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박재홍'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입력 2013. 1. 25. 06:03 수정 2013. 1. 25.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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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리틀 쿠바' 박재홍이 우리 곁을 떠나간다.

박재홍의 숙원이었던 300홈런 300도루 기록 도전의 바톤을 이어받을 후보는 누가 있을까. 가능성을 가진 선수들은 있지만 냉정히 말해서 현실성은 떨어진다. 우리는 전무후무한, 그리고 호타준족의 상징이었던 한 선수와 이렇게 이별하게 됐다.

박재홍은 지난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은퇴를 선언했다. 많은 금자탑을 쌓은 선수 생활이었다. 데뷔 첫 해 30홈런과 36도루를 기록하는 파란을 일으키며 신인왕을 수상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후 통산 17년 동안 현대-KIA-SK 세 팀에서 활약하며 수차례 우승을 경험했다. 지난해에는 프로통산 7번째 300홈런과 5번째 3000루타라는 기념비적인 이정표도 세웠다. 특히 현역 동안 기록한 세 번의 30홈런 30도루는 앞으로도 깨기 쉽지 않은 특별한 기록이다.

그렇지만 현역 의지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자의 반 타의반'으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게 된 만큼 아쉬움은 크다. 무엇보다 숙원이었던 '300홈런-300도루' 클럽에 도루 33개만을 남겨두고 여정을 마무리하게 된 것은 박재홍 뿐만 아니라 많은 야구팬들에게도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결국 '300-300'은 프로야구 사상 전인미답의 기록으로 남고 말았다. 그만큼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이다.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후보자는 극소수다. 장타력과 빠른발이라는 두 가지 무기를 오랜 기간 동안 유지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8명, 일본에는 단 2명만이 이 고지를 밟았다.

이제 공은 후배들에게 넘어왔다. 그렇지만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 현재 현역 선수 중에는 '300-300'에 근접한 선수는 없다. '200-200' 달성자도 없다. 그나마 '200-200' 기록에 가장 근접한 선수는 136홈런과 270도루를 기록하고 있는 박용택(34, LG)이다. 지난해에도 30도루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빠른 발을 자랑하고 있기에 300도루 클럽 가입은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연평균 12.4개를 치고 있는 홈런 개수가 부족하다. 300홈런까지 남은 164개를 치기 위해서는 산술적으로 13년 정도 선수 생활을 더 지속해야한다는 결론인데, 현재 나이를 감안하면 어려운 길이다. 309홈런 165도루를 기록 중인 송지만(40,넥센)도 기록적으로는 가장 근접해있다. 그러나 현역으로 뛸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떠올리면, 135도루를 더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언급한 선수들 외에 현역 선수 중 200도루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이대형(LG), 이종욱(두산) 정근우(SK), 김주찬(KIA)은 홈런타자의 유형과는 거리가 먼 선수들이고, 200홈런 이상 타자들 중에도 빠른 발을 자랑하는 선수를 찾기가 힘들다.

범위를 '100-100'으로 좁혀 봐도 목표는 요원하다. LG의 이진영(136홈런-96도루)과 정성훈(127홈런-86도루)과 SK의 최정(126홈런-88도루)이 그나마 가장 '100-100'에 근접한 선수들이다. 결국 딜레마는 장타력과 빠른발의 균형감을 고르게 갖추고 있는 툴 플레이어가 또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누적 기록이 아닌 가능성만을 놓고 보면 최정(26)이 단연 돋보인다. 지난해 SK 역사상 최초의 20-20클럽 고지에 올랐던 최정은 가장 고른 홈런-도루 페이스를 자랑하고 있다. 나이도 아직 20대인데, 기록 페이스는 가장 빠르다. 각각 연평균 15.8개와 11개인 홈런-도루 페이스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면 '200-200'을 넘어 '300-300'클럽을 노려 볼만하다.

지난해 프로야구에는 최정을 포함해 3명의 선수가 20-20클럽에 가입했다. 나머지 두명은 넥센의 쌍포 강정호(26)와 박병호(27)다. 지난해 나란히 생애 첫 20-20클럽을 경험한 두 선수는 2011년까지는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한 적이 없을 정도로 발에는 특별한 강점이 없던 유형이었다. 그러나 염경엽 넥센 감독의 적극적인 지도와 주문하에 깜짝 주인공이 됐다. 도루에 눈을 떴지만 원래 발이 빠른 유형이 아닌데다 아직 누적 기록도 떨어지는 편이다. 강정호는 지난해까지 77홈런 33도루, 박병호는 68홈런 31도루를 기록했다.

결국 모든 후보를 따져 봐도, 새삼 박재홍의 위대했던 시간이 더욱 돋보일 뿐이다. 한국야구는 박재홍과 같은 최고의 '호타준족'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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