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전주: 성남 현실이 전북 현실을 꺾었다

윤진만 2014. 10. 2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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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전주월드컵경기장] 구단의 처지에 따라 FA컵은 꿈 혹은 현실로 나뉠 수 있다.

전북현대는 후자에 가깝다. FA컵 준결승전에서 그들은 올해 세 번 만나 모두 이긴 성남FC와 만났다. 전력으로 보나 분위기로 보나 FA컵 우승이란 현실이 눈앞에 다가온 듯했다. 리그 우승 가능성도 높다. 2013년 포항스틸러스에 이은 더블(리그, FA컵 동시 우승) 달성이 가능해 보이는 듯한 흐름이었다.

하지만 힘차게 달리던 중 트로피 하나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2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A컵 준결승전에서 성남과 0-0 무승부 후 승부차기에서 4-5로 패했다. 슈팅수 17-5에서 드러나듯이 일방적이고 압도적인 내용이었다. 골대를 두 번 맞혔다. 120분간 하나라도 넣었으면, 이승기가 실수하지 않았더라면 완벽해질 수 있었다.

다시 돌아봐도 패인을 찾기 어렵다. 이동국, 이승기, 한교원, 신형민, 김기희, 윌킨슨, 최철순, 권순태 등 가용 가능한 주전이 총출동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의 주문과 팀컬러 그대로 '닥공(닥치고 공격)' 또 '닥공'이었다. 집중했고 진지했다. 다만 최 감독 말마따나 불운했을 뿐이다.

성남 김학범 감독이 그 운을 빼앗아갔다. 의도했던 대로 성남은 승리했다. 이상을 버렸다. FC바르셀로나, 바이에른뮌헨 등 유럽에서 볼 수 있는 축구 미학을 포기했다. 그랬더니 결승 티켓이 주어졌다. 완벽하지 못하다면 때로는 선택을 강요받는다.

파이브(5)백이든, 식스(6)백이든, 텐(10)백이든, 어떻게든 성남은 무실점을 목표로 삼았다. 두 차례 결정적인 선방으로 승리에 공헌한 골키퍼 박준혁은 "올해만 전북을 세 번 만나 0득점 5실점으로 3패였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무실점으로 승리하고 싶었다. 매번 질 수 없지 않느냐?"라고 경기 전 선수단 분위기를 전했다.

성남은 다양한 공격 시도, 패스 연결에 의한 볼 소유 등을 겉치레로 봤다. 수비수는 몸을 날려 충돌을 일으켰다. 흐르는 볼을 동료가 걷어냈다. 공격수에게 전달해 역습을 시도해도 좋을 법했다. 하지만 그냥 다시 상대에게 내줘도 무방했다. 볼이 오면 또 걷어내면 되니까. 성남이 말하는 현실이었다. 그 현실이 전북의 우승이란 현실을 꺾었다.

경기 후 김학범 감독은 말했다. "앞서 우리 팀에 없던 끈질김이 최근 많이 생겼다. 수원전(2-2 무)에서 드러났듯이 선수들이 끝까지 뛰는 모습을 보인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잘 버티느냐가 중요했는데 선수들이 잘 버텨주었다."

선수는 수동적인 전술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결과만 필요한 단판승부일 때다. 이날이 그랬다. 임채민은 낙법을 연습하는 레슬링 선수 같았다. 공격수 김동섭은 상대 수비수들을 압박하느라 힘을 다 썼다. 이요한은 낯선 미드필더 포지션에서 뛰다가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재미라곤 눈곱만큼도 없게 싸웠지만 성남 선수들은 흡족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주장 박진포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매번 수비 축구를 하지 않는다. 상대팀 색깔에 따라 다르다. 오늘도 이기기 위한 플레이를 했고 승리했다. FC서울과의 결승전도 단판전이기 때문에 자신 있다."

성남의 현실은 어둡다. 그리고 그런 어둠을 모으고 쌓으면 조금씩 밝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럴지도 모른다. FA컵 우승은 눈부시게 찬란한 꿈이니까.

글=윤진만,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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