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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훈의 창과 방패] 안양FC의 국민은행 인수(?)에 대한 불편한 진실

조회수 2012. 11. 14. 13: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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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FC가 국민은행을 흡수한다. 그래서 내년시즌부터 2부 리그에서 활약한다. 실업축구 명문으로 43년 전통을 가진 국민은행은 해체된다. 윈-윈이라고 보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그러나 씁쓸한 뒷맛도 있다. 이에 대해 안양시, 안양 FC, 국민은행, 고양시, 프로축구연맹 등은 나름대로 할 말은 있을 게다. 그러나 이들이 하는 말을 잠시 접어두자. 그들의 말은 정확한 이유에 대한 설명일 수도 있지만 불편한 진실을 숨기고 싶은 핑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 현재까지 실제로 발생된 일로만 사태를 파악해보자. 그것도 각자 입장에서 말이다. 그러면 굳이 당사자말을 듣지 않아도 정답에 가까운 답을 얻을 수 있다. 말보다는 행동이 더 믿을만하니까 말이다. ■안양 FC=기존 선수단을 흡수한 만큼 실질적으로 창단은 아니다. 그래도 국민은행이 오는 게 싫을 게 없다. 안양시로부터 받은 예산부터 축구단을 운영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따로 대형 스폰서를 잡아야했는데 그 또한 여의치 않았다. 그 때 국민은행의 오퍼는 매력적이었다. 국민은행이 3년 동안 30억 원을 대주기로 한 만큼 대형스폰서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면서 내셔널리그 최강 전력을 구축한 국민은행 선수단이 거의 그대로 온다. 국민은행이 돈과 선수를 모두 몰고 와서 받아달라며 하소연하는 꼴. 물론 이게 진짜 안양이냐는 논란도 있겠지만 어쨌든 안양 FC는 손 안대고 코 풀었다.

  ■국민은행=국민은행은 프로화를 거부했다. 말로는 "프로행, 우리도 하고 싶다"고 했지만 과거 여러 차례 기회를 법률문제를 운운하면 모두 거부했다. 그것만 봐도 국민은행이 프로구단 운영에 의지가 약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던 차에 국민은행은 안양 FC를 발견했다.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2부리그 승인을 받았는데 돈도 없고 선수도 없는 안양이었다. 그래서 안양에 접근했고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러면서 1년간 10억 원씩 3년 동안 30억 원 유니폼 스폰서를 하기로 했다. 평소 내셔널리그 구단을 운영하는 1년 예산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준이다(국민은행이 진정으로 축구단을 잘 키우고 싶었다면 기간을 늘리든지, 액수를 높이든지 둘 중 하나는 했을 것이다). 축구단 문제로 고민을 하던 국민은행으로서는 저렴하게 구단을 정리하면서도 유니폼 스폰서를 유지해 축구팬들의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어쨌든 3년 후 지원을 끊으면 그걸로 끝이다. 선수단을 통째로 안양에 넘긴 만큼 3년 후 책임은 없으니까. 물론 국민은행 같은 든든한 기업이 계속 지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필자도 마찬가지다. ■기존 국민은행 선수단=명암이 교차한다. 국민은행 소속으로 있으면 월급 걱정은 안했지만 안양 FC 소속으로 있으면 한동안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과 불안한 상황 속에서 경기를 뛰어야한다. 운동할 수 있는 시설이 국민은행 만큼 좋을지 지금 시점에서는 장담할 수 없다. 월급도 당분간은 잘 나오겠지만 안양 FC가 가분수 구단으로 구단을 운영하면 금방 자금난을 겪을 수도 있다. 어쨌든 당장 해체될 수도 있는 위기에서 새둥지를 찾았다는 것은 희망적이다. 또 안양으로 오면서 1부리그로 승격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국민은행에서는 내셔널리그 1위를 해도 프로로 올라가지 못했지만 안양 FC에서는 안양시 또는 대규모 기업이 재정보증을 한다는 전제 하에, 2부리그 상위권에 오른다면 1부리그로 승격할 수 있다. 팀이 승격하지 못해도 개인적으로 좋은 플레이를 보인다면 개인의 1부리그 승격도 상대적으로 더 수월해졌다. ■안양시=안양시도 싫을 이유가 없다. 선수단과 돈을 물고 자기 발로 받아달라고 한 내셔널리그 최강구단 국민은행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첫 해부터 당장 1부리그 승격을 노릴 만한 막강하고 경험이 많은 팀을 구축하게 됐다. 그것도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말이다. 게다가 국민은행이 10억원씩 3년 동안 지원해준다니 축구단이 자금난을 겪을 때 추가경정예산까지 쏟아 부어야할지도 모르는 안양시 입장에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일단 발등에 떨어진 불을 확실하게 껐다. 그러나 내년시즌 당장 1부로 올라갈 수 있다는 걸 안양시는 직시해야한다. 그 때는 더 많은 돈이 들어가야 1부리그를 운영할 수 있으니 말이다. 지금 정신놓고 웃다가 1년 뒤 울 수 있다.

 ■고양시=고양시는 최근 몇 년 동안 스포츠 메카로 자리 잡기 위해 많은 투자를 했다. 장미란도 영입했고 오리온스 농구단도 대구에서 데려왔다.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고양 원더스 연고지도 고양이다. 그리고 고양에서는 최근 심심치 않게 굵직한 A매치 또는 올림픽대표팀 경기도 하고 있다. 고양시는 그럴 듯한 축구단을 갖고 싶어 했다. 그러나 고양 국민은행은 내셔널리그에 머물기를 원했다. 때마침 안산 할렐루야가 연고지를 옮길 의사가 있었다. 고양시는 할렐루야를 받아들였고 할렐루야는 고양시민의 거부감을 의식해 종교색이 느껴지지 않은 고양 HI FC로 이름을 바꿨다. 고양 국민은행은 고양시가 할렐루야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고양을 떠났고 한다. 그러나 그건 고양시보다는 국민은행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책임이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프로축구연맹=사실 표정관리를 하고 있을 것이다. 안양 FC를 2부리그 구단으로 승인했는데 과연 2부리그에 합당한 전력을 갖출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던 터다. 게다가 2부로 끌어당기고 싶은 내셔널리그 최강 국민은행은 2부리그로 올라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 때 안양 FC와 국민은행이 합쳐졌다. 연맹 입장에서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해 해결한 셈이다. 안양은 스토리가 많은 팀이다. 국민은행은 1부로 승격할 0순위 강호다. 그게 합쳐졌으니 2부리그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는 연맹으로서는 큰 고민을 덜어냈다. 연맹이 관할할 분야는 1부와 2부다. 3부와 4부는 연맹 영역이 아니다. 연맹은 안양 FC의 국민은행 인수에 대해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로 개입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개입을 해 놓고 국민은행의 해체, 가뜩이나 관심도가 낮은 3부리그 인기의 급속한 저하, 추가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해체와 인수 등 도미노 합병 가능성 등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은 게 속내일 수도 있다. ■안양 팬, 고양 팬=안양 팬은 조금 떨떠름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걸 안다. 그리고 최근 10년 넘게 축구단 없이 지낸 아픔을 생각하면 지금 국민은행 선수단을 영입한 것은 맺힌 한을 단번에 풀어버릴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국민은행을 지지한 고양 팬들은 안양까지 오가는 불편함은 있겠지만 자기들이 사랑한 선수들이 새로운 둥지를 찾아서 1부리그 승격을 꿈꾸며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는 데 만족할 것이다. 부디 안양에서 열릴 경기에서 안양 팬과 고양 팬들이 한데 모여 응원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를 바란다. 물론 나누어져서 응원해도 크게 나쁠 건 없다 그러나 한쪽이 연고지와 2부리그 권리를 제공하고 다른 한쪽이 막강한 선수단을 제공하면서 새롭게 시작하는 삶이라면 팬들도 함께 하는 게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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