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판인가, 정치판인가..황당한 성남FC

황민국 기자 입력 2014. 8. 27. 18:07 수정 2014. 8. 2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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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성남FC가 시·도민구단으로 재출범한 뒤 8개월 만에 시도민구단의 좋지 않은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성남은 지난 26일 이상윤 감독대행을 경질했다. 성적 부진을 이유로 들었으나 감독대행은 새 감독이 부임하면 물러나는 자리다. 그런데 정작 새 감독은 오지 않고, 또 다른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선임됐다.

신문선 성남 대표이사는 이번 경질의 배경으로 "한때 꼴찌까지 추락한 성적 부진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성남의 성적은 선수 폭행으로 물러난 박종환 전 감독 시절보다 이상윤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을 때 성적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다. 다만 FA컵 준결승에 올라 우승 가능성도 남겨둔 것은 성과다. 그러나 신 이사는 "FA컵은 광주, 영남대 등을 꺾고 얻은 성과"라면서 "FA컵보다는 리그가 중요하다. 리그에서 못해 2부로 강등되면 시에서 돈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신 이사는 이어 "이상윤 감독대행 체체로 가면 더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해서 해임하게 됐다"면서 "이상윤 코치에게 누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해 더이상 설명은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신 이사는 이어 "새로운 감독 후보를 6배수로 올려놓았고 성남시를 향해 빨리 결정을 내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시가 결정을 미루고 있어 나도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성남은 구단의 실무를 책임지는 프런트에도 상식 밖의 인사가 거듭되면서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성남시 등에서 내려온 '낙하산 부대'가 팀장급 등 고위층을 점령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성남의 직원 숫자는 기업구단 수준을 훌쩍 넘었다. 성남의 직원은 21명인데 기업구단의 대명사인 수원 삼성의 직원은 17명이다. 직원 숫자가 많은 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일을 잘 할 수 있는 인물이라면 많을수록 좋다. 그런데 성남은 반대다. 새롭게 부임한 인물 중 축구 혹은 범위를 넓혀 스포츠와 인연이 있는 이가 보이지 않는다. 구단주인 이재명 성남시장의 재선을 도운 이들이 대부분이다보니 "우리 구단이 K리그 클래식 12개팀 중 직원 평균 연령이 가장 높을 것"이라는 얘기도 구단 내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25일 구단 고위 간부로 발령난 인사는 성남시에서 올해 초까지 자원봉사단체를 관할하던 고위직 공무원이라 이제는 성남 구단이 정년을 앞둔 공무원이 마지막으로 거쳐가는 장소가 됐다는 인상까지 심어주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존 직원들도 의욕을 잃어가고 있다. 축구단에 열정을 바쳤던 이들은 떠나거나 침묵하고 있다. 어쩌면 성남의 성적이나 감독 등은 큰 문제가 아니라 축구단의 정체성을 바로 잡는 게 우선일지도 모른다.

전신인 일화 시절 K리그 최다 우승(7회)을 자랑하던 명가 성남의 서글픈 현주소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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