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서울 슈퍼매치로 본 세계의 더비는?

양승남 기자 입력 2012. 4. 3. 06:03 수정 2012. 4. 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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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과 FC서울의 치열했던 2012년 첫 '슈퍼 매치'가 수원의 승리로 끝났다. 수원월드컵경기장에는 역대 최다인 4만5192명의 만원관중이 라이벌전을 즐기며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클럽 축구도 A매치를 능가하는 이슈를 낳고 인기몰이를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라이벌전', 바로 '더비'의 힘이다. 연고가 같은 지역 두 팀의 라이벌전에서 강팀의 자존심을 건 대결로 확대된 '더비'는 축구에 더욱 풍성한 스토리를 제공한다. 축구팬의 눈길을 잡고 역사를 쌓아가는 세계의 더비매치에도 관심이 쏠린다.

■역사와 문화가 담긴 유럽과 남미의 더비

클럽 축구의 역사가 긴 유럽과 남미에는 세계적인 더비 매치들이 수두룩하다. 더비에는 단순한 경기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다. 지역의 정치· 경제·역사·종교 등 사회 문화적인 배경이 함께 녹아 축구에 투영된 경우가 많다.

세계 최고의 더비로 불리는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엘 클라시코'는 스페인의 근현대사를 담고 있다. 카탈루냐 지역의 바르셀로나는 지역 고유의 언어·문화· 풍습을 가지고 스페인의 수도인 마드리드 지역에 대항하며 끊임없이 독립을 추구해왔다. 스페인 리그를 양분하고 있는 두 팀의 뿌리깊은 지역색이 축구에서도 뜨거운 경쟁을 낳았다. 1902년부터 110년째 라이벌 클럽으로 경쟁을 펼쳐온 두 팀은 지난 해부터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와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라는 세계 최고 선수들의 자존심을 건 경쟁까지 더해져 최고의 '고전'으로 역사를 더하고 있다.

남미에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연고지로 하는 보카 주니어스와 리버 플레이트의 라이벌전 '수페르 클라시코'가 있다. 보카주니어스는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팬들이 형성되어 있고 리버 플레이트는 중산층 이상 계층이 팬을 형성하고 있다. 계급적 대립이 심한 두 팀의 팬들은 경기장 밖에서도 충돌이 잦다.

이탈리아 AC밀란과 인터밀란의 '밀라노 더비'는 같은 홈구장을 쓰는 진짜 지역 라이벌 더비다. 두 팀은 같은 경기장을 사용하고 있지만 누구의 홈이냐에 따라서 구장의 명칭이 바뀐다. AC밀란의 홈경기 때에는 산 시로 라는 명칭으로 쓰이며 인터밀란의 홈경기 때에는 '주세페 메아차'라는 이름으로 쓰인다.

스코틀랜드 최대 도시 글래스고를 연고로 하는 셀틱과 레인저스의 '올드펌 더비'는 120여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 최고(最古) 더비매치다.

■수원-서울 맞수대결 '세계 7대더비 맞나?'

수원과 서울의 라이벌전은 2009년 국제축구연맹(FIFA)에서도 '아시아 최고의 더비'로 소개된 K리그의 자랑이다. 이번 슈퍼매치를 앞두고 수원은 서울과의 슈퍼매치가 '세계 20대 더비' 가운데 7번째로 소개된 '세계 7대 더비'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런데 두 팀의 더비가 정말 FIFA에서 공식 인정한 세계 7대 매치일까. 축구팬들은 유럽과 남미에 무수히 많은 더비를 제치고 7대 더비에 속했다는데 자부심을 느끼는 한편 사실 여부에 의문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FIFA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어디에도 '세계 20대 더비'와 수원-서울전이 7대 더비라고 나온 기사는 없다. 다만 '클래식 풋볼'이라는 페이지의 '라이벌'이라는 코너에 수원과 서울의 라이벌전이 소개돼있다. 두 팀의 더비에 대해 '전에는 이웃이었지만 영원한 적으로'(Former neighbours, forever foes)라는 제목을 붙이며 라이벌전의 탄생 배경이 상세히 설명돼 있다.

당시 이 기사를 작성한 FIFA.com의 정훈채 에디터는 "서울-수원의 더비를 소개한 기사를 쓴 건 분명한데 세계 20대 더비를 정하고 순위를 매긴 적은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라이벌 코너가 생긴지 얼마되지 않아 많은 더비가 소개되지 않았는데 수원-서울전이 7번째로 소개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개의 더비가 소개됐는데 서울-수원전이 7번째로 올라있었다는 의미다.

2일 현재 FIFA 홈페이지에는 84개의 더비가 소개돼있고 서울-수원전은 47번째로 올라있다. 포항-울산의 '7번가 더비'도 소개돼있고, 일본과 중국 클럽의 더비도 나온다. 2009년 당시 가장 먼저 소개됐던 세계 최고의 더비 '엘클라시코'는 81번째에 나온다. 2009년 당시 7번째에 소개된 수원-서울 더비가 진짜 7대 더비로 올라서는 것은 앞으로 두 팀과 축구팬이 만들어가야할 숙제다.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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