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트랙] 승부조작 그 후..복귀자 두고 '온도차'

풋볼리스트 입력 2014. 4. 3. 10:21 수정 2014. 4. 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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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정다워 기자= 승부조작 사건이 터진지 3년이 지났지만, 그 그림자는 여전히 깊다. 징계를 마치고 그라운드로 돌아오는 선수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엇갈리는 모양새다.

K리그 챌린지 고양HiFC의 서포터즈 '알타이르'가 지난 29일부터 온라인 상에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승부조작에 연루됐던 안현식(27)을 방출하라는 내용이다. 이들은 "승부 조작에 가담했던 선수가 다시 그라운드에 복귀하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2,000명을 목표로 하는 이 운동에 3일 현재 650여 명이 서명했다.

지난 3월 고양이 2011년 승부조작으로 징계를 받았던 안현식(27)과 계약을 맺은 게 논란의 발단이다. 4월 초 구단 관계자와 서포터 대표가 직접 만나 대화를 시도했지만, 협의점을 찾지 못했다. 서포터 측은 고양이 안현식과의 계약을 해지하지 않으면 응원을 보이콧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징계 끝났으니 문제될 것 없다"

당시 안현식은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퇴출됐다. 징계 수위는 가장 낮았다. 보호관찰 2년에 사회봉사 200시간이었다. 승부조작에 직접적으로 가담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브로커로부터 받은 제안을 거절했지만, 입막음용으로 200만 원을 수수했다. 브로커가 아니라 승부조작에 가담했던 동료로부터 받은 돈이었다.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온 후 자진신고했다.

징계 기간이 끝났다. 사회봉사 200시간도 채웠다. 연맹으로부터 충분히 자숙하고 반성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K리그로 복귀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연맹의 한 관계자는 "절차 상에 문제는 없다. 연맹에서 내린 징계를 모두 마쳤다. 죄값을 치렀으니 돌아가는 게 맞다. 이제 선수가 살 길을 찾을 수 있는 상황이다. 선수가 준비됐고, 구단이 원한다면 복귀에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승부조작에 가담했던 선수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최순호 대한축구협회 부회장도 이들의 복귀를 반기는 인물이다. 그는 "사건 후 자발적으로 선수들을 만나 회복을 도왔다. 지금 복귀했거나 복귀하려는 선수들은 이미 충분히 반성을 했다. 죄를 뉘우치고 다시 해보려는 의지가 강하다. 법적으로도 하자가 없다. 게다가 이 선수들은 죄질도 낮다. K리그로 돌아오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밝혔다.

고양에서 안현식을 영입한 이유도 명확하다. 고양의 한 관계자는 "다각도로 검토한 결과 팀에 도움이 된다는 결론을 냈다. 죄질이 낮은 데다 반성도 충분히 했다. 게다가 경기에 나갈 몸 상태가 되어 있다. 부상이 있지만 그 동안 몸 관리를 잘 했다. 복귀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제는 기회를 줄 때가 맞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원래 기량도 뛰어난 선수"라고 했다.

거센 여론의 반대

앞에서 말한 대로 고양 서포터 측에서는 안현식의 복귀를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서명운동뿐만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적지 않은 축구 팬들이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고양의 사례처럼 승부조작에 연루됐던 선수를 영입하려는 구단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건 팬들의 반대다. 안현식은 올해 초 전 소속팀이었던 경남FC 입단을 타진했었다. 경남 측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하지만 팬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 구단에서도 영입에 부담을 느꼈다. 결국 계약이 무산됐다.

경남의 한 관계자는 "도의적으로는 영입을 하고 싶었다. 우리 선수였고, 인간적으로도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그 선수의 (승부조작) 가담 수위가 높지 않고, 복귀할 수 있는 요건을 모두 충족시켰다. 계약을 할까 하는 생각이 컸다. 하지만 영입했을 때 우리에게 얼마나 플러스가 되느냐에 대해 고민했다. 생각하니 영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반대를 무릅쓰고 영입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아직까지는 축구 팬들이 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작년 7월에도 승부조작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맹이 일부 가담자에 대한 징계를 경감하려 하자, K리그 각 구단의 팬들은 경기장 안팍에서 강하게 반대했다. 여론에 부담을 느낀 대한축구협회도 결국 이 안건을 폐기했다. 연맹·구단과 팬들의 온도차를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선수들을 품은 구단들

대구FC는 선수를 품은 대표적인 구단이다. 작년 초 조형익을 복귀시켰다. 그는 지난시즌 K리그 클래식 27경기에 출전해 팀의 핵심 선수로 자리 잡았다. 올해에도 K리그 챌린지 2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대구의 한 관계자는 "우리도 부담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팬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그래도 모두 반대만 하는 건 아니다. 비율을 정확하게 따질 수는 없겠지만, 적지 않은 팬들이 이 선수에 대해 다시 애정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렵게 돌아온 만큼 조형익도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있다. 옆에서 지켜보면 정말 애를 많이 쓴다. 한 발이라도 더 뛰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본다. 선수의 마음을 모두 읽을 수는 없지만, 충분히 반성하고 돌아오지 않았나 싶다"라고 밝혔다.

무죄 판결을 받았던 김응진(27)은 부산아이파크에서 뛰고 있다. 안현식과 함께 죄질이 낮았던 오주현(27)도 작년 한 해 동안 제주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다. 이들이 어두운 과거를 털고 새롭게 인생을 시작한 배경에는 구단의 배려가 있었다.

남은 선수들, 복귀 가능할까?

승부조작에 연루됐던 선수 일부는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 작년 여름 연맹이 징계를 경감하려 했던 대상이 바로 그들이다. 보호관찰 3년, 사회봉사 300시간의 징계를 받았던 선수들은 올 여름이면 K리그로 돌아올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최순호 부회장은 "기회를 줘야 한다. 내가 옆에서 그 선수들이 정말 자세히 지켜봤다. 돌아오려는 선수들은 이미 반성을 충분히 했다. 요건을 만족시킨다면 복귀를 막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들은 처음 승부조작이라는 것을 경험했다. 처음인 것을 감안해야 한다. 두 번째, 세 번째는 안 된다. 처음은 다르다"라고 말했다. 연맹 관계자도 "교도소에서도 복역 후 사회로 돌아갈 준비를 시켜준다. 선수들이 벌을 다 받으면 돌아갈 기회를 주는 게 맞지 않나 싶다"며 의견을 같이했다.

문제는 여론이다. 충분한 자숙 기간을 갖고 돌아온다 해도 이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낙인이 찍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경남처럼 영입을 포기하는 팀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남 관계자도 "사실 구단에서는 부담스럽다. 영입하려면 할 수는 있다. 하지만 팬들을 생각해야 한다. 반대하는 목소리가 큰데 이걸 감수하고 감행하는 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승부조작이 드리운 그림자는 여전히 깊이 드리워져 있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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