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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몸짱인 나... 사람들이 자꾸 찾아와요

출처 오마이뉴스 | 입력 2012.12.07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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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충섭 기자]

십여 년 전 졸업식 때 입었던 양복도, 학생 때 입던 청바지도 아무 문제없다. 물론 입을 일은 거의 없지만. 체중이 좀 늘긴 했지만 옷 사이즈에 영향을 미치진 못할 정도다. 대학생 시절 몸매를 마흔을 넘긴 지금에도 유지하고 있다.

회사에서도 소문이 나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딱히 할 말이 없을 때는 이렇게 물어온다.

"요즘도 계속 운동하고 있니?"

내 이미지가 너무 운동으로 고착화되는 건 아닐까 싶어 "나이도 있고 하니 이젠 그만 할까 한다"고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한 적도 있다. 그랬더니 그들은 너무 실망한 듯 안타까운 듯 탄식을 보냈다. 비록 자기들이 운동을 하진 못해도 내가 마흔이 넘어서도 씩씩하게 운동하는 것 자체가 대리 만족이기도 했단다.



기구 운동 전혀 없이도 이런 몸이 만들어지는게 복싱

ⓒ 이충섭

그 운동은 바로 '복싱'이다. 취미로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내 인생을 바꿔놓은 복싱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배 나온 아저씨가 된 나, 복싱을 시작하다

내가 복싱을 시작한 건 서른 즈음이었다. 졸업 후 운 좋게도 바로 회사원이 되어 정신 없이 몇 년 보냈다. 후배 사원도 들어오고 회사 물정도 좀 알만 했지만, 결혼, 승진, 차 장만, 전셋집 장만을 생각하면 갈 길은 구만 리 같았다. 그 당시 자꾸 떠오르는 노래가 있었다. 바로 김광석의 '서른 즈음' 이었다.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이제 막 사회생활 시작했는데 서른 살 아저씨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배가 점점 나와서 양복 바지 사이즈를 늘리느라 수선집에 옷을 맡기는 내 모습이 한심하고 무기력했다.



환갑을 바라보는 의사선생님도 복싱의 매력에 푹 빠졌다

ⓒ 이충섭

록키와 홍수환, 타이슨에 매료되었던 사춘기 시절부터 꼭 한번 배워보고 싶었던 복싱. 배 나온 아저씨가 돼서야 복싱도장을 찾았다.

줄넘기와 거울을 보며 잽잽원투 기본 동작을 배우는 것이 전부였지만, 멋진 선수들과 같은 장소에서 땀 흘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뭔가 용기를 충전하는 듯한 그 느낌이었다. 스파링이나 시합 출전은 감히 엄두도 못냈다. 그저 기본 동작만 8년 넘도록 했다.

그 사이 코치가 3명이나 바뀌었다. 하지만 난 그저 복싱이 좋았다. 새로 바뀐 코치가 내 폼을 보더니 기본기가 꽤 좋다고 했다.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이게 내가 아는 모든 동작이자 유일한 동작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코치는 칭찬에 그치지 않고 대회 참가를 권유해 왔다. 맞아 죽기야 하겠냐며 나를 꼬드겼다. 생각해보니 볼링은 그날 배워서도 시합을 하고, 그 어렵다는 골프도 6개월 연습하면 필드에 나간다는데···. 서른에 복싱을 시작, 어느새 낼모레면 마흔 살인데도 한 게임 해보지도 못한 걸 새삼 깨달았다.

그래서, 마흔 즈음을 기념하여 시합에 나갔다. 제1회 스프리스배 전국복싱대회였다. 신인왕전을 몇 년간 열지 못하던 때라 프로선수도 전적이 5전 미만이면 출전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대회였다. 이왕이면 잘 하는 사람에게 지면 덜 창피하다는 맘으로 출전 신청서를 냈다. 출전 전날 난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이렇게 출사표를 썼다.

"팔팔하던 청춘을 뒤로하고 어느덧 가족과 회사를 위해 헌신하는 역할로 접어든 내 친구들, 이 땅의 사십 대 아버지들을 위해서 링에서 맞아 죽더라도 절대로 스스로 포기하고 등을 보이진 않겠다"



세계챔피언 홍수환선수가 축하를 해주셨다

ⓒ 이충섭

프로 선수와 맞대결, 10년 기본기로 승리!

하늘이 도왔을까? 프로 전적이 있는 선수와 맞붙은 결승전에서 내가 더 많이 얻어 맞은 것 같았지만 심판은 내 손을 들었다. 10년 동안 갈고 닦은 기본기 잽과 원투로 깨끗이 히트시킨 것을 점수로 인정받았던 듯 했다.

그 이후 내가 다니던 체육관 새벽반 코치가 되었다. 새벽 6시 반에 체육관을 찾은 사람들은 모두 나처럼 출근 전에 운동하는 회사원들이었다. 그들에게 나는 이미 롤모델이 되어 있었다. 나는 뱃살을 없애기 위해 복싱을 시작한 회원들의 몸상태와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었다.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경험 삼아 제법 잘 가르치는 코치로 소문나기에 이르렀다.

프로 선수도 일부러 나랑 운동을 하려고 아침에 나오기 시작했다. 선수들과 전혀 다른 분야에서 만난 만큼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이가 되어 해외 원정 시합에도 함께 갔다. 한국챔피언 이재성 선수의 일본 원정 시합에 트레이너로 동행해 승리한 것은 나의 트레이너 데뷔전이자 코치로서의 첫 승리였다.



이재성과 일본 원정경기에서 첫 승을 거둔 순간

ⓒ 이충섭

선수들과 내가 협업해서 하는 일은 시합뿐만이 아니다. 회사에서 교육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나는 복싱체험 교육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신입사원, 영업사원, 팀장들을 대상으로 체력과 수준에 맞는 동작을 가르쳤다. 그리고 선수들은 교육 말미,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범경기를 보였다.

반응은 대단했다. 내가 처음 그랬던 것처럼 회사원들도 쉽게 만날 수 없는 현역 복싱 선수들과 만나면서 에너지를 충천했다. 선수들 또한 형님뻘 되는 회사원을 만나면서 링에서 받는 박수와는 또 다른 힘을 얻었다. 복싱 체험 교육 프로그램은 의미있는 교육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복싱교육을 계기로 선수들을 후원하는 사람도 있었다.



현역 프로선수와 함께 했던 복싱 체험교육

ⓒ 이충섭

그리스 박물관에 있는 기원전 4000년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복싱은 당시에도 체계적인 룰과 훈련을 통해 완성됐다. 이런 역사적 증거가 말해주듯 복싱은 역사가 오래된 운동이고, 오랜세월 진화해 온 운동이다.

룰도 단순하다. 상대방을 때리면 되는 것이고, 얻어 맞더라도 더 때리면 이긴다. 단순한 운동의 효과를 넘어 상대방과 맞서기 위한 정신력과 집중력도 향상된다.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의 스트레스를 정화시켜주는 효과도 있다.

몸의 군살만 제거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불필요한 군살도 깨끗이 없애준다. 이것이 바로 복싱이 다이어트에 좋은 종목으로 일컬어지는 이유다. 날씬한 몸매와 씩씩한 맘을 갖고 싶다면 당장 복싱 체육관을 찾으라고 권한다.



복싱은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보편적이고 인기있는 운동이다

ⓒ 이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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