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팩트] 임금 체불과 인사 혼란..정치논리에 표류하는 FC안양

풋볼리스트 2014. 10. 2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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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정다워 기자= FC안양이 창단 2년 만에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축구판에 정치논리가 개입된 탓이다.FC안양은 이달 선수단 월급을 지불하지 못했다. 선수 34명을 비롯해 스태프 10명, 사무국 직원 10명 등 총 54명의 임금을 체불했다. 선수들은 승리수당 한 달치도 받지 못하고 있다. 통장 잔고가 바닥나 제대로 된 축구단 운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작년 말 안양은 2014년 예산으로 약 46억 원을 책정했다. 구단 수입과 지출을 종합해 산출한 금액이다. 그런데 예상 밖으로 수입이 적었다. 필요한 최소 예산의 약 10억 원 정도가 부족했다. 안양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K리그 시장 상황이 기대보다 나빴다. 안양도 기대했던 것보다 많은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결국 안양은 안양시에 추경예산 9억 5000만 원을 요청했다. 시에서는 축구단 재정난 해결을 위해 시의회에 조례개정안을 마련해 승인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지난 1일 안양시의회에서는 승인을 부결했다. 안양은 요구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고 선수단 월급도 지불하지 못했다. 축구단은 전임 시장의 유산?안양은 2013년 2월 창단했다. 창단을 주도한 최대호 전임시장은 홈 경기에 빠짐없이 참석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축구단을 적극 지원했다. 최 전 시장은 사무국과 안양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지난 6·4 지방선거 전까지 안양종합운동장에는 '안양영웅 최대호'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을 정도였다.최 전 시장이 선거에서 낙선하고 반대 진영의 집권이 시작되면서 축구단 분위기가 급변했다. 안양시는 11월로 예정되어 있던축구단 감사를 9월로 앞당겼다. 감사는 한 달 가까이 이어졌다. 사무국 직원 대부분이 감사를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당시 한 관계자는 "정상적인 업무가 어려울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시의회에서는 축구단뿐만 아니라 전임 시장이 공들인 시립합창단 등의 운영 실태를 공격적으로 조사하고 나섰다. 합창단도 축구단과 처지가 비슷하다. 시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합창단 재단 이사장이 전임 시장의 측근이다. 축구단처럼 특별 감사 대상이었다"고 말했다.현재 안양시의회는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 12명,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1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 전 시장은 새정치민주연합, 이필운 현 시장은 새누리당 소속이다. 한 관계자는 "시의회가 최 전 시장의 유산으로 볼 수 있는 축구단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건 어렵다. 결국 축구단이 정치적인 이유로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맥락을 보면 안양의 추경예산 확보가 무산된 원인을 예상할 수 있다. 시의회에서는 "향후 자립기반 강화를 위한 자구계획 수립 및 중․장기 재정운영 계획의 수립과 연계하여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는 이유를 설명했지만, 안양 내에서는 축구단이 정치논리의 희생양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시로부터 예산을 받지 못한 안양은 시중은행을 통해 대출을 받으려 했다. 금액이 크지 않은 만큼 은행 측에서도 어렵지 않게 대출을 결정했다. 서류까지 준비해 도장만 찍으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시의회에서 난색을 표했다. 결국 안양은 시와 시의회에서 결단을 내리기 전까지는 이도저도 못하게 됐다.이 와중에 임기가 3개월 정도 남은 단장과 사무국장 교체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시에서는 이사회도 열지 않고 서면으로 동의를 받아 인사규정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장의 나이제한을 풀었고, 사무국장에는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 등의 특정 직업군이 지원할 수 있도록 개정됐다. 이를 두고 특정인을 선발하려는 시의 편법 아니냐는 항의도 제기되고 있다. 축구단과 지자체의 협업 필요하다물론 안양시에만 모든 책임을 전가하기는 어렵다. 기본적으로 축구단의 무리한 예산 편성이 이와 같은 화를 부른다. 비단 안양만 이런 일을 겪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시도민구단이 관행적으로 부풀려 1년 예산을 편성한다. 결국 10월, 11월이 되면 예산이 바닥나 월급을 체불하는 일이 발생한다. 실제로 광주FC는 이달 초 추경예산 15억 원을 광주시로부터 받았다. 인천유나이티드는 인천시의 도움을 받지 못해 대출을 받아 선수단 월급을 지급했다. 분명 구단도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다.축구단과 지자체의 원만한 협업이 이뤄지지 않으면 시도민구단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없다. 축구단은 지자체에 기대기보다 자생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지자체는 투명하고 철저하게 감시해야 하지만 정치적인 시선은 거둬야 한다.안양은 많은 팬들의 염원을 통해 탄생했다. 역사도 있고, 사연도 있는 팀이다. 최근에는 4연승을 달리며 현재 3위에 올라 있다. 1부리그 승격을 위해 전진하는 중이다. 하지만 정치적인 논리로 인해 길을 잃고 있다. 국제축구연맹은 축구에 정치, 종교, 인종 등이 개입되는 것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축구의 본질이 정치적인 이유로 훼손돼서는 안 된다. '인:팩트'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실, 표면이 아닌 이면에 대한 취재기록이다.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요한 사건 혹은 사실에 대한 성실한 발걸음을 약속한다. <편집자주>사진= FC안양 제공 풋볼리스트 주요 기사[특별기고] AFC U19 대회 결산, 아시아 축구 쉽지 않다'아시안게임 금메달' 이광종 감독, 올림픽 대표팀 이끈다[UCL종합] '리그 무패' 팀들의 익숙치 않은 패배'리그용' 맨시티, 4시즌 연속 UCL 실패?[인:팩트] 슈틸리케의 작은 혁명, 코너킥 지역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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