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① K리그 중계권의 맨얼굴, 현실은 '참담'

풋볼리스트 2014. 8. 1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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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중계는 K리그 흥행과 직결되는 요소다. 축구에 별 관심이 없었던 팬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서는 TV 노출을 통해 K리그의 매력을 알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많다. 중계가 최고의 홍보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축구 팬들은 "스포츠 전문 채널에 축구중계가 없는 것이 말이 되나? K리그 중계를 늘려달라"고 말한다. 방송국은 "K리그 시청률이 낮아 편성하는 게 쉽지 않다"고 주장한다. 양 측의 엇갈린 주장은 수 년 동안 계속돼 왔다. 이제 감성에 호소하기보다 정확한 진단을 통해 해결책을 찾을 시기다. '풋볼리스트'가 K리그 중계권의 현실을 파헤쳐봤다. < 편집자 주 >

①K리그 클래식 6경기가 다양한 TV채널을 통해 생중계 된다②팬들은 주말 오후에 채널을 돌려가며 축구를 즐긴다③TV로 K리그를 접한 팬들이 경기장에 몰린다

K리그 팬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했을 법한 시나리오다. 상상만 해도 뿌듯한 일이다.

현실은 다르다. 모든 것에 전제가 돼야 할 생중계가 되지 않는다. 스카이라이프 등에서 시청 가능한 채널인 'SPOTV+'가 꾸준히 K리그를 중계하고 있으나 모든 경기를 소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 채널이 나오지 않는 가구도 꽤 많다. 게다가 지상파나 스포츠 전문 채널에서는 프로야구 관련 프로그램이 하루 종일 방송된다.

팬들은 K리그를 외면하는 스포츠 채널을 비난한다. 하지만 해당 채널들은 반응이 없다. 스포츠 채널 PD들은 말한다. "프로축구와 프로야구의 시청률 차이가 크다. 손해를 감수하고 축구를 방송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팬들은 반박한다. "프로축구를 꾸준히 중계하면 시청률이 나올 것 아닌가." 이에 스포츠 PD는 "축구의 시청률은 배구, 농구, 심지어 씨름, 당구에도 밀린다. 중계 일정을 짜는 편성팀을 설득할 근거가 없다"라고 반박한다.

이와 같은 논리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논리다. 정답은 없다. 야구 대신 축구 중계를 꾸준히 해본 적이 거의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스포츠 채널에게 '시청률이 낮은' 축구 중계를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다.

마지못해 중계권 사는 방송사들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이 중계권료를 통해 얻는 수익은 한해 65억 원(2013년 기준)이다. 지상파 3사가 지불하는 금액이 70% 정도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스포츠 채널-지역 SO 등이다. 협상이라는 건 거의 없다. 그냥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금액을 지불하는 게 전부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연맹과 방송사의 관계에 의해서 계약을 한다. 먼저 금액을 제시하고 요구하는 절차가 없다. 시즌이 시작되고 난 뒤에 계약한 경우도 허다하다. 프로야구 같으면 서로 중계권을 사려고 했을 것이다. 이것이 현실이다"고 한탄했다. 지상파는 '2002 한일월드컵' 전후의 K리그 중계권료보다 더 싼 금액을 지불하고 있다. 10년 전보다 가격이 낮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지역 방송이 많아지면서 K리그 컨텐츠를 다루는 매체는 늘어난 건 사실이나 그 가치를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다.

지상파는 더 이상 축구 중계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그 시간에 인기 예능프로그램을 다시 보여주는 게 훨씬 시청률 확보와 광고 수주에 도움이 된다.

실제 수치에서도 지상파가 K리그에 갖는 관심을 알 수 있다. 지상파 3사가 올해 중계한 K리그는 딱 1경기다. 2012년 7경기, 2013년 6경기로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한 축구인은 "지상파에 의존하기보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상파에 나오는 게 파급력이 크겠으나 축구에 관심이 없다. 이제는 지상파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광고가 없다"…K리그 광고수입 '0원'

프로야구 올스타 휴식기(7월 19~20일)가 껴 있는 주말에 3사 스포츠 채널은 프로축구를 중계했다.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3사 모두 0.1~0.3% 사이에 그쳤다. 스포츠 채널 PD A씨는 "월드컵 이후 K리그의 관중 수가 늘어난다는 이야기를 들어 기대가 컸다. 그런데 시청률에 있어서는 과거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고 했다.

스포츠 채널 PD들이 공통적으로 밝힌 각 종목 평균 시청률은 이렇다. 프로야구는 최소 0.7~0.9%다. 배구도 비슷한 수치인데 두 종목 모두 빅매치일 경우 1%가 넘는다. 농구도 0.3~0.4% 정도다. 심지어 씨름과 당구는 시간대에 따라 다르나 최고 0.5%까지 나온 적이 있다.

물론 FC서울과 수원삼성이 벌이는 슈퍼매치 정도의 경기라면 스포츠 채널에서 중계할 경우 최대 1.7~1.8%까지 기대할 수 있다. 지상파가 한다면 3%는 훌쩍 넘는다. 하지만 모든 경기가 슈퍼매치는 아니다.

스포츠 채널이 축구를 외면하는 건 시청률 때문만은 아니다. 결국은 광고다. 스포츠 채널은 광고에 의해 운영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리그 중계에 광고는 얼마나 붙을까?

프로축구 중계에 붙는 유료광고는 없다. 중계 앞뒤로 붙는 광고는 서비스 개념이다. 프로야구 중계시 보여주는 광고를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정도다. 스포츠 채널 PD B씨는 "광고주에게 '축구 중계할 때도 광고를 추가로 했다' 정도로 어필하는 수준이다. 실질적으로 판매가 이뤄지진 않는다. 해외리그 같은 경우에는 광고가 일부 따라오나 K리그는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왕이면 야구에 광고를 넣고 싶지 축구에 넣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야구는 경기 중간에도 가상광고로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많다. 무엇보다도 많은 팬들이 보기 때문에 야구를 선호한다. 시청률도 고려 대상이나 이와 관계없이 야구라면 좋아하는 광고주들이 많다"고 했다.

PD B씨는 "야구 중계를 하다 보면 '광고를 위해 중계를 한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초 단위로 광고가 밀려온다"고 했다.

편성팀 설득 난항…"성공 사례가 많지 않아"

스포츠 채널 내에서도 축구 중계에 관심이 있는 PD들이 꽤 있다. "다양한 종목을 보여줘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는 이들이다.

그래서 K리그 빅매치일 경우 일부 PD들이 편성팀에게 축구 중계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받아들여질 확률은 거의 없다. 객관적인 시청률 자료에서 밀려 설득하기가 어렵다는 게 해당 PD들의 의견이다. 게다가 광고팀에서도 프로야구와 엮인 광고를 처리해야 하니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인다. 프로야구 광고는 시즌별 또는 월별로 판매를 하는데 경기 전부터 이미 꽉 짜여 있다.

PD가 강력하게 주장해 프로야구 대신 K리그를 중계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시청률이 야구에 비해 턱 없이 낮았다. 이후 해당 PD의 의견이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K리그가 중계되려면 감성에 호소하기보다는 객관적이고 매력적인 자료를 들이밀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적어도 K리그를 중계했을 때 프로야구보다 나은 점을 한 가지라도 찾거나 만들어야 한다. 이게 바로 현실이다. 2편 보기(클릭) : [기획] ② K리그 중계권 문제, 해결책은 있나?

글=김환 기자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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