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태극마크' 한교원 "아는 선수가 동국이 형 밖에 없네요"

양승남 기자 입력 2014. 8. 27. 20:01 수정 2014. 8. 27. 20:5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멍했죠. 아직도 믿어지지 않네요."

한교원(24·전북)의 목소리는 떨렸다. 국가대표 얘기를 꺼내자 벅찬 감정을 억누르려는 듯한 기운이 느껴졌다.

한교원은 지난 25일 대한축구협회가 발표한 9월 A매치(5일 베네수엘라·8일 우루과이)에 출전할 22명의 대표팀 명단에 포함됐다. 생전 처음 태극마크를 달게 된 순간이었다. 이름 좀 알려진 프로 선수치고 연령대별 국가대표 경력이 없는 선수가 거의 없을 정도인데, 그간 한교원에게 태극마크는 '남의 일'이었다. 음지에 있었던 그의 축구 인생에 강렬한 햇살이 비쳤다.

한교원은 27일 스포츠경향과의 통화에서 "전혀 기대도 안 했는데 뽑혀서 정말 멍했다. 실감이 안 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 시즌, 특히 월드컵 휴식기 이후 그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K리그 클래식 22경기에서 7골·3도움을 기록 중인 한교원은 월드컵 휴식기 이후인 지난 7월부터 열린 리그 10경기에서 5골·3도움을 올렸다. 많은 전문가들은 "기량이 확실히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고, 플레이에 눈을 떴다"고 그를 평가하고 있다.

한교원은 "사실 시즌 초반에는 이적 후 적응도 해야 했고,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에 마음만 앞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초조한 마음이 컸다"고 고백했다. 한교원은 인천에서 지난 3시즌 동안 빠른 발을 이용한 침투와 공격 전방위에서 활발히 움직이는 활동량을 앞세워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한교원의 발전 가능성을 높이 사면서 적지 않은 이적료를 주고 그를 영입했다.

최 감독의 신뢰 속에 측면 공격수로 계속 기용됐지만, 전반기에는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의 말대로 이적 후 심적인 부담감이 크게 작용했다. 정교하기보다는 투박하지만 빠르고 거침없는 돌파를 주무기로 하는 장점이 자신감을 잃으면서 오히려 독이 됐다.

그런데 월드컵 휴식기가 보약이 됐다. 한교원은 자신의 플레이를 세심하게 비디오로 분석했다. 최 감독의 지적을 듣고 약점 보완에 몰두했다. 빠르게 돌파하지만 크로스와 슈팅 타이밍이 좋지 않았던 한교원은 '생각하는 플레이'를 하고 마지막 집중력을 쌓는 데 주력했다. 그는 "훈련량을 높여 마지막 마무리와 타이밍 싸움의 노하우를 터득하는 데 힘썼다"고 말했다.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 같던 한교원은 플레이에 세밀함을 입혔다.

철저한 분석의 효과는 만점이었다. 돌파와 슈팅 타이밍을 잡기 시작하면서 골을 계속 터뜨렸다. 특유의 폭발적인 침투에 이은 크로스도 살아나며 어시스트 능력까지 보였다. 시즌 중인데 이미 자신의 종전 시즌 최고 기록(6골·2도움)을 돌파했다. 한교원은 수비 가담도 적극적으로 하며 팀 플레이에도 녹아들고 있다.

'대선배' 이동국(35·전북)과 함께 9월 A매치에 나가게 된 그는 "대표 선수 중에 동국이 형 말고는 아는 선수가 한 명도 없다"고 웃으면서 "동국이 형만 졸졸 따라다니며 '전우조'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첫 대표팀 생활이니 하나라도 더 배우는 것은 기본이고 후회없이 장점을 보여주고 오겠다"고도 했다.

같은 포지션의 해외파 이청용(볼턴)과의 경쟁에 대해 묻자 "TV에서만 보던 선수인데…"라면서 "국가대표가 됐으니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짧고 굵게 답했다. 거침없이 질주하는 '러닝맨' 한교원이 태극마크를 달고 더 높은 도전을 시작한다.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