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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포츠]실리 앞에 깨진 삼성·LG 트레이드 금기의 역사

출처 경향신문 | 이용균 기자 | 입력 2012.11.19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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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LG는 1990년 창단 이후 트레이드를 통해 56명을 영입했다. 대부분 KIA, 롯데와 이뤄졌다. 묘하게도 삼성과의 트레이드는 한차례도 없었다. LG가 없었으니 삼성도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서로의 팀에서 FA로 풀린 선수를 영입하는 것도 흔치 않았다.

1999시즌이 끝난 뒤 LG 포수 김동수가 삼성으로 옮겼을 때 야구계는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2001시즌이 끝난 뒤에는 FA 양준혁이 LG에서 삼성으로 옮기게 됐는데 당시 상황은 특별한 게 있었다. 선수협회 주동 혐의로 구단 간 '영입거부 담합'이 이뤄진 상황에서 삼성 김응용 감독이 손을 내민 영입이었다. 무엇보다 양준혁은 '삼성맨'이나 다름없었다.

시즌 중 삼성에서 LG로, 혹은 LG에서 삼성으로 유니폼을 갈아입는 경우는 두 차례 있었는데 이때는 방출 뒤 웨이버 공시를 통한 영입이었다. 2000년 삼성 스미스가 LG로 2003년 심성보가 삼성으로 간 게 전부였다.

재계 라이벌이었던 삼성과 LG는 입장이 묘했다. 서로 트레이드를 했다가 한쪽으로 기울게 되면 '타격'이 컸다. 그룹 고위층이 서로에게 갖는 '껄끄러움'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트레이드는 언감생심이었다. 구단 내부에서는 '그쪽 사람'이라는 표현을 썼다.

심지어 상대팀 출신 코치와 계약을 했다가 "그쪽 출신에 그쪽 사람"이라는 한마디에 계약을 철회하는 소동도 있었다.

야구뿐만 아니라 농구에서도 삼성과 LG 사이의 트레이드는 잘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겨울 오리온스 소속의 김승현을 두고 삼성과 LG가 벌인 '트레이드 전쟁'은 법적 소송 일보 직전까지 가는 상황까지 연출했다.

이번 정현욱의 LG행은 그래서 '충격'이었다. 삼성 출신 FA를 LG가 영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LG로서는 모처럼 명분에 얽매이지 않고 실리를 선택했다. 22년 된 금기가 드디어 깨졌다. 한번 만들어진 길은 쉽게 다닐 수 있다. 그동안 한차례도 없었던 두 팀 사이의 트레이드가 이제 진짜로 벌어질 수도 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