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리슨, '성폭행 피해 악몽' 이겨내고 女유도 2연패 성공

진중언 기자 입력 2016. 8. 12. 14:38 수정 2016. 8. 1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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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한국시각) 리우올림픽 여자 유도 78㎏급에 금메달을 딴 미국의 카일라 해리슨(26)은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서 감격에 찬 표정을 지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 이어 미국 유도 사상 첫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 해리슨은 “오늘 승리로 성폭행 희생자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해리슨은 4년 전 런던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시상대 위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길고 긴 악몽의 터널을 달려온 끝에 올라선 시상대였다.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난 해리슨은 6세에 유도복을 처음 입었다. 유도 검은띠를 갖고 있던 어머니의 권유였다.

13세에 대니얼 보일이라는 코치의 조련을 받으면서 해리슨은 15세에 전미 챔피언이 됐다. 하지만 해리슨은 보일 코치로부터 끊임없이 성추행을 당했다.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으며 실어증 증세를 보였고,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해리슨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유도장에 가는 게 지옥에 가는 것 같았다"고 했다.

혼자 끙끙 앓던 해리슨은 16세 때 3년 동안 성적 학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친구에게 털어놓았고, 그 친구가 해리슨의 어머니에게 알렸다. 어머니의 신고로 보일 코치는 2007년 징역 10년형에 처했다.

해리슨은 유도를 통해 고통을 이겨내기로 했다. 새 출발을 위해 부모와 함께 보스턴으로 이사 간 그는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였던 미국의 유도 스타 지미 페드로를 새로운 코치로 맞아 매트 위에서 땀을 흘렸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선 현재 종합격투기 스타가 된 론다 로우지(29)의 연습 상대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던 해리슨은 2010년 미국 선수로는 1999년 이후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며 올림픽 금메달 유망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런던올림픽에서 세계 챔피언이 된 해리슨은 재단을 만들어 성폭력 희생자를 도왔다. 그러나 심각한 무릎 부상을 당해 선수생활에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해리슨은 "런던올림픽이 끝나고 우여곡절을 겪었고, 어깨와 무릎, 손 등 여러 군데를 다쳐 고통 속에 살았다"면서 “선수 생활을 마쳐 힘겨움을 벗어버릴까 고민도 했지만, 올림픽 2연패를 차지해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더 유명한 선수가 됐으니 성폭력 희생자 재단 활동에 더 많은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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