍼의 피지컬이 좋고 컨디션이 좋아도 기존의 경험 있는 골키퍼보다 평소 훈련에서 월등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선발로 내세우기가 어려운 이유가 거기에 있다. 최대한 많은 상황을 경험해봐야 짧은 순간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신 코치는 정성룡이 현재 완벽한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다. 도전은 끝없이 계속되고 있고, 스스로 더 노력하지 않는다면 또 다시 위기를 겪을 수 있다. 더불어 앞으로 정상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선 경기 운영 능력과 수비 전술 리딩 능력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정성룡은 힘이 좋고, 큰 대회 경험이 많다. 방어 기술이 뛰어나다. 그러나 방어 능력 발전이 한계점에 도달했다. 지금 한 단계 올라서야 하는 것은 수비진과의 소통이다. 자기 자신이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료 수비수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골문은 넓고 골키퍼 혼자 다 막을 수 없다. 수비가 필요한 위치로 와서 커버해줄 수 있도록 수비진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수비 전술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무작정 도와달라고 하면 수비수들이 따르지 않는다. 골키퍼가 지시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부탁을 하는 것이다. 수비수의 전술적 선택을 이해햐아 한다. 수비진과 돕는 관계가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이를 주문하고 있다. 그 부분에서 발전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골키퍼 한 명에게 패배의 멍에를 씌우는 것은 쉬운 일이다. 골키퍼가 골문을 지키는 포지션이라는 이유로 모든 실점의 최종 책임자인 것은 아니다. 물론, 축구가 팀 스포츠라고 해서 골키퍼 자신이 모든 실점의 이유를 수비수들의 탓으로 돌려서도 안된다. 결국 수비진과 골키퍼가 유기적인 조화를 이뤄야 실점을 막을 수 있다.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와 독설의 유행 때문인지, 한국 사회는 지나치게 경쟁적이고, 실수를 범한 이들에게 가혹하다. 서로가 더 잘하고, 더 잘되기 위해서는 넘어졌을 때 일으켜 세워주고, 격려해주는 일이 필요하다. 한국 사회의 삭막한 현실이 골키퍼들에겐 더 없이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누가, 무엇을 위해 골키퍼들에게 돌을 던지는가. 비판을 위한 비판은 독일 뿐이다. 한번쯤 돌아봐야 하는 일이다.글=한준사진=풋볼리스트, 게티이미지코리아 :: 환상곡은 형식에 구애됨 없이 악상이 떠오르는 대로 자유로이 작곡한 음악 작품을 뜻한다. 영어로는 환타지(Fantasy)다. '한준의 축구환상곡'은 축구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때로는 환타지 소설처럼 풀어낸 하는 한준 기자의 컬럼이다,풋볼리스트 주요 기사[특별기고] AFC U19 대회 결산, 아시아 축구 쉽지 않다'아시안게임 금메달' 이광종 감독, 올림픽 대표팀 이끈다[UCL종합] '리그 무패' 팀들의 익숙치 않은 패배'리그용' 맨시티, 4시즌 연속 UCL 실패?[인:팩트] 슈틸리케의 작은 혁명, 코너킥 지역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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