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감교차' 웃음을 잃은 김신욱 "제가 죄인입니다"

남양주 | 황민국 기자 2014. 10. 1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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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金 쾌거속 소속팀은 궁지"하루빨리 낫는 게 은혜 보답하는 길..구단 만족할 수 있는 이적료 제시하지 않을땐 안떠날 것"

"남들은 웃어도, 전 웃을 수가 없네요."

우승컵을 들어 올린 선수의 얼굴이 마치 조별리그 탈락 선수 같았다. 한국 축구가 28년 만에 따낸 아시안게임 금메달. 그 귀중한 물건을 자신의 목에 거는 사이에 소속팀이 궁지에 몰린 탓이다. 당분간 경기에 나설 수 없는 부상까지 당했으니 마음이 더 답답했다. 16일 경기 남양주의 한 병원에서 만난 김신욱(26·울산)은 자신의 아픈 다리가 원망스러운 듯 매만지고 있었다.

"솔직히 아시안게임을 치를 때는 몰랐어요. 제 다리가 이 정도로 다친 것인지…, 그저 죽기 살기로 버티자고 마음 먹었을 뿐이예요."

김신욱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부상과 싸웠다. 조별리그 고비였던 지난달 17일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오른쪽 종아리를 다쳤다. 엑스레이에 찍힌 그의 다리에는 미세한 잔금이 가 있었다. 김신욱은 "의사는 '본인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뛰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부상을 안고도 훈련을 거듭했지만, 김신욱의 출전은 마지막 날 북한과의 결승전 연장 후반 12분 출전이 전부였다. 그러나 그 12분이 한국에 금메달을 안겼다. 김신욱이 북한의 수비를 흔드는 사이 임창우(대전)가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렸다. 김신욱은 "나를 믿고 따라준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이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무리한 출전의 여파는 만만치 않았다. 대회가 끝난 뒤 정밀 검사를 받아보니 '시즌 아웃'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뼈가 붙는 데만 6주, 재활에만 4주가 필요한 큰 부상이었다. 김신욱의 머릿 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울산 조민국 감독이었다.

"감독님이 날 어떻게 보내주셨는데, 다친 채로 돌아가면 어떻게 하나 싶었죠. 죄인의 심정이라고 할까요. 그런데 막상 감독님은 딱 한 마디만 하셨어요. '축하한다'고. 다쳐서 미안하다고 하니 '빨리 회복해서 같이 준비하자'고만 하시더라고요."

울산의 성적을 떠올리면 씁쓸한 마음은 더욱 커진다. 상위 스플릿 잔류를 확신할 수 없는 7위. 남은 2경기에서 반전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명문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된다. 핵심 전력인 김신욱과 김승규가 아시안게임 출전으로 빠진 여파인 셈이다.

김신욱 자신도 이번 부상이 못내 아쉽다. 데뷔 이후 매년 기록했던 두자릿수 득점이 단 1골 차이로 끊길 위기이기 때문이다. 김신욱은 "작년에 놓친 득점왕을 올해 목표로 삼았는데, 부상으로 모두 날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큰 은혜를 받았으니 보답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하다. 그래서 금메달 파티를 열자는 주변의 제안을 마다하고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왔다. 입원 3주차부터는 고통도 무릅쓰고 재활에 힘쓰기로 했다. 김신욱은 "시즌이 끝났다지만, 아직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낫는 게 감독님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통큰 결단도 내렸다. 군 문제를 해결한 그에게 쏟아지는 해외 진출 제안을 마다한 채 내년에도 울산에서 시작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김신욱은 "감독님의 은혜를 받았으니 내년에도 힘을 보태고 싶다"며 "만약 해외 진출을 하더라도 팀을 위한 결정을 우선하려 한다. 구단이 만족할 수 있는 이적료를 제시하지 않는 팀이라면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양주 | 황민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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