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연일 저득점 속출 왜?

김지섭기자 2013. 1. 2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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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초룰 없어진 코트 연일 '골 가뭄'선수들 기량도 떨어져.. 타이트한 일정도 원인

프로농구에서 50점대 경기가 쏟아지고 있다. 여자농구도 아닌 남자농구에서다.

프로농구가 출범한 1997년 평균 득점은 95.5점이었지만 이후 계속 하락했다. 올 시즌은 21일 현재 72.7점으로 최저 평균 득점을 경신한 상태다. KCC가 8차례로 가장 많은 50점대 경기를 했고, 삼성과 오리온스는 각각 6차례로 뒤를 이었다. 모비스, 동부, LG, SK, KT, KGC인삼공사 역시 한 차례씩 기록했다. 전자랜드를 제외한 9개 팀이 저득점 경기를 펼친 것이다.

또 40점대 경기는 KCC, LG, 오리온스가 한 번씩 했다.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진 하반기에 돌입한 만큼 저득점 경기는 더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새로 도입한 수비자 3초 룰 폐지로 직격타

한국농구연맹(KBL)은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비자 3초 룰을 폐지했다. 그 동안 KBL은 미국프로농구(NBA)처럼 수비수가 페인트존에 3초 이상 머물 수 없도록 제한했지만 선수들이 3초 룰이 없는 국제대회에서 더 나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결국 바뀐 규정은 저득점 심화 현상을 낳았다. 3초 룰 폐지로 골밑이 빡빡해지면서 1대1 골밑 공격 효율성이 떨어졌다. 확실한 골밑 득점이 줄어드니 전체적인 득점 역시 적어진 것이다. 또 이충희, 문경은 같은 슈터가 나오길 기대했지만 역효과만 나타났다. 문태종(전자랜드), 조성민(KT) 정도를 제외하면 슈터가 없다. 3점슛 성공률은 33.2%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추승균 KCC 코치는 "포스트에 많은 선수가 몰려 확률 높은 골밑 공격이 아닌 외곽슛 위주로 풀어가니 슛이 안 터질 때는 답답한 경기가 이어진다"면서 "3초 룰 폐지가 이어지면 다음 시즌에도 저득점 경기가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희 KBS 해설위원 역시 "슛 시도 횟수 자체는 예전과 비슷한데 밖에서만 슛을 던지니 적중률이 확연히 떨어진다"며 "처음 3초 룰 폐지를 겪은 만큼 다음 번에는 시즌을 준비할 때 선수들이 1대1 기술을 키우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력 분석 업(UP), 개인 능력 다운(DOWN)

프로농구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전력 분석의 비중이 커졌다. 각 팀마다 전력 분석원을 두고 상대 전력을 꾸준히 체크하고 대비책을 연구한다. 각 팀의 전술은 3라운드만 지나면 모두 파악된다. 예를 들면 한 선수가 10번 돌파를 하면 오른쪽으로 몇 번, 왼쪽으로 몇 번 움직이는지 분석하고 자주 움직이는 쪽으로 미리 무게 중심을 두고 수비한다.

이상범 KGC인삼공사 감독은 "농구대잔치나 프로 초창기에는 전력 분석이 지금처럼 과학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현재는 파트마다 세분화 돼 선수들의 동선 파악이 다 가능하다"고 밝혔다.

전력 분석은 점점 잘 이뤄지고 있는 반면 선수 개인 능력은 오히려 예전만 못하다. 외국인 선수들 또한 자유계약 시절 당시의 수준보다 기량이 확연히 처진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국내 선수가 안 풀릴 때는 외국인 선수가 득점을 해줘야 하는데 이마저도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이상범 감독은 "요즘 선수들은 전술에만 맞춰 수동적으로 움직인다. 모든 것이 준비한 대로만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상황에 맞춰 능동적으로 풀어가야 하는데 그럴 선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강동희 동부 감독은 "요즘 선수들은 절박함이 떨어진 것 아닌가 싶다. 스스로 개인 훈련하는 시간이 적다"고 아쉬워했다.

▲타이트한 경기 일정 체력 저하

국내프로농구 정규리그는 6라운드로 10개 팀이 팀 별로 54경기를 치른다. 일본리그 JBL이 36경기, 중국 CBA가 32경기를 소화하는 것을 보면 경기 수가 많다. 82경기를 하는 미국프로농구(NBA)보다 적지만 NBA는 선수들의 기량이나 선수 기용 폭이 국내와 비교하기 힘들다.

빡빡한 경기 일정에 따른 체력 저하가 경기력 하락으로 이어진다. 하루 걸러 하루 경기를 하는 일명 '퐁당퐁당' 일정이 즐비하고 연전도 잦다. 가뜩이나 선수도 부족한데 부상 위험에도 쉽게 노출된다.

이상범 감독은 "시즌 초반에는 괜찮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져 결국 바닥난다.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 경기 수를 조절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도고에서 신기성과 김승현 등 특급 가드들을 길러낸 송기화 선생은 "6라운드는 너무 많다. 라운드를 줄이고 NBA처럼 쿼터를 10분에서 12분으로 늘리는 것도 괜찮다. 48분을 뛰려면 선수를 골고루 기용할 수밖에 없어 주전 의존도를 낮출 수 있고, 식스맨들의 기량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김지섭기자 onion@s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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