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어라운지] 대한항공의 삼성전 패배가 더 씁쓸했던 이유

조회수 2013. 1. 18. 09: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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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탑 교체라는 극약 처방의 효과는 없었다.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신영철 감독을 경질했던 대한항공이 삼성화재에 완패하며 4라운드의 첫 발을 무겁게 내딛었다.

대한항공은 지난 17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2-2013시즌 NH농협 V리그 4라운드 첫 경기에서 삼성화재를 맞아 범실 28개를 기록한 끝에 단 한 세트도 빼앗지 못하며 0-3(24-26, 13-25, 25-27)으로 완패했다. 올 시즌 16경기에서 13승을 거두며 단독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삼성화재는 분명 쉽게 넘기 힘든 상대였지만 그것과 별개로 대한항공의 모습은 너무나 무기력했다.

특히 이날 경기는 신영철 감독을 대신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김종민 감독대행의 데뷔전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감독 경험이 전무한 가운데,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올스타브레이크 동안 어떻게, 얼마나 팀을 다잡았는지 모두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1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종전과 비교해 나아진 점은 보이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삼성화재를 맞아 1, 3세트에서 듀스 접전을 펼쳤지만 냉정한 말로 지금의 대한항공에게 삼성화재는 넘기 힘든 벽으로 보였다. 더 납득할 수 없었던 부분은 경기 후 경기에 지고도 분하거나 억울한 모습을 좀처럼 찾아 볼 수 없었던 김종민 감독대행의 기자회견 모습이었다. "첫 경기라 정신이 없었다"는 그의 말처럼 하루 아침에 감독이 돼 모든 게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데뷔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 감독대행은 "4라운드에서 4승1패를 목표로 삼았는데 벌써 1패를 했네요"라며 가벼운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3년 전 진준택 감독을 떠나보낸 뒤 연승을 달린 것처럼 구단의 기대도 있을 것 같다는 질문에도 "아직 구단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듣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기대를 하지 않겠느냐"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공식 석상에서 보여지는 웃음의 의미는 여러 가지일 수 있다. 속은 부글부글 끓지만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이기 위한 것일 수도 있고, 보는 이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기존 감독을 내칠 만큼 위기에 빠진 팀의 수장으로 처음 나선 가운데 패배를 받아들이는 모습치고는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태연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다.

신영철 감독의 뒤를 이어 갑작스레 지휘봉을 넘겨받으면서 김 대행 역시 여러 노력을 기울였던 건 사실이다. 특히 자신이 잘 하지 못해 오랫동안 함께 한 신영철 감독이 떠났다는 죄책감 아닌 죄책감에 시달린 '주장' 김학민을 다독이는가 하면 선수들과 함께 술도 한 잔 기울이면서 많은 이야기를 통해 분위기를 추슬렀다. 스스로 판단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의 힐링을 진행했다.

그러나 지금 대한항공에 필요한 건 부드러운 리더십보다는 선수들의 전투 의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 카리스마일 수 있다. 초보 사령탑이든 경험 많은 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 감독이든 경기를 하다보면 언제든 질 수 있는 게 프로다. 하지만 경기에 지고도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든 웃음을 eLF 수 있는 감독은 많지 않다. 프로는 말 그대로 전쟁터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뒤이어 기자회견실에 들어선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의 말과 모습은 사뭇 대조적이었다. 몇 번의 고비를 넘기고 결국 3-0 완승으로 경기를 끝낸 신 감독은 상기된 표정으로 자리에 앉으며 "시원한 맥주 한 잔이라도 하면서 인터뷰를 진행했으면 좋겠다. 목이 탄다"는 말로 1승을 위해 느꼈던 스트레스와 긴장감을 표현했다. 지금 대한항공에 필요한 건 감독 교체의 효과 여부를 떠나 바로 이런 독한 마음가짐과 자세일 수 있다.

OSEN 이두원 기자 nomad7981@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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