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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jury Time-2위 감독도 물러나는 불편한 진실

출처 다음스포츠 | 입력 2012.12.12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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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또 한 명의 K리그 감독이 옷을 벗었다. 이흥실 전북 현대 감독이다. 전북은 12일 보도 자료를 통해 이 감독 대행이 사임한다고 밝혔다.

이 감독이 물러난 이유는 2012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조별 라운드 탈락한 것과 2012 K리그에서 우승하지 못한 것 때문으로 보인다. 또 '대행'이란 꼬리표를 달고 팀을 이끈다는 게 쉽지 않다는 점도 사임의 한 이유로 풀이할 수 있다.

여기서 생각해볼 대목은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 라운드 탈락과 정규 리그 2연패 달성 실패가 '성적 부진'이란 책임을 져야 할 정도인가다. 전북은 올 시즌 정규 리그에서 2위를 차지하며 여전한 세를 과시했다. 더해 다음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도 따냈다. 비록 우승은 차지하지 못했지만 보다 더 중요한 '꾸준한 강팀'의 모습을 K리그 2위라는 성적으로 입증한 셈이다.

그런 팀을 이끈 사령탑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물러난다는 것이 쉽게 납득할 수 없다. 더군다나 이 감독 대행은 전권을 쥔 감독이 아니다. 내년 6월 이후 복귀가 예정돼 있는 최강희 A대표팀이 잠시 비운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사람이다. 물론 그것이 모든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면책 특권은 아니지만, 적어도 성적 부진이란 책임을 스스로 지고 물러나야 할 정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감독 대행은 성적 부진이란 미명 아래 옷을 벗었다. 16개 팀 중 2위를 차지한 감독도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으로, 지나친 성적 지상주의가 K리그를 휘감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올 시즌 K리그가 끝난 후 여기저기서 감독 교체라는 칼바람이 불고 있다. K리그 우승을 차지한 최용수 FC 서울 감독이나 팀 창단 최다 경기 연속 무패 신기록(19경기)를 세운 김봉길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처럼 대단한 성과를 낸 감독 외 대부분이 경질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유상철 대전 시티즌 감독 등 적잖은 수의 사령탑은 이미 교체됐다. 우승이나 특별한 기록을 세운 감독이 아니고서는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한 시즌 우승 트로피를 차지할 수 있는 개수는 정해져 있다. K리그 우승과 FA컵 우승, 그리고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 세 개가 K리그 팀들이 한 해 동안 도전하는 우승 트로피다. 16개 팀 중 단 세 팀만이 정상에 설 수 있는 것이다. 신기록도 매일 세울 수 있는 게 아니다. 신기록이 흔하게 세울 수 있는 것이라면 '신기록'이란 이름이 붙지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위 그룹에 속한 모든 팀 감독은 우승이 아니면 자리를 위협 받는다. 하위 그룹에서는 신기록이나 전년도 대비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역시 위태롭다. 대단히 우려스러운 성적 지상주의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분위기가 우려스러운 것은 과연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감독이 나올 수 있느냐다. 프로팀 감독의 가장 큰 매력은 사령탑이 전권을 쥐고 팀을 보다 진취적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시간적 여건이 보장된다는 것에 있다. 실제로 감독들은 드높은 명예가 주어지는 대표팀 감독보다 프로팀 감독 자리를 더 선호한다. 눈앞의 성적을 내야 하는 대표팀 감독과 달리 프로팀 감독은 스스로가 원하는 방향으로 팀을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일고 있는 감독 퇴진 바람을 보면 프로팀 감독도 대표팀 감독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1년 안에 모든 것을 이루거나, 그에 버금가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가차 없이 경질되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적 굴레에서 보다 나은 K리그와 K리그 팀을 만들기 위한 장기적 비전을 어떤 용감한 감독이 제시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지난 4월 인천 사령탑 자리에서 물러난 허정무 전 감독을 시작으로 올해만 벌써 일곱 명의 감독이 퇴진했다. K리그에 참가한 16개 구단 중 절반에 육박하는 숫자다. 일각에서는 아직도 퇴진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감독이 적잖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2012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감독과 눈에 띄는 특별한 성과를 일구지 못한 대부분의 감독들이 그 대상이다.

바람 앞 위태로운 등불이라는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은 위태로움 속에 살고 있는 K리그 감독들. 앞으로 그들에게 "팀의 미래를 맡긴다" 혹은 "장기적 안목으로 팀을 재건하길 바란다"와 같은 미래 지향적 요구와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글=손병하 기자(bluekorea@soccerbest11.co.kr)
사진=베스트 일레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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