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FA컵? '뻔뻔한' 성남-상주 판 엎는다

입력 2014. 10. 22. 06:03 수정 2014. 10. 2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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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한판만 이기면 결승이다. 저마다 스토리를 만들며 준결승에 올랐다. 단판 승부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숨막히는 90분, 아니 120분 이상의 싸움이 준비돼 있다.

FA컵 준결승은 K리그 클래식 1위(전북)-10위(성남), 5위(서울)-11위(상주)의 대결이다. 스플릿 상,하위의 대결 구도다. 하나같이 전북과 서울의 결승 맞대결을 전망하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는 전북과 서울이 각각 성남과 상주를 밟고 결승에 오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최용수 서울 감독도 지난 8월 FA컵 준결승 미디어데이에서 "FA컵 같이 권위 있는 대회의 흥행을 위해 전북과 결승에서 맞붙고 싶다"라고 밝혔다. 지난 8월 23일 3만597명의 관중이 찾은 K리그 클래식 전북-서울전을 재현하자는 것이다. 전북과 서울이 준결승에서 이기면, 대진 추첨에 따라 결승은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이를 바라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뻔한 FA컵 준결승이 될까. '들러리'가 되기 싫다는 성남과 상주다. 이 '뻔뻔한' 두 팀은 판을 엎어버려 'FUN'한 FA컵을 만들겠다며 의욕이 넘친다. "(벌써 결승에 올라간 것 같이 여기는데)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다. (그들의)결승 진출 여부는 우리 손에 달렸다"라며 큰소리를 친 박항서 상주 감독이다.

냉정히 말해, 성남과 상주는 FA컵이 중요하지 않다. 이들의 가장 큰 목표는 K리그 클래식 잔류다. 생존이 걸려있다. K리그 클래식 10위와 11위로 최하위 경남과 승점차가 3점, 1점에 불과하다. FA컵보다 K리그 클래식에 집중해야 하는 처지다.

더욱이 상주는 우승을 해도 군경팀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나갈 수 없다. 실상 FA컵의 가장 큰 메리트는 '꿈의 무대'로 커진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다. 장기 레이스인 K리그 클래식과 다르게 32강부터 딱 다섯 번(K리그 클래식 기준)만 이기면 딸 수 있으니 좀 더 '수월'하다.

'당근'이 없지만 '자존심'이 걸려있다. 이미 군경팀 사상 최고 성적을 냈는데 내친김에 첫 우승이라는 기념비를 세우고 싶다. K리그 클래식 승격 첫 해 이룬 의미있는 '업적'이다.

성남도 매한가지다. 7개의 별을 품에 안았지만 시민구단 전환 후 K리그 클래식에서 우승을 넘볼 전력이 아니다. K리그 클래식에서 잔류 경쟁을 펼쳐야 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렇기에 FA컵은 '현실적으로' 성남이 트로피를 돌어올릴 유일한 기회다. 시민구단으로 새로 태어난 해에 FA컵 정상에 오르는 것 또한 감동 있는 스토리다.

당연한 승리는 없다. 전북과 서울은 FA컵 8강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FA컵 8강 4경기 가운데 가장 뻔할 것 같았던 전북-강릉시청(내셔널리그)전은 손에 땀을 쥐는 경기였다. 경기 막바지 카이오가 만든 '3분의 기적'이 없었다면, 성남의 상대는 바뀌었을 것이다.

서울 역시 연장 혈투를 치른 끝에 부산을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32강부터 8강까지 3연속 연장을 하며 가시밭길을 걸은 서울이다. 게다가 올해 K리그 클래식 상주 원정에서 2패를 했다. 상주는 쳐다보기도 싫고 날아가기도 싫은 독수리다.

괜한 힘을 썼다가 다가오는 주말 K리그 클래식 경기를 그르칠 수 있다. 힘이 센 편도 아니다. 하지만 '양보'의 미덕 따윈 없다. 뻔뻔한 성남과 상주는 K리그 클래식을 잊었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게 토너먼트의 묘미다. 전북-서울전 못지않게 재미난, 그들만의 결승 대진을 꿈꾸는 성남과 상주다. 뻔한 판을 엎고서 재미난 판을 펼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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