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20-200' 에 담긴 김연아의 위대함

2012. 12. 10.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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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여왕'의 복귀 무대는 짧고도 강렬했다. 많은 이들이 기대했지만 성공을 확신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20개월의 긴 공백. 하지만 그는 보란듯이 빙판 위에서 멋지게 날아오르며 전세계 피겨팬의 긴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줬다.

'피겨퀸' 김연아(22·고려대)가 1년8개월 만의 복귀무대에서 올시즌 최고점을 받으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김연아는 9일(현지시간) 독일 도르트문트의 아이스스포르트젠트룸에서 열린 NRW트로피 시니어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새 프로그램 '레미제라블'을 연기해 129.34점을 기록, 전날 쇼트프로그램(72.27점)을 합쳐 종합 201.61점으로 가볍게 우승했다. 김연아는 이날 기술점수(TES) 60.82점과 예술점수(PCS) 69.52점을 기록, 이번 대회 목표로 삼은 최소 TES 48.00점을 가볍게 넘기며 내년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자격을 획득했다.

김연아가 내딛는 발걸음은 지금도 여자 싱글 피겨의 역사가 되고 있다.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228.56점의 세계 최고기록을 세운 김연아는 이번대회서 1년8개월 만에 또한번 200점을 넘어섰다. 2009 세계선수권(207.71점, 우승) 2009-2010 그랑프리 1차대회(210.03점, 우승)에 이어 개인통산 4번째 200점 돌파. 아사다 마오(일본)가 전날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작성한 올 시즌 여자 싱글 최고 기록(196.80점)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사진=방송 캡처

무엇보다 김연아의 기록이 대단한 이유는 그가 무대를 떠난 20개월 간 그 점수에 '감히' 범접한 선수가 없었고, 20개월 만에 나타난 김연아가 보란듯이 200점을 넘어서며 하향평준화된 여자 피겨 무대를 평정했다는 점이다.

김연아를 라이벌로 생각하는 아사다 마오는 밴쿠버올림픽 직후 세계선수권에서 197.58점으로 우승했지만 김연아 공백 기간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2011 세계선수권에선 172.79점으로 6위에 머물렀고 그 해 말에는 어머니를 여의는 아픔을 겪으며 2012 세계선수권서도 164.52점이라는 저조한 기록으로 6위에 랭크됐다. 올시즌 그랑프리를 통해 어느정도 부활했지만 '김연아가 없는 무대'에서 196.80점으로 우승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김연아 부재 기간 가장 빛났던 애슐리 와그너(미국)도 올 초 4대륙선수권서 기록한 192.41점이 개인 최고기록이었고,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는 2012 세계선수권서 189.94점의 낮은 점수로 우승했다.

김연아가 없던 기간 200점을 넘는 선수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많은 피겨 전문가들이 개탄했고 팬들은 목말라했다. 김연아의 복귀 소식에 유명한 피겨 블로거가 "제발 유나킴이 빨리 돌아와 이 형편없는 무대를 평정해 버리길!"이라고 한 것도 지나친 말이 아니었다.

정재은 빙상연맹 피겨 심판이사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20개월의 공백에도 김연아 만한 선수가 나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 "김연아 만큼 완성된 선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정 이사는 "아사다 마오 등 다른 선수들이 부침이 심한 반면 연아는 그렇지 않은데, 그것이 바로 완성도의 차이다. 또 이토 미도리처럼 기술이 완벽하면 예술적인 면이 떨어지는 선수가 있고, 미셸 콴처럼 그 반대의 경우가 있다. 하지만 연아는 '비현실적으로' 둘다 완벽하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정 이사는 이어 "이번 그랑프리 파이널에 나온 선수는 둘로 나뉜다. 내리막길을 걷는 선수, 아니면 실력은 향상하고 있되 숙련도가 떨어지는 어린 선수"라며 "김연아가 2014 소치올림픽에서 또 한 번 기쁜 소식을 전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20개월의 공백이 무색할 만큼 천상의 연기로 화려한 귀환을 알린 김연아. 그가 만들 여자 피겨의 새로운 역사는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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