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난투사](5)새총, 깡통, 그리고 레이저까지..김종석과 이만수가 당한 관중 표적테러

2013. 1. 3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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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룡 한화 이글스 감독이 해태 타이거즈 감독시절이었던 1997년 6월 29일에 한 관중이 던진 참외를 얻어맞은 것은, 애초 관중이 심판을 겨냥했던 것을 애꿎게 잘못 얻어맞은 경우였다. 하지만 관중이 그라운드 안의 누구를 막론하고 직접 겨냥하는 것은 분명한 신변 위협이자 한 발 더 나가면 표적 테러로 지탄받아 마땅한 노릇이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관중들이 선수나 감독에게 위해를 가하는 방법도 새총이나 물총 같은 짓궂은 장난감 수준에서부터 깡통, 심지어 최근에는 레이저 포인트에 이르기까지 '현대화, 기계화(?)' 돼 왔다.

1990년 야구 판에는 유난히 사건, 사고가 많았고 관중 난동도 극심했던 한 해였다. 관중이 새총으로 쏜 동전에 얻어맞은 김종석이 있었는가 하면, 이만수는 관중이 던진 빈 깡통에 얻어맞고 그 깡통을 관중석이 되던졌다가 관중 난동을 유발하는 일도 있었다.

김종석이 새 총으로 쏜 동전에 맞은 사건

1990년 5월 16일(수요일) 대구구장. 그날은 평일인데도 롯데-삼성전에 관중이 운집(1만 2222명)했다. 9회 초까지 롯데가 6-5로 앞선 가운데 9회 말 무사 1루 상황에서 좌완 김종석이 삼성의 좌타자인 이현택을 상대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볼카운트 2-2에서 김종석이 공을 던지려는 순간, 무슨 작은 물체가 날아와 그의 앞이마를 강타했다. 깜짝 놀란 김종석은 이마를 매만지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롯데 덕아웃에서 곽기수 트레이너가 황급하게 달려 나가 김종석의 이마부위를 살폈다. 쭈그리고 앉아 있는 김종석의 발치에 10원짜리 동전 한 개가 떨어져 있었다.

한 관중이 김종석을 겨냥, 고무 새총 같은 것으로 10원짜리 동전을 얹어 쏘아 맞힌 것이다. 잠시 후 김종석이 일어나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그 사이 경기가 4분간 중단됐다. 롯데 김진영 감독은 안창완을 대신 내보냈다. 그 경기는 롯데가 6-5 그대로 이겼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장난처럼 보이긴 했지만 경기를 하고 있는 특정 선수를 표적으로 삼아 쇠붙이를 날렸다는 점에서 선수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 행위였기 때문이다.

< 일간스포츠 > 의 기사에 따르면 김종석은 당시 "야구하다가 별일 다 겪는다. 야구공은 맞아 봤어도 10원짜리 동전을 맞은 것은 처음이다. 공보다 자근 동전이 더 아팠고 아찔했다."고 말했다.

부산중 고, 한양대를 나온 김종석(49. 현 부산중 감독)은 198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을 받고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 그해 4월 5일 청보 핀토스전에서 데뷔전을 치렀다(2⅓이닝 1자책점). 김종석은 이어 4월 10일 OB와의 부산 홈경기에 선발로 등판, OB의 에이스인 계형철과 맞대결해 2피안타, 2-0으로 완봉승,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던 투수였다. 그 승리가 그의 그해 유일한 승리(4패)여서 유감스럽긴 했지만.

1993년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접었던 그는 6년 통산 96게임에 주로 선발로 출장, 6승(2완봉승) 23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69를 기록했다.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을 비롯해, 백인호 박철우(이상 해태), 노찬엽(LG) 등이 그의 동기생들이다.

현재 모교인 부산중 감독으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종석은 그 때의 일을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주자를 두고 셋트(셋 포지션)에 들어가려고 발을 모으고 있는데, 호흡을 가다듬는 순간 모자 창 위 이마 부분에 뭔가가 딱 때렸다. 머리가 '띵'했다. 그 바람에 발을 빼고 타임 걸었는데 받아주기에 머리를 잡고 주저앉았다. 머리를 숙인 채 앉아보니 10원짜리 동전이 바로 앞에 떨어져 있었다."

김종석의 증언은 좀 더 이어진다. "그 동전은 거리가 짧은 데서 누군가 손으로 던진 것이 아니었다. 먼데서 속도가 붙어 내 이마를 맞춘 것이다. 찰나에 머리로 들이받은 셈인데, 상처는 나지 않았고 날아오는 속도로 봐서 새총 같은 걸로 날렸을 것이다. 사람이 그냥 던졌다면 별로 충격이 없을 것이다. 공을 못 던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감독이 바꿔줬다."

아직도 완전히 근절된 것은 아니지만, 예전같은 지저분한 선수 위협이 거의 사라지긴 했다. 김종석은 그 때 그 시절에 대해 "관중 난동이 심할 때였다. 구장마다 불펜이 따로 마련돼 있는 게 아니었으므로 1루 뒤에서 몸을 풀고 있으면 음식 국물 같은 오물을 많이 뒤집어썼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만수, 관중이 던진 깡통을 되돌려 줬다가 호되게 경치다

1990년 5월 29일, 대구에서 열렸던 해태-삼성전 도중 한 관중이 던진 빈 깡통에 이만수가 얻어맞았다. 관중들은 그날 삼성이 해태에 이끌리며 7회 초까지 2-8로 뒤지자 야유와 함께 간헐적으로 음료수 깡통을 던져 경기장 분위기가 거칠어졌다.

7회 말 이만수가 투수 앞 땅볼로 맥없이 물러나자 급기야 1루 쪽에서 빈 깡통이 날아와 이만수의 몸에 맞췄다. 순간, 울화가 치민 이만수가 그 깡통을 집어 1루 쪽 관중석으로 되던졌다. 관중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그라운드에 음료수 깡통이나 생수통 따위를 마구 날렸다. 그 바람에 경기가 5분간이나 중단됐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분노를 삭이지 못한 300여명의 관중들이 이만수를 성토하며 스탠드에서 방화를 하고 오물을 던지는 등 계속 소동을 벌이자 경찰이 최루탄 10발을 쏘아 겨우 해산시켰다.

워낙 관중들의 반발이 거셌던 탓인지 삼성 구단은 이만수에게 자체 중징계를 내려 벌금 300만 원과 아울러 5월 30일부터 무기한 출장정지를 매겼다. 그러나 삼성은 12일 만에 징계를 풀어줘 이만수는 6월 10일 LG전부터 다시 출장했다. 이만수를 포함한 삼성 선수들은 사건 다음 날인 5월 30일 대구 경기에 앞서 그라운드로 나가 관중들을 향해 모자를 벗고 사죄의 인사를 했다.

공교롭게도 삼성은 이만수가 결장한 사이 8연승을 거두었으나 복귀한 뒤에는 3연패에 빠졌고, 이만수를 배제한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올려 이만수를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이만수는 그 해 1982년 데뷔 이래 가장 많은 26홈런을 기록했다(홈런 순위 2위. 1위는 빙그레 장종훈의 28홈런).

이만수 감독, 이번엔 레이저 포인터 표적테러

이만수 SK 감독은 2012년 9월 19일에는 관중이 쏜 레이저 포인트를 얼굴에 맞는 아찔한 일도 겪었다.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던 SK와 롯데의 경기가 막 끝난 직후 이만수 감독이 선수들을 맞이하는 대목에서 관중석에서 누군가가 그의 얼굴을 향해 레이저 포인터를 쏜 것이다. 그날은 롯데가 SK에 0-7로 영봉패를 당해 2위 자리를 SK에 내주고 3위로 내려 앉은 날이었다. 승리를 거둔 SK 선수단이 하이파이브를 나누던 도중 녹색 레이저 포인터가 이만수 감독의 얼굴을 직접 겨냥했다. SK 선수들이 놀란 표정으로 1루 쪽 관중석을 가리키는 모습도 보였다. 이 감독의 얼굴에 초점을 맞춘 레이저는 TV 중계화면을 탔다. 녹색 동그라미가 이 감독의 얼굴에 선명하게 찍혔다.

레이저는 가느다란 광선에 에너지가 집중된 빛의 증폭이기 때문에 직접 피부에 쬐면 위험할 수 있다. 강력한 레이저는 외과수술을 할 때 메스 대신 쓰일 정도로 투과력과 파괴력이 높다. 사직구장 1루 쪽 관중석에서 쏘아진 녹색 레이저 광선은 다행히 이 감독의 이마 쪽을 비춰 큰 이상은 없었다. 하지만 만약 레이저 광선이 눈에 닿는다면 망막에 화상을 입어 자칫 시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위험한 행위였다.

/OSEN 선임기자< 사진 > 동전을 이마에 맞고 자리에 주저앉은 김종석, 이만수가 관중석에 되던진 깡통으로 관중 난동이 일어난 다음 삼성 선수들이 관중석에 사죄의 인사를 하는 모습, 그리고 이만수 감독의 얼굴을 겨냥한 레이저 포인터.(김종석과 이만수 깡통 되돌려준 사건의 사진 제공=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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