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인터뷰] 주키치, LG 재계약 이유.."돈보다 행복 우선"

입력 2013. 1. 30. 13:49 수정 2013. 1. 30.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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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사이판) 서민교 기자] 프로야구에서 줄무늬 유니폼이 가장 잘 어울리는 외국선수. LG 트윈스의 에이스 벤자민 주키치다. 어느새 트윈스 밥을 먹은지 3년차다. 주키치는 LG의 '효자용병'이다.

30일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사이판에서 만난 주키치는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채 나타났다. 몸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뜨거운 사이판 땡볕에서 11일째 강도 높은 전지훈련을 소화한 티가 난다.

주키치에게 LG 트윈스의 의미는 특별했다. 왜 다른 해외리그 러브콜을 뿌리치고 줄무늬 유니폼을 고집했는지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 후반기 체력 걱정 마!

주키치는 올해 캠프를 위해 미국서 몸을 만들었다. 주 5일은 꾸준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고, 6~8주 동안 캐치볼 등 피칭 훈련으로 개인적으로 기초체력훈련을 했다. 주키치는 "올해 느낌이 아주 좋다. 캠프에 오기 전부터 훈련을 많이 해서 준비가 다 돼 있었다. 작년하곤 비교가 되지 않는다. 캠프에서 모든 훈련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고 했다. 오히려 "하체 훈련을 조금밖에 못하고 합류한 게 아쉽다"고 울상이다.

주키치는 지난 20일 본진과 함께 전지훈련에 합류했다. 레다메스 리즈와 함께 한국에서부터 본진과 동행했다. LG의 소속감을 볼 수 있는 대목. 전지훈련 내내 요령도 피우지 않았다. 뛰고 또 뛰는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모두 소화하고 있다. 힘들 법도 한데 불평은 없다.

주키치는 웃으며 "올해 캠프는 굉장히 인상적"이라고 했다. 이어 "작년과 비교해 수비 훈련이 정말 많아졌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투수와 야수 모두 소화를 잘하고 있어 팀 승리에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주키치가 기초체력훈련에 유독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지난해 후반기 떨어진 페이스를 만회하기 위해서다. 두 번의 실수는 없다는 것이 주키치의 설명이다. "작년에 전반기는 좋았지만 후반기는 부진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난 항상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공이 좋지 않았다. 작년에 한 번 경험을 했다. 이제 안다. 올해 만약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컨트롤할 수 있다." 주키치라서 왠지 믿음이 간다.

▲ LG에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

지난 시즌 중 주키치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일본프로야구에서 러브콜이 쇄도했다. 주키치의 등판을 직접 보기 위해 일본 스카우트들이 파견되기까지 했다. 오릭스는 적극적으로 영입 리스트에 올리기도 했다. 시즌을 마친 뒤에도 불안감은 이어졌다. 재계약이 늦어지면서 LG행이 물건너 간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그러나 주키치는 지난 4일 총액 37만5000달러에 사인을 하고 잔류했다.

LG와의 끈끈한 유대감이 주키치를 사로잡았다. 주키치는 "일본에서 러브콜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나한텐 돈보다 가족, 행복이 더 소중하다. LG는 구단과 팀 동료들, 팬들이 모두 정말 잘해준다. LG에 대한 소속감이 컸다. 가족과 상의를 한 끝에 남기로 결정했다. 가족도 좋아한다"고 재계약 이유를 설명했다.

LG는 주키치에게 이미 가족이었다. 팬들이 왜 주키치에 진진한 애정을 보내는지 알만하다. 그래서 '효자용병'이라 불린다. 주키치는 '효자'라는 단어를 몰랐다. 의미를 전해 들은 주키치는 "구단에서 돈을 받는데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라며 웃었다.

▲ 프로 중에 프로

주키치는 평소 과묵한 성격이다. 매사에 진지하다. 장난끼 넘치는 리즈와 정반대의 성격이다. 어찌보면 까칠할 수도 있는 이미지다. 그래서 더 프로답다. 국내에서도 프로 정신이 투철하기로 소문났다. 훈련 시간에는 잠깐의 틈을 노린 꼬마 팬의 사진 촬영도 "에프터 트레이닝"이라며 정중히 거절이다. 철저한 자기 관리 때문이다.

LG 구단관계자도 "주키치는 정말 프로다. 공사가 확실하다. 훈련 시간에 다른 것을 하는 것은 용납하지 못한다. 훈련이 끝난 뒤에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시즌 중에도 마찬가지다"라고 칭찬일색이다.

필드 위에선 야구밖에 모르는 주키치는 야구장 밖으로 나가면 가정적인 남자로 돌변한다. 가족을 끔찍이 아낀다. 술도 즐기지 않는다. 주키치는 "난 술을 마시고 많이 취하고 이런 것이 싫다. 그냥 가족과 함께 있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주키치의 독특한 스타일도 이슈가 되곤 한다. 얌전(?)할 것만 같은 주키치의 도발적인 변신이 신선하기 때문. 지난 시즌 중에도 갑자기 삭발을 하거나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기도 하는 등 은근히 스타일 변화가 많다.

여기에는 숨은 아내의 코치도 있었다. 주키치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라며 웃은 뒤 "그냥 더워서 빡빡 깎거나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것뿐이다. 와이프가 이렇게 하면 어떻겠냐고 얘기를 하면 그냥 그대로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 목표는 '12승+PS'

주키치는 LG에서 2년간 두 자릿수 승수를 채웠다. 2011시즌 10승(8패)에 이어 2012시즌 1승을 추가해 11승(8패)을 했다. 평균자책점도 3점대를 유지하며 2011시즌 3.60에서 3.45로 낮췄다.

주키치는 올해 특별한 목표를 세운 것은 없다. 단지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승리를 하고, 매년 더 발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구체적인 수치를 묻자 "이번엔 작년보다 나은 12승을 하겠다"고 했다.

주키치의 목표 달성을 위한 든든한 불펜도 보강됐다. 정현욱의 합류로 선발진의 부담이 줄었다. 주키치도 공감했다. "지난 시즌에는 몇몇 투수들이 부상을 당하면서 성적도 떨어졌다. 올해는 불펜이 보강이 많이 돼 그런 부분을 많이 채워줄 것 같다." 반면 "4, 5선발이 잘해줘야 좋은 성적이 가능하다"고 보태기도 했다. LG의 불안 요소를 콕 찝은 것이다.

그러나 에이스로서 특별한 부담감과 책임감은 없다는 것이 주키치의 생각이다. 주키치는 "절대로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은 없다"라고 단호하게 말한 뒤 "어차피 개막전 선발을 제외하면 1~5선발이 로테이션을 한다. 우리 4, 5선발이 상대 에이스를 만날 수도 있다. 모두가 마운드에서 내가 최고라는 마음으로 던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주키치는 지난 2년 동안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하고 일찍 짐을 챙겼다. 아쉬운 마음은 분명 크다. 주키치는 "내가 있는 팀이 포스트시즌에 별로 나간 적이 없다"며 초연하게 말하더니, 이내 "사실 상당히 기분이 나쁘고 아쉽다. 당연히 올라가고 싶다. 다른 때보다 수비 연습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는 충분히 기회가 올 것이다"라며 마음 속 감춰둔 가을야구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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