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거부권 없던 추신수, 가시밭길 예고

2012. 12. 1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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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최종욱 기자] '추추트레인' 추신수(30)가 빨간 모자를 쓴다.

추신수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신시내티 레즈,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등 3개 구단이 실시한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클리블랜드를 떠나 신시내티 유니폼을 입게 됐다. 지난 2000년 시애틀 매리너스 입단 후 두 번째 트레이드다.

추신수는 클리블랜드를 떠난다면 '이기는 팀'에서 뛰고 싶다는 바람이 현실화됐다. 신시내티는 2012시즌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우승을 차지한 팀으로 2013시즌에는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강팀이다.

하지만 추신수의 이번 트레이드는 개운치 않은 구석이 있다. 신시내티는 추신수를 중견수 겸 1번타자로 기용할 방침이다. 1번타자는 추신수에게 낯설지 않은 역할이지만 중견수 수비는 그렇지 않다. 추신수는 클리블랜드 시절 줄곧 우익수로 활약했다. 우익수 수비력을 인정받아 2012년 아메리칸리그 골든글러브 후보에도 올랐다. 반면 중견수(10경기)와 좌익수(58경기) 수비 경험은 많지 않다.

특히 추신수는 2013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FA) 신분을 획득한다. FA를 앞둔 선수는 팀을 옮기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새로운 환경, 낯선 투수와 상대할 경우 타격 성적에 좋지 못한 영향을 끼쳐 몸값이 떨어질 우려가 있어서다.

하지만 추신수는 FA를 1년 앞두고 내셔널리그 중부지구로 떠났다. 더욱이 수비 포지션도 우익수가 아닌 중견수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 수비에 필요 이상의 신경을 쓰다 보면 타석에서의 집중력이 흐트러질 수가 있다. FA를 앞둔 상황에서 좋지 않은 상황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추신수는 왜 신시내티로 팀을 옮겼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추신수에겐 트레이드 거부권이 없다. 신시내티로의 트레이드를 거부하고 싶어도 그럴 권리가 없었다.

메이저리그 스타들은 구단이 임의대로 선수를 트레이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계약서에 '트레이드 거부권' 조항을 넣는다. 우승을 위해 1~2년간 '반짝 투자'한 뒤 주축 선수들을 대거 타 팀으로 트레이드하는 구단의 행태를 막기 위한 조치다.

물론 장기 계약 후 연봉 값을 못하는 선수들로 인해 구단의 자금 사정이 묶이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메이저리그 구단은 트레이드 거부권을 계약서에 넣는 것을 꺼린다. 류현진 역시 LA 다저스와 입단 계약서에 트레이드 거부권 조항을 첨부하는데 실패했다.

추신수는 지난 7월 30일(한국시각)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트레이드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내겐 트레이드 거부권이 없다. 만약 팀이 트레이드를 결정한다면 따라야 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뛰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자신에게는 트레이드를 거부할 권리가 없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클리블랜드가 추신수를 트레이드할 경우 구단 입맛에 맞는 최상의 카드를 제시한 팀과 거래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추신수가 팀을 옮길 경우 가장 좋은 선택은 같은 지구에 속한 팀으로의 이동이다. 올 겨울 스토브리그에서 외야수 영입을 시도하고 있는 디트로이트가 대표적이다. 차선책은 아메리칸리그 내 구단이다. 실제로 텍사스, 보스턴, 양키스 등 아메리칸리그 강팀들이 추신수를 노렸다.

하지만 클리블랜드의 선택은 신시내티였다. 클리블랜드는 추신수 트레이드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카드로 이번 삼각 트레이드를 선택했다. 그들은 이번 트레이드로 선발 유망주 트레버 바우어, 발 빠른 외야수 드류 스텁스, 그리고 맷 앨버스와 브라이언 쇼를 얻었다. 계약 만료가 1년 남은 추신수의 트레이드를 통해 비교적 좋은 선수들을 획득한 것이다.

추신수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신시내티 유니폼을 입게 됐다. 2013년에는 낯선 환경에서 야구를 하게 된 것이다. 내셔널리그 투수들을 분석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상대 투수의 견제뿐 아니라 중견수 수비 포지션 및 경기장 적응 등 보이지 않는 적과도 싸워야 한다. 2013시즌 종료 후 FA 대박을 노리는 추신수로서는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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