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트랙] 전지훈련, 'FC코리아'의 다른 이름이었다

류청 2014. 2. 3.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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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LA(미국)] 류청 기자= 홍명보 감독이 3주간의 대표팀 전지훈련에서 원하는 바를 얻었다. 하지만 잃은 것도 있다. 한국 축구는 곧 'FC코리아'라는 공식을 더 공고하게 만들었다.

득- 친선전 '참패'에도 실리 얻었다

친선경기 2패에 대한 비난도 거셌지만, 홍 감독은 바라는 것을 얻었다. '국내파 옥석 '가리기', 이동과 시차변화를 미리 경험하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시뮬레이션이라는 분명한 두 가지 목표를 설정하고, 치밀하게 일정을 계산했다. 홍 감독은 "모든 게 과정이다"라며 "이번 경기 일정은 정확히 월드컵보다 하루씩 휴식 기간이 짧았다"라고 설명했다.

홍 감독이 친선전 결과에 크게 개의치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홍 감독은 경기 결과보다는 상대적으로 이 '좁은 문'을 통과하는 선수들의 능력에 집중하고 있었다. "경기 결과 말고는 아쉬운 게 없다"라며 "결과에 대해 납득을 시킬 수는 없다고 본다. 결과에 대한 비난은 내 몫"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지훈련에 참가한 모든 선수의 데이터를 측정하기 위한 방법을 쓴 셈이다. 결국 홍 감독은 22명의 선수들을 모두 파악하는 데 성공했고, 월드컵에서의 선수단 이동,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확실한 기준을 세웠다.

실- '국내파 딱지'의 유효기간 연장

선발 과정에는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다. 희생도 적지 않았다. 대표팀 전체라기보다 전지훈련에 참가한 선수들 개인에 집중됐다.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월드컵 본선에 참가할 확률이 적은 소위 '국내파'들을 데리고 전지훈련을 하면서 '전훈 무용론'이 제기 됐는데, 비난은 조금 다른 측면으로 들어왔다.

악조건에 던져진 선수들은 친선경기에서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홍 감독이 바란 것은 결과보다는 그 역경을 이겨내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결과가 좋지 않으면서 '역시 국내파;'라는 비난이 나오게 됐고, 모든 비난은 선수들이 떠안게 됐다. 홍 감독은 취임 때부터 국내파, 해외파 구분을 없애려 했지만, 이번 전지훈련으로 그 구분은 더 공고해졌다.

팬들에게 친선경기를 포함한 선발 과정 전체를 공개하면서, 숨겨져 있던 '희생의 과정'이 공개된 것도 문제였다. 결과적으로 전지훈련에 참가한 선수들은 이중고를 겪게 됐다. 제외의 아픔과 원색적인 비난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결과 - 'FC코리아'의 공고화

전지훈련의 파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전지훈련은 하나의 상징이다. 한국 축구는 대표팀, 즉 'FC코리아'가 전부라는 것이다. 홍 감독을 비롯한 거의 모든 지도자들은 "K리그가 한국축구의 젖줄"이라고 하지만, 행동은 이에 반한다. 이번 전지훈련도 마찬가지다. 각 팀의 주축 선수들을 3주간 차출하며 각 구단의 전력에 차질을 줬다.

"대표팀이 살아야 K리그가 산다"는 말은 이제 유효기간이 지났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와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이 K리그에 몰고 온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기대했던 낙수효과는 미미했다. 하지만 이번 전지훈련도 결국 구단이 한국축구발전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대표팀에 협조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뤄진 것이다.

선수 차출과 월드컵에 참가하지 못한 선수들의 심리적 박탈감은 모두 각 구단과 선수들이 책임져야 한다. 이렇게 대표팀이 각 구단에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는 사라져야 한다. '국내파' 선수들이 월드컵에 갈 수 있는 확률이 이렇게 낮은 상황에는 더더욱 긴 전지훈련을 실시할 이유가 없다. 기간이 길수록 구단과 선수가 받는 충격도 커진다.

이번 전지훈련 결과를 비난하는 팬들에게 몇몇 축구인은 '축구는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라고 맞섰다. 그들의 이야기는 옳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축구가 월드컵의 동의어라면 동의할 수 없다. 월드컵은 축구의 동의어가 아니다. 프로축구선수들의 축구를 하는 이유가 월드컵뿐이라면, 리그가 존재할 필요가 없다.

축구선수들의 연봉을 지급하는 주체는 대표팀이 아니라. 프로팀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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