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고척돔 프로팀 유치 무리수, 야구계 난색 왜?

2012. 11. 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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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서울시의 움직임에 야구계가 반발하는 분위기다.

서울시는 22일 서울시 2020 마스터플랜을 밝혔다. 2013년 말 개장 예정인 고척 돔구장엔 프로팀 입성을 추진하고, 잠실구장의 신축 혹은 리모델링은 보류한다고 밝혔다. KBO와 서울을 연고로 하는 LG, 두산, 넥센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는 야구계와 충분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했지만 서로 입장 차이가 커서 사실상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의 이번 계획은 프로야구 발전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서 논란이 일고 있다.

▲ 서울시의 무리한 행정, 야구계 반발 키웠다

고척돔은 2009년 2월 착공에 들어갔다. 시공사는 현대산업개발이고 2013년 12월 완공 예정이다. 애당초 하프 돔 형식으로 착공에 들어갔으나 서울시의 갑작스러운 설계 변경으로 완전한 돔구장으로 지어진다. 좌석수는 22258석, 연면적은 58069㎡다. 원래 올 여름 개장 예정이었으나 오세훈 전 시장이 중간에 한 차례 설계변경을 지시해 내년으로 미뤄진 상황이다.

고척돔은 동대문야구장 철거로 야구계의 반발이 극심해지자 나온 서울시의 대안이다. 서울시는 2007년 12월부터 2008년 2월까지 동대문야구장 철거를 실시했다. 오 전 시장의 강북도심의 부활과 공원조성공사가 주 목적이었다. 고척돔 착공 이유부터가 야구인의 민심을 달래주기 위한 것이었지 진정한 야구 발전을 위한 사업은 아니었다.동대문야구장은 아마야구의 메카였다. 서울시는 동대문야구장 철거 대안으로 고척돔을 지으면서 대한야구협회와 아마야구를 위해 사용하자고 합의했다. 그래서 대한야구협회는 올 7월 세계청소년야구대회를 유치했다. 당연히 이 대회는 고척돔구장에서 개장 기념으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설계 변경, 그리고 주민 반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완공 시기가 연기되자 부랴부랴 잠실, 목동 구장으로 개최 장소를 바꿨다. 올 시즌 KBO가 정규시즌 일정을 짜는 데 골머리를 앓은 건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의 무리하고 일방적인 행정은 프로팀들의 반발을 키웠다. 고척돔 주변엔 교통시설이 완전치 않다. 주차시설도 500대 정도에 그친다. 한 마디로 접근성도 떨어지고 교통도 좋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고척돔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 위주가 돼야 한다"고 했다. 버스 노선 증축, 지하철 연장 등을 급하게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건 아니다.

일단 프로팀을 유치하고 보자는 서울시다. 고척돔에 프로팀이 들어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돔을 유지하려면 100억원이 넘는다는 말이 있다. 1년 야구단 예산은 많아야 400억 수준.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프로구단들이 모두 떠안기에는 부담스럽다. 서울시도 프로팀이 고척돔에 들어오지 않고 문화, 예술 공연만으로 연명한다는 건 적자 우려가 있어 부담스럽다. 애당초 출발점부터 잘못된 고척돔 건설이다.

▲ 잠실구장 증축 및 신축 불가? 서울 팀들 열 받네

서울시는 고척돔 구장 프로팀 유치 추진을 발표하면서 은근슬쩍 잠실구장의 개, 증축은 불가능하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일방적인 서울팀 유치 추진에 뿔이 난 두산, LG는 서울시의 방침에 분개를 금하지 못하고 있다. 잠실구장은 프로야구의 메카이지만 지금도 주차난에 시달리고 있고, 원정 라커가 제대로 준비돼 있지 않아 원정 팀 선수들이 복도에 짐을 풀어놓는 게 일상 다반사가 됐다. 서울시는 그동안 두산과 LG의 목소리를 옳게 들어주지 않았다.

LG와 두산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서울시가 잠실구장 관리에 제대로 신경을 쓰지 않고 매년 100억을 넘게 운영료를 챙기고 있는 가운데 애당초 프로팀을 위해 만들지도 않은 고척돔으로 홈을 이전하라고 하니 화가 나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고척돔을 짓고 있기 때문에 잠실구장을 새로 짓는 건 불가능하다. 추후에 KBO, 두산 LG와 협의를 거쳐서 합의를 하겠다"고 했다.

목동구장을 홈으로 쓰는 넥센도 황당하긴 마찬가지다. 넥센은 정착 5년만에 목동 주민들의 신임을 얻었다. 히어로즈 시절 목동에 들어갈 땐 팬들의 엄청난 반발을 받았는데, 당시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은 서울시가 이제와서 고척돔으로 홈 이전 추진을 하라는 건 억울하다.

넥센이 더 걱정스러운 점이 있다. LG, 두산과는 달리 모기업이 없기 때문에 기업 광고 및 서울시의 입찰을 받아 마케팅을 진행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만약 서울시가 넥센에 고척돔 이전을 이유로 각종 행정 업무 협조를 하지 않을 경우 넥센은 구단 운영에 지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에 서울시 관계자는 "강제로 어느 팀을 고척돔으로 옮기라고 할 순 없다"라고 했다. 서울시는 뒤늦게 잠실구장 원정라커 증설 등 잠실구장 보수 계획을 내놓았다. 물론 실천에 옮긴 건 없다.

▲ 앞으로가 더 걱정

서울시는 "야구계와 협의하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서울팀들과 KBO도 서울시의 행정이 불편하기만 하다. 서울시 소유의 야구장을 임대해서 쓰는 입장에서 서울시의 입장을 무조건 외면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야구관계자들도 이번 논란에 대해 "서울시가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 관계자는 "프로팀 유치가 정 어려우면 일부 몇 경기라도 고척돔에서 치를 수 있게 하면 되지 않나"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광고 및 운영비, 경기 일정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프로야구의 생리를 모르는 처사다. 한 야구관계자는 "서울시가 이 문제를 서울팀들에 자꾸 강요하면 서로 불편해질 것이다. 서울시가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실천에 옮기지 않는 이상 프로팀의 고척돔 입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두산, LG, 넥센은 서울시의 고척돔 이전 추진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서울시의 일방통행식 체육행정 추진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동대문야구장 철거를 시작으로 이번 프로구단 고척돔 홈 이전 계획까지. 프로야구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걱정스럽다.

[잠실구장(위), 목동구장(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press@mydaily.co.kr- NO.1 뉴미디어 실시간 뉴스 마이데일리( www.mydaily.co.kr) 저작권자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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