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잠실운동장 매각설, 축구계엔 기회다

2013. 4. 2.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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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가 야구에 밀리는 현실 직시해야

[풋볼리스트] 잠실 종합 운동장을 중국에 매각 추진한다는 보도를 접했다. 만감이 교차한다. 잠실 운동장은 필자에게 참 추억이 많은 곳이다. 당시 선수였던 홍명보 감독을 팬으로 처음 직접 보고 카리스마를 느꼈던 곳이자, 축구가 정말 재미난 스포츠라는걸 새삼 또 느낀 곳이기 때문이다. 아마 다른 많은 독자들도 비슷한 감정을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정들었던 친정(광화문 신문로)를 떠나 강남에 있는 회사에서 일해보니 8-90년대 구름 관중이 있던 프로축구가 망가진 이유가 잠실과 동대문을 버려서 그런 것이 아닌 가 싶은 생각이 든다. 강남권이나 용인, 분당, 하남, 구리에 사는 사람들에게 상암경기장은 (과장을 보태자면) 명왕성이나 해왕성처럼 멀게 느껴진다. 서울 직장인의 절반이 강남권에 있는데 퇴근길에 지하철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두산 롯데 엘지 유니폼을 입은 야구팬 천지다. 축구협회 직원들은 이런 사실을 모를거다. 9시, 10시만 되면 야구 유니폼 입은 팬들의 수가 주위에 엄청나다.

축구협회, 인구 밀집 중심부로 가야 한다

뭐든 흥행을 시키려면 그 중심에서 사람들의 분위기와 흐름을 알아야 한다. 자꾸 외곽으로, 한적한 동네로 가서 일하고 지내면 대한민국의 메인 스트림에서 벗어나게 된다. 대한민국과 서울을 이끄는 메인 스트림은 이제 강남이다. 강남을 중심으로 서울 직장인 반 이상의 삶이 펼쳐진다. 이곳을 따라 각종 상권이 형성된다. 교통망도 강남역, 삼성역, 잠실역을 중심으로 교차하고 있어 매일 유동인구도 엄청나다.

다시 말하면, 강남이 핵심지역이 되었고 그 핵심 지역에서 축구가 계속 열리고 있어야 사람들이 우리 삶의 가까운 곳에 축구가 있다고 인식하게 되고, 그래야만 축구가 한국 사회의 메인 스트림에 다가설 수 있다. 축구가 다시 흥하려면 강남에서도 축구가 매주 열려야 한다. 요즘 축구교실에 자식들을 보내는 부모들이 엄청나게 많다. 사람들의 심중에는 축구에 대한 애정이 있다는 증표다. 문제는 축구장에 가기가 애매하다는 거다. 수원도 그렇고 상암도 그렇고. 이런 사람들을 다 끌어 오려면 교통이 편리하고 접근성이 좋은 곳에서 축구가 열려야 한다. 사무실에서 맘만 먹으면 저녁때 일마치고 금새 갈 수 있는 곳에 축구가 매주 열려야 한다. 축구가 열리는 것이 매주 사람들 눈에 보여야 한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잠실을 다시 써야 한다.

이를테면, 축구협회를 축으로 금융은 후원사인 하나은행이 맡고 건설은 현대산업개발이 중심이 되서 건설사 연합을 만들어 리노베이션을 추진하면 어떨까? 잠실 경기장에 가변식 좌석을 설치해 육상 트랙은 육상인들이 축구 없는 날 쓰게 하고 평소에는 좌석을 펼쳐 축구 전용 구장으로 운영하면 어떨까. 시야각이 안나오면 운동장을 좀 파서 가변 좌석과 육상 트랙을 설치하는 일은 불가능한 일일까? 좌석도 10만까지 필요 없다. 7만 정도만 되게 하고 유럽 스타일 스카이박스도 만들고 패밀리 석도 만들고 좌석간 간격도 편하게 넓히고, 관중들이 잘 볼수 있도록 시야도 개선해서 만들어 보자. 이런 식으로 하면 기본 구조물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서 올림픽 성화봉이나 상징적인 것들을 변경할 필요도 없고 큰 돈도 안들거라고 생각된다.

잠실을 잡아야 한다

문제였던 한국잔디도 양잔디로 바꾸고, 지상 주차장은 지하 주차장으로 다 밀어넣고 그자리에 호텔이나 쇼핑센터, 마트, 컨벤션 센터, 카지노 등등을 만들어 강남의 핵심 위치에 코엑스보다 더 큰 MICE 시설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필요하면 보조 구장도 그냥 없애도 좋다. 잠실 주 경기장만 사용 가능하면 보조 구장에 건물 지어 컨벤션 센터건 오피스건 레지던스건 호텔이건 멋지게 지어서 활용하거나 분양하면 된다. 지금 보조 구장 위치면 정말 최고의 한강 조망권 아닌가? 이런식으로 분양하고 임대료 받으면 충분히 적자 안나게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것이 진정 불가능할 일일까? 정주영 회장은 5백원짜리 지폐의 거북선 보여주고 돈 빌려와 세계 최고의 조선소를 만들어 냈는데 우리라고 왜 안될까? 검토도 제대로 해보지 않고 그냥 안된다고 하면 처음부터 아무것도 못하는 것이고, 큰 꿈을 가지고 진심으로 열심히 해 보면 길이 열리고 작은 꿈이라도 이루는 법이다.

정리하면, 뭐든 장사가 잘 되려면 중심부에서 메인 스트림을 느끼고 있어야 한다. 축구도 핵심지역에서 경기가 열려야 한다. 내 친정인 축구협회도 이제 신문로를 벗어나 강남으로 옮기던지 해야 한다. 지금의 광화문 뒷편 신문로는 연구원들이 세상과 동떨어져 차분하게 연구하는 곳이지 세상을 느끼며 축구를 부흥시켜야 될 사람들이 지낼 자리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잠실 야구장 앞을 강력 추천한다. 매주 야구장을 오가는 사람들을 보면 큰 동기 부여가 될 것이다. 야구는 이렇게 흥행이 잘되는구나,라는걸 피부로 느끼며 살아야 한다. 대중과 함께 호흡할 수 없는 신문로의 좁은 골목길에서 한국 축구의 부흥이나 프로축구의 흥행에 대한 생각이 나올리 만무하다. 이참에 축구협회도 잠실 야구장 앞으로 이전하고 잠실 종합운동장도 인수해 버리면 어떨까. 중국에 내다 파느니 차라리 그게 낫지 않을까.

글=여세진(전 대한축구협회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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