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디' 브라질.."월드컵 시작되면 뒤집어질 것" 여유

2014. 4. 24.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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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브라질월드컵 D-49' 현지 르포

공사 마무리 안된 경기장 여럿

"5월말 완공" "6월은 돼야" 갈려

공항·거리도 분위기 안 느껴져

시민들 "아직 50일이나 남았다"

"2014년 월드컵의 나라, 브라질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월드컵 결승전이 열릴 리우데자네이루 갈레앙 국제공항에 도착한 지난 20일, 이런 공식 홍보물이 첫눈에 들어올 줄 알았다. 한참을 둘러봐도 없었다. 공항 내부는 공사가 덜 끝나 곳곳에 가림막을 쳐놨다.

공항에서 물품을 검사하는 아나는 "관광객은 늘고 있는데 공항도 대중교통도 준비가 안 돼 있다. 모든 게 급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고개를 살살 저었다. 공항과 시내를 잇는 새 다리는 아직 초록색 안전망이 쳐진 채 다니는 차가 없었다. 월드컵 홍보물은 거대 예수상이 있는 리우 최대 관광지 코르코바두 언덕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상파울루도 마찬가지였다.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월드컵 공식 후원사라는 삼성전자 광고판과 고기 뷔페 식당 슈라스카리아에서 나눠준 스티커 앨범만 월드컵 개최국임을 알려줬다. 개막전이 열리는 상파울루 외곽의 코린치앙스 경기장도 준비가 덜됐다. 정문 쪽에서는 크레인이 움직이고 한쪽에서는 흙을 나르는 트럭 소리가 시끄러웠다. 수백여명이 경기장 주변을 둘러보며 '언제 완공될까' 서로 물어댔다. "개막 전에 다 지을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느냐"고 묻는 이도 있었다.

공사장 관리인은 "5월 말이면 될 것"이라고 했지만, 다른 직원은 "6월은 돼야 할 것 같다"고 엇갈렸다. "얼마나 지어졌는지 궁금해서 구경 나왔다"는 루시오는 "12월은 돼야 할 것 같다"고 꼬집었다. 동행한 택시 기사는 "개막 전에 다 지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해줄 것"이라고 말하고선 킥킥거렸다. 상파울루 남쪽 이비라푸에라 공원에서 어린 딸과 축구공으로 놀던 웨슬리는 "외국인들이 많이 온다지만 준비가 안 돼 있으니 와서 실망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먹고살기 힘든데 경기장 건설에 돈을 쏟아부었다"는 불만도 나왔다. 상파울루를 떠나는 공항 출국장에서 월드컵 기념으로 보증기간을 연장해주는 현대자동차 홍보물을 발견했을 때, 월드컵 관련 사진거리를 찾은 마음에 반가울 정도였다.

중국을 가리켜 '만만디'라고 하지만 중남미도 만만찮다. '빨리빨리'에 익숙한 한국인의 눈에는 '느려 터져 숨넘어간다' 싶을 때가 많다. '치밀함'도 보기 힘들다. 리우에 여행 온 한 칠레인에게 월드컵 분위기가 안 느껴진다고 했더니 "정상인 것 같다. 조금 있으면 분위기가 더 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코린치앙스 경기장 한편에는 멈춰 선 중장비도 많았다. "예정보다 많이 늦었는데 국가적 행사에 총력을 다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하긴 그래야 되기는 한데…그래도 휴일이니까…"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직 50일 넘게 남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걱정대로 브라질은 준비가 덜된 것으로 보이지만 남미의 '리듬'으로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리우의 그림같이 펼쳐진 바닷가, 노천카페에서 들려오는 보사노바 연주, 10m 가까이 손을 끌고 가 찾는 건물을 가리켜 주는 인심…. 브라질은 '행사치레' 대신 꾸미지 않은 민낯 그대로 월드컵 손님을 맞이하려는 듯했다. "막상 월드컵이 시작되면 브라질은 완전히 뒤집어질 겁니다." 꼬파카바나 해변에서 만난 파듀는 이렇게 말했다.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

김순배 통신원 otromundo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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