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이 만든 K리그의 기적'..부천FC 허건, 극적 재계약

풋볼리스트 2014. 2. 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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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김동환 기자= '각본 없는 드라마' 축구에서 나오는 극적인 장면을 묘사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말이다. 그라운드 안팎 펼쳐지는 장면이 축구팬들에게 기쁨과 환희, 눈물 선사하며 오랜 기간 사랑 받는 이유다.

K리그 챌린지 부천FC 1995가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팀 내 공헌도, 기량과 관계 없이 구단과 전 감독의 마찰로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던 한 선수가 팬들의 사랑으로 축구화 끈을 다시 동여맬 수 있게 됐다. 사연의 주인공은 2011년 3부리그 격인 챌린저스리그 시절부터 부천의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빈 허건(26)이다. 부천 서포터스 '헤르메스'가 팬 모금을 통해 연봉을 마련했다.

허건은 지난 세 시즌 동안 부천의 핵심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하지만 시즌 종료 후 예상치 못한 재계약 불가 통지를 받았다. 곽경근 전 감독이 드래프트에서 신인을 대거 선발하고 기존 선수단을 대폭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생된 일이다.

이후 곽경근 전 감독은 선수 선발 비리 의혹으로 해고되었으며, 구단은 곽 전 감독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방출된 허건의 사연이 알려졌지만 재정 상황이 넉넉하지 않은 부천 역시 선뜻 재계약을 할 수 없었다.

상황을 전해들은 부천 팬들과 시민들은 지난 달 25일부터 자체 모금에 나섰다. 일 주일 남짓한 시간 동안 약 2천 6백만원이 모금됐다. 팬들은 모금 금액을 전액 구단에 전달했다. 부천 구단은 3일 허건과 재계약을 추진하기로 방침을 전했다. 물론 불발시에는 모금 금액 전액이 팬들에게 반환된다. 다행히 전망은 밝다. 부천은 "허건 선수와 신속히 재계약을 진행해 오는 5일부터 재개되는 제주도 2차 전지훈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계약서 사인만 남았다.

허건은 2010년 관동대를 졸업한 후 프로의 선택을 받지 못해 내셔널리그를 떠돌았지만, 특유의 성실함으로 자신의 꿈을 키웠다. 가슴 속에 가졌던 '프로'의 꿈을 부천에서 현실로 이뤘다. 지난 시즌 18경기에 출전해 5득점 2도움의 기록으로 땀의 흔적을 남겼다. 열정과 헌신을 평가한 팬들이 허건을 다시 그라운드로 불러내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부천 팬들과 시민들은 "이렇게 훌륭한 팀을 응원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든든하다", "위대한 부천의 기적이다"며 각본 없는 드라마의 성공을 자축했다.

사진-부천FC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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