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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훈 수난시대, 부상투혼 아닌 프로의 품격

출처 마이데일리 | 입력 2012.11.22 09:26 | 수정 2012.11.2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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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부상 투혼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부산 KT 서장훈. 마지막 현역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는 올 시즌이 끝나면 미련없이 은퇴한다. 전창진 감독과 의기투합했다. 둘의 믿음은 꽤나 두터워 보인다. 전 감독은 "장훈이가 정말 열심히 뛴다"라고 극찬한다. 서장훈도 전 감독의 마음을 아는지 코트에 투입될 때 굵은 땀방울을 쏟아낸다.

올 시즌 그는 16경기서 평균 22분 47초 출전했다. 기록은 11.1점 3.7리바운드. 전성기 그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초라한 기록이다. 올해 그의 나이 서른 여덟이다. 수년전 목 부상으로 보호대를 차고 나온다. 플레이에 지장이 있지만, 아무 말 없이 뛴다. 그래도 올 시즌엔 좋은 신인 장재석이 합류했다. 전 감독은 공격력이 필요할 땐 서장훈을, 수비와 궂은 일이 필요할 땐 장재석을 중용한다. 서장훈도 부담이 적고 전 감독도 그의 장점만 뽑아내서 좋다.

그런 서장훈이 올 시즌 부상에 시달린다. 농구 선수의 부상은 흔히 두 가지로 나뉜다. 평상시 개인 웨이트트레이닝 및 체력훈련 부실로 찾아오는 부상과 경기 중 일어나는 불의의 부상이다. 농구는 필연적으로 몸과 몸이 부딪치는 스포츠다. 서장훈은 후자. 그것도 두 차례나 불의의 부상을 입었다. 첫 번째 부상은 10월 26일 SK전서였다. 왼쪽 눈 윗부분이 찢어져 50바늘을 꿰맸다. 한동안 붕대를 칭칭 감고 경기에 나섰다.

두번째 부상이 바로 21일 부산에서 열린 KGC전서였다. 경기 초반 김태술의 팔꿈치에 입술을 맞았다. 터져버린 입술에선 피가 줄줄 흘렀다. 프로농구 규정상 코트에서 뛰는 선수의 몸에서 피가 날 경우 무조건 교체한 뒤 치료해야 한다. 지혈 장면이 TV 중계에도 잡혔지만, 피는 계속 났다.

그런데 2쿼터에 그가 재등장했다. 입술에 거즈를 대고 정상적으로 플레이했다. 부산 팬들의 열화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공격 기회만 노린 게 아니라 수비와 리바운드에도 정상 참여했다. 경기 후반엔 골밑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한 차례 신경전을 벌이는 등 예민한 모습도 보여줬지만, 부상을 입은 뒤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뛰었다. 경기 후 병원으로 후송돼 또 다시 입술을 꿰맸다.

출전 시간은 13분 17초. 기록은 6점 3리바운드. KT도 KGC를 꺾고 8승 8패로 5할 승률을 만들었다. 38세인 서장훈에게 기록과 출전 시간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그는 올 시즌 개막 전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하고 싶다"고 했다. 말 그대로 해내고 있다. LG에서 벤치만 덥힌 채 무기력하던 서장훈이 아니다.

공격에선 KT 확실한 득점루트이고,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수비에서도 최선을 다해 임하고 있다. 더구나 동네에서라도 농구를 해본 사람이라면 얼굴과 목에 부상이 있을 경우 얼마나 찜찜한지 잘 알 것이다. 서장훈이 열심히 뛰는 건 프로라면 당연하다. 그러나 그의 수난시대를 부상투혼이라고만 해선 안 될 것 같다. 적지 않은 나이에 아픈 몸을 이끌고 자존심을 버린 채 KT에 녹아드는 모습이 '프로의 품격'을 높인다. 우리가 그의 마지막 시즌, 거즈를 물고 뛰던 그 모습을 잊어선 안 되는 이유다.

[부산 KT 서장훈. 사진 = KBL 제공]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pres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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