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드] 최진철 U-16 감독, "전임 지도자 3년, 값진 경험 했다"

풋볼리스트 2014. 4. 9.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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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파주] 한준 기자= "걔가 우사인 볼트야? 그런 패스를 어떻게 받아!"

파주국가대표팀훈련장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앳된 얼굴의 대한민국 16세 이하 대표팀 사이에서 경기를 리딩하고 있는 남자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온 몸을 던져 한국의 4강 신화에 디딤돌이 된 최진철(43)이었다. 훈련장 분위기는 장난스럽지도, 그렇다고 경직되지도 않았다. 최진철은 그 자신의 현역 시절처럼 적절한 균형을 지키며 팀의 중심을 잡고 있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영웅들이 감독 지휘봉을 잡고 한국 축구계를 이끌고 있다. 홍명보 국가 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황선홍 포항스틸러스 감독,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한국 축구를 이끌어 가는 명장으로 선수 시절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8일 오후 파주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만난 최진철 대한민국 16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 감독의 출발은 어쩌면 조금 늦었다.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김태영 국가대표팀 코치와 함께 2002년 월드컵 대표팀의 스리백을 구성했던 최 감독은 3년 여의 대한축구협회(KFA) 전임지도자 생활을 보낸 끝에 감독 지휘봉을 잡았다.

2011년 현역 은퇴 후 강원FC 코치로 부임했던 최 감독은 감독이 되기 위해 먼 길을 돌았다. 하지만, 최 감독은 "내가 늦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족한 점이 많았고, 이제야 지도자로써 첫 발을 디딜 수 있는 기본을 갖춘 것 같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2014년 4월 출범한 16세 이하 대표팀 감독을 맡아 처음으로 감독 직함을 달았다. 지난 3년 간 KFA 전임 지도자로 일하며 유소년 축구를 위해 헌신했다. 2015년 FIFA U-17 월드컵 본선 진출을 목표로 출범한 최진철호는 4월 12일 프랑스에서 개막하는 2014 몬디알 풋볼 몽테규 대회를 통해 장도에 오른다.

FC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승우(16)와 장결희(16)가 선발되면서 어느 때 보다큰 주목 받고 있는 16세 이하 대표팀의 최 감독을 '풋볼리스트'가 만났다. 감독 경력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최 감독의 각오와 포부를 들어봤다.

풋볼리스트(이하 F): 2008년에 강원FC 코치로 지도자 경력을 시작했는데 이후 프로 무대에서 보이지 않았다. 월드컵 대표 수비수 최진철의 KFA 전임 지도자 변신에 많은 이들이 의아한 시선을 가졌다.

강원FC 코치를 하면서 내 부족한 점을 많이 느꼈다. 내가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프로팀 코치로 있으면서 지도력이나 코칭 하는 법에 대한 한계에 부딪혔다. 스스로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세계축구의 최신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곳이 대한축구협회라고 생각해서 들어와서 일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KFA 전임 지도자가 된지 3년째인데 후회는 없다.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많이 배웠고 느꼈다. 지난 3년은 나 자신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은 시간이었다.

F: 동료 선수들은 이미 프로 감독으로 자리를 잡은 이들이 많다.

내가 늦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분들은 프로 축구라는 높은 곳에서 경험을 쌓고 있지만, 내겐 축구 지도의 기본기를 탄탄하게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나도 프로팀 코치로 3년 간 있었지만 코치로 있었지만, 선수들의 잘못된 습관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유소년 지도를 해보니 알겠더라. 높은 레벨에서 경험하는 것도 좋지만, 유소년 축구 지도자로 육성 시스템을 배우고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코칭의 기본을 익히고, 새롭게 내 자신이 쌓아간다는 기분이 들었다.

F: 16세 대표팀 감독 선임이 꽤 갑작스레 이루어졌다.

지금 이 위치는 다른 KFA 전임 지도자들도 이어 받게 될 자리다. 돌아가면서 기회가 주어질 자리다.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전임 지도자들이 맡았을 것이다. KFA 측에서 골든에이지 프로그램으로 유소년 선수 육성을 체계화하고 있고, 연령별 대표팀의 연속성을 위해 전임 지도자들을 코칭 스태프로 기용하기로 했다. 내가 그 첫 번째라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임 지도자가 연령별 대표팀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엇보다 좋은 성적을 내야 전임 지도자들이 앞으로도 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개인적인 욕심도 있고, 한 번 잘해보고 싶다.

F: 골든 에이지 프로그램의 성과가 나오는 첫 세대가 U-16 대표팀이다.

예전에는 상비군 풀이 어느 정도 13세에서부터 70명에서 150명 선이었다. 골든에이지 프로그램 시행하면서 우리들이 보지 못하던 지방의 구석 구석까지 선수들을 더 찾아내고, 유스 팀이 아닌 일반 클럽에서도 좋은 선수들이 나오고 있다. 그런 선수들을 찾는 목적과 더불어 KFA에서 일관된 육성철학과 시스템으로 우리 어린 선수들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아직 초기라서 힘든 점도 있지만 정착이 된다면 어린 나이대에서 좋은 선수들이 더 많이 발굴될 것으로 기대한다.

F:그 동안 U-16 대표팀은 부진했다. 2회 연속 FIFA U-17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현재 U-16 대표 선수들은 13~14세 때부터 코치로 따라다니면서 파악해왔다. 어려운 점이라면 이 나이대 선수들이 한국 축구의 구조상 굉장히 취약하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가는 나이인데, 고등학교는 주말리그를 시행 중이다. 한국 고교 축구는 2~3학년이 주전 선수로 뛰기 때문에 1학년 뛰는 데 우리 나라 고등학교는 2-3학년 위주로 뛰기에 1학년에 해당하는 16세 이하 선수들은 체력적으로나 경기 감각면에서 굉장히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각 팀 감독들에게 실전 같은 훈련을 부탁하고 있다. 대표팀 소집이 끝나면 개인 과제도 내줘서 체력적인 부분이나 근력 부분에 대한 보강을 실시하고 있다. 전술과 기술 모두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수 있다. 지난 두 번의 U-17 월드컵 본선에 나서지 못한 이유에는 이런 이유도 있다고 본다. 국내 유소년 축구도 중등부와 고등북 아닌 연령별 리그가 생기면 더없이 좋겠지만 아직까진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최대한 이 여건에 맞춰서 준비해야 한다. 다행이 이번 프랑스 초청 대회와 6월 소집 훈련, 멕시코 초청 친선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기에 이 기간에 조직력을 맞추고 경기력을 끌어올릴 생각이다. 여기에 맞춰서 준비해야 한다.

F: 유소년 축구 단계에선 성적보다 육성이 더 중요할 것 같다.

두 가지 목적을 다 가지고 가야한다. U-16 대표팀은 지난 두 번의 월드컵 진출에 실패했기에 결과도 무시할 수 없다. 결과와 육성의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느냐를 고민하고 있다. 선수들이 프랑스에 가서 유럽 선수들과 경쟁 통해서 몸으로 느끼고 머리로 생각할 수 있다면 충분히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8월에는 멕시코 초청대회가 있기에 두 번의 대회 치르고 나면 아시아에서는 경쟁력 있는 팀 될 수 있다고 본다. 9일에는 연령대가 높은 숭실대학교 1~2학년생 선수들과 연습 경기로 유럽 팀과의 대결에 대비할 계획이다.

F: 감독 최진철은 어떤 축구를 구사할 예정인가?

수비출신이지만 수비적인 축구는 하고 싶지 않다. 공격적인 축구를 시도할 것이다. 하지만 수비를 소홀히 해선 안된다. 수비시에는 현대 축구의 트렌드가 그렇듯 11명 전원이 가세해야 한다. 패스를 통해서 템포있는 축구를 하고 싶다.

F: 아무래도 센터백에 대한 노하우가 많아서 수비수를 지도하는 것은 더 수월할 것 같다.

위치선정이나 수비 부분에 있어서 내가 배운 것이 많기에 선수들에게 얘기하기가 편하고, 디테일하게 가르쳐줄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수비수들만 잡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전체적으로 다 봐야한다. 수비에서 공격수로 바로 넘어가는 플레이도 시도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수비수들이 빌드업의 시발점이 되어서 볼의 템포를 높이는 축구를 원한다. 사람의 속도가 아니라 볼의 속도가 빨라져야 경기 속도가 높아진다. 볼의 속도가 경기력의 차이를 유발한다. 빠른 볼 연결로 상대 공간을 어떻게 공략할지를 집중적으로 가르친다.

F: 이제 감독 경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감독 최진철의 지향점은 어디인가?

선수 시절에 대표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듯 감독으로도 대표팀에 대한 꿈이 있다.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빨리 찾아온 것 같다. 연령별 대표팀을 맡게 됐고, 16세 이후 어떤 나이대의 대표팀이든 맡아서 유스 월드컵 무대에 서보고 싶다. 지도자로서 스타트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 볼 생각이다. 우선 아시아 예선을 통과해서 내년에 있을 U-17 월드컵 나가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아시아에선 우승이 당연히 목표이고, 좋은 성적으로 월드컵에 나갈 수 있다면 그 다음 목표를 높게 설정할 수 있을 것 같다.

F: 올해 2014년 브라질월드컵이 열린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가 후배들의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됐다. 대표팀의 성적에 거는 기대도 클 것 같다.

홍명보 감독과 대표팀 코칭스태프, 그리고 23명의 대표 선수들이 한 팀으로 뭉친다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명보형을 믿는다. 한국 축구 전체를 위해서라도 좋은 성적을 내줬으면 좋겠다. 나 역시 2002년 월드컵 이후 2006년 월드컵에 참가했을 때 조별리그에서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전에는 두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인데 2002년 이후에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한국 선수들의 전체 레벨을 올려놨다. 그만큼 우리나라 축구 실력적 면과 정신적인 면이 월드컵 성적에 따라 올라가는 부분이 있다. 분명 월드컵 성적이 좋다면 연령별 대표팀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다.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한다.

인터뷰/사진=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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