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함께 온 배구 대표팀, 귀국은 왜 따로따로 하나요

이재상 기자 2016. 8. 1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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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없다고 4차례 나눠, 보호자도 없어 안전 문제 우려 중요한 올림픽에 팀 닥터-통역 없이 출전한 것도 문제
16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지뉴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하계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 대한민국과 네덜란드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대1로 패한 대한민국 여자 배구대표팀이 경기종료 후 고개를 떨군 채 코트를 나서고 있다. 2016.8.17/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리우=뉴스1) 이재상 기자 = 40년 만에 메달 획득에 도전했던 한국 여자배구의 여정이 아쉽게 끝났다. 한국은 전 세계 사령탑들이 한 번쯤 데리고 싶어 하는 김연경(페네르바체)이라는 세계 최고의 선수를 보유하고도 4강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예정보다 일찍 리우 올림픽 일정을 마친 선수들은 이제 귀국길에 오른다. 특이한 것은 선수들이 같이 이동하지 않고 4차례에 걸쳐 나눠 귀국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별도의 보호자 없이 선수들끼리 나눠서 한국으로 돌아간다. 가장 먼저 김수지와 이재영(이상 흥국생명)이 2곳을 경유하는 비행기로 떠나고 소속팀별로 나눠서 귀국할 예정이다.

16명 밖에 안되는 선수단이 따로 귀국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선수의 안전을 책임져주는 사람 한 명 없이 각자 돌아간다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리우올림픽 현장에서 배구대표팀을 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열악하다'는 것이었다. 대한배구협회를 비롯한 많은 이들은 여자 대표팀의 40년 만의 메달 획득을 외쳤지만 실상 지원은 거의 없었다.

단적으로 대표팀은 리우에 감독, 코치, 트레이너, 전력분석원 그리고 선수 12명까지 단 16명 만이 들어왔다. 그 흔한 팀 닥터나 통역조차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AD카드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구기 종목의 부진으로 대한민국 선수단에 배정된 AD카드 자체가 부족했고, 협회는 AD카드가 없는 관계자들을 아예 브라질에 보내지 않았다. 그로 인해 매니저, 트레이너, 코치 등은 네덜란드 전지훈련을 마치고 모두 한국으로 되돌아갔다. 심지어 대한배구협회 관계자들은 아무도 브라질에 오지도 않았다.

한국은 경기에만 집중해도 모자란 시간에 훈련 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고로 어려움을 겪었다. 버스가 이상한 곳으로 가서 훈련 시간에 늦었고, 버스 사고가 나서 차 유리가 깨지는 일도 있었다. 게다 통역이 없어 선수들은 더욱 어려움을 겪었다.

심지어 리우 올림픽 공식 테크니컬 미팅이 끝나고 하는 기자회견에 모 방송사 아나운서가 현장 답사 차 왔다가 통역을 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영어에 능통했던 아나운서는 "재능 기부를 했다"면서 해프닝으로 웃어 넘겼지만 얼마나 협회가 무능하고 지원이 없었는지를 보여주는 씁쓸한 단면이었다.

여기에 전력분석원도 단 한 명이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기본 전력분석 2명에 보조분석 3명이 있다. 우리와 맞붙는 상대와의 기본적인 정보력 싸움에서 뒤질 수 밖에 없었다. 선수들의 투지만 강조할 때는 지났다.

애초 대표팀은 22일 대한민국 선수단이 귀국하는 전세기를 이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8강에서 떨어지면서 계획이 틀어졌고, 최소한의 돌아가는 준비조차 하지 않아 180㎝이 넘는 장신의 선수들이 30시간 가까운 비행시간을 일반석에서 버텨야한다.

한 선수는 "그토록 원했던 4강에 올라가지 못해서 마음이 아픈 데 다들 쫓기듯 가야하니 더 아쉽다"고 했다.

대한배구협회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인천 송림체육관 인근 식당에서 김치찌개로 뒤풀이를 해 많은 지탄을 받았다. 메뉴의 문제가 아니라 무계획이 지적대상이다.

2년 뒤 리우에서도 변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 동안 새로운 대한배구협회장 선거에 정신이 팔려 있던 사이 먼 타지에서 태극낭자들은 제대로 된 지원조차 받지 못하고 외롭게 상대와 싸워야 했다.

alex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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