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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혈드래프트의 딜레마, 내년 문태종의 행보는?

출처 스포츠조선 | 류동혁 | 입력 2012.11.15 12:41 | 수정 2012.11.1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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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혈 드래프트는 신선했지만, 출발은 KBL(한국농구연맹)의 이기주의에서부터 시작됐다.

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는 용병 2명을 기용했다. 초기에는 센터와 가드의 조합으로 외국인 선수를 선택했다. 때문에 제럴드 워커, 칼레이 해리스 등 테크닉과 운동능력이 뛰어난 가드들이 관중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하지만 농구는 높이가 가장 중요한 스포츠다. 현대 조니 맥도웰의 성공 이후 '몸빵 용병'들의 시대가 열렸다. 앞다투어 센터와 파워포워드의 조합으로 외국인 선수 2명을 선택했다.





혼혈드래프트의 딜레마는 꼬리에 꼬리를 문다. 내년 문태종은 어떻게 될까.
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결국 국내 빅맨들은 고사 직전까지 몰렸다. 경쟁에서 이겨내는 것이 중요했지만, 2m 안팎의 어중간한 키를 지닌 포워드 자원들은 백업요원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결국 가드만 살아남고 포워드는 다 죽어버리는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졌다. 자연스럽게 국제경쟁력이 많이 약화됐다.

외국인 선수의 출전제한은 그래서 점진적으로 변화가 불가피했다. 결국 외국인선수 2명 합산 6쿼터(2, 3쿼터에는 1명만 출전)으로 축소한 뒤 2009~2010시즌에는 용병 1명만 출전하는 시스템으로 변화됐다. 여기에 갑론을박이 있었다. 일부 팬 사이에 "흥미가 떨어진다"는 의견이 있었다. 득점이 많이 나지 않고, 경기력이 깔끔하지 못한 면도 있었다. 국내선수들의 활약이 신선하다는 좋은 평가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아마추어 유망주와의 '공생'을 고려한다면 반드시 필요한 조치이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 대한민국 농구의 가장 큰 권력인 KBL은 자신들의 리그보호에만 집착했다. 결국 일부 팬 사이에서 제기된 '떨어진 흥미를 높이기 위한 방법'에 집착했다. 당시 아시아 쿼터제(아시아 출신 선수를 또 다른 용병개념으로 각 구단 1명씩 보유하자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결국 흥미를 높이기 위한 그들의 대안은 2009년 도입된 혼혈 드래프트제였다. 용병 1명 축소를 혼혈들로 대체하겠다는 의미였다.

혼혈선수들이 프로농구판에 들어오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급조된 드래프트는 원칙없는 '날림공사' 수준으로 진행됐다. 겉으로는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그럴싸한 포장이 씌워졌다. 하지만 대표팀에 뛰는데 필요한 국적취득과 귀화절차는 후순위로 미뤄졌다. 현재 뛰고 있는 전태풍 문태영 이승준 등의 귀화절차가 잘 이뤄졌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지만 코트 밖에서 'OO는 연봉이 안 맞으면 올 시즌 끝나고 짐 싸서 간다'라는 루머가 끊이지 않았다. 올 시즌까지도 그랬다.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한마디로 혼혈드래프트는 매우 위험한 시스템이었다.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국적 취득 후 일반 드래프트에 함께 들어와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리그의 흥미를 높혀야 한다는 KBL의 조급증이 혼혈 드래프트라는 변종 시스템을 급하게 만들어냈다.

이 상황에서 '혼혈선수는 3년 뒤 FA로 풀린다'는 이상한 조건이 생겼다. 기량이 우수한 혼혈선수를 고려, 한 팀에만 기득권을 줄 수 없다는 KBL 특유의 한심한 '평등주의'다.

결국 이 과정에서 혼혈선수들의 몸값은 폭등했다. 당연히 국내선수와의 역차별 현상이 벌어졌다. 혼혈선수들 역시 국내선수와 다르다는 소외감을 느껴야만 했다.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문태종(전자랜드)이다. 그는 가장 모범적인 혼혈선수다. 국내선수들도 그의 경기력과 정신력에 대해 본받아야 한다. 하지만 올 시즌이 끝난 뒤 전자랜드를 떠나 무조건 SK로 가야 한다. 혼혈선수를 뽑지 못한 유일한 구단이 SK이기 때문이다. 내년 문태종은 한국나이로 39세다. 선수나이로는 환갑을 넘겼다. 문제는 SK가 문태종의 포지션인 스몰포워드 자리에 선수들이 넘친다는 것이다. 샐러리캡의 압박도 고려해야 한다. SK가 문태종을 받지 않을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문태종의 FA에 대한 조건을 어떻게 새롭게 정립시켜야 하느냐는 문제다. 지금의 기량을 볼 때 내년에도 문태종을 원하는 구단은 분명히 있다.

KBL 안준호 경기이사는 "SK가 문태종을 받지 않을 경우, 일반 FA로 풀리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복잡하다. SK가 혼혈선수 영입권을 여전히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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