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하의 유로풋볼]EPL 뒤흔든 세리에A '삼각편대'

조회수 2012. 2. 27. 11: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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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완벽한 경기였다. 지난 UEFA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 경기는 이탈리아 세리에A의 EPL 제압으로 뜨거운 시간이었다. 근래 들어 이탈리아 클럽들은 잉글랜드 클럽에 기가 눌려 어깨를 펴지 못했다. 심지어 언제부턴가 잉글랜드 클럽들의 무덤이었던 AC밀란의 홈구장 산 시로에서조차도 원정 팀들이 웃고 돌아갔다. 물론 3관왕 시절의 인터밀란, 리버풀을 잡은 피오렌티나 등 몇 팀들이 선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평균적으로 잉글랜드의 판정승이 내려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16강에서는 AC밀란과 나폴리가 안방에서 잉글랜드 상위 클럽들을 격파해버렸다. 그것도 8강 진출이 무척 유리한 점수 차이로. 특히 나폴리는 조별 예선에서 EPL 선두를 떨어뜨리더니 이번에는 최근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 단골손님을 맞아 준비된 이변을 연출하고 있다.

이들의 승리는 공격적으로 상당히 돋보인 흥미로운 승부였다. 상대 수비가 무너져 버린 탓도 있었지만, 그 수비를 효율적으로 공략해 더 흔들어 놓은 것은 다름 아닌 이탈리아 클럽들이었다. 각 팀의 중심에는 공격에서 두각을 나타낸 삼각편대가 있었는데 그들의 충분한 활약 덕분에 이만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AC밀란 공격을 이끈 것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호비뉴 그리고 케빈 프린스 보아텡이다. 리그 우승 청부업자 이브라히모비치는 09/10시즌 바르셀로나에서 슈투트가르트를 상대하기 전까지 챔피언스 리그 토너먼트 무득점이었다. 그는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 유벤투스와 인터밀란을 거치면서 토너먼트에서는 늘 활약이 충분치 않았다. 하지만 이번 아스널과의 경기에서는 상대 수비를 흔드는 도우미 역할을 자처하며 결국 마지막 골을 직접 만들고 성공시키며 양팔을 벌려 포효했다.

지난 시즌 맨체스터 시티를 떠나 밀라노에 정착한 호비뉴는 이번 시즌 심한 기복으로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의 걱정 대상이었다. 안토니오 카사노의 지병으로 그를 대신할 막중한 임무를 받았으나 익숙지 않은 자리는 오히려 호비뉴의 컨디션을 떨어뜨렸다. 보아텡이 공격형 미드필더에 자리 잡고 다시 최전방으로 올라갔지만 여전히 컨디션 난조로 2012년 내내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랬던 호비뉴는 아스널과의 경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멋지게 치러냈다.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했던 보아텡은 밀란 공격의 마지막 퍼즐이었다. 그는 4-3-1-2 전술의 '1'에 해당하는 자리에 뛰지만 창의적인 면이 부각되는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그는 뛰어난 신체조건과 더불어 좋은 기술을 지녔다. 이브라히모비치가 움직여 창의적인 경기 운영을 펼치면 보아텡은 빠르게 침투해 득점을 꽂아버린다. 순간적으로 4-3-3으로 변하는 전형에서 이브라히모비치와 보아텡이 얼마나 중요한 선수인가를 느끼게 해주는 장면들이다.

세리에A 팬이라면 나폴리가 자랑하는 삼각편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폴리의 삼각편대는 이번 챔피언스 리그 조별 예선에서 이미 좋은 능력을 선보인 바 있다. 에디손 카바니, 에세퀴엘 라베씨, 마렉 함식. 각기 다양한 개성을 지닌 선수들은 하나로 뭉쳤을 때 상대 수비를 괴롭히는 페노메논이 된다.

이들 삼각편대의 구성은 지난 시즌 카바니가 팔레르모에서 이적하면서 결성됐다. 당시 카바니는 인터밀란 등 다수 클럽에서 영입 제안을 받았는데 결국 나폴리를 택했다. 왈테르 마차리 감독은 그를 영입하면서 세 선수를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3-4-2-1 포메이션을 채택하고 조직력을 끌어올리는데 초점을 맞췄다. 득점력이 뛰어난 카바니가 가세하면서 라베씨를 도우미로 사용하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07년 남아공 U-20 월드컵 출신인 이 우루과이 선수는 과거, 지금만큼 득점에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는 아니었다. 카바니는 이탈리아로 건너온 2007년부터 2008년 여름까지 세리에A에서 1시즌 반 동안 7골을 터트렸는데 텅 빈 골문에도 빗나가는 킥을 할 정도로 결정력이 아쉬운 선수였다. 하지만 지난 2009/10시즌부터 두 자리 수 득점에 성공하더니 지난 시즌에는 무려 26골을 터트리며 나폴리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라베씨는 2007/08시즌 이적 첫해부터 쾌속 드리블로 시선을 끌었다. 리오넬 메시, 세르히오 아구에로 등 아르헨티나 동료 선수들과 비슷한 느낌을 받기 충분했다. 그는 옆에 뛰어난 동료가 있을 때 더 빛나는 유형으로 그동안은 마땅한 짝을 찾지 못했지만 카바니를 만나면서 더욱 농익은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라베씨는 뛰어난 드리블과 창의적인 패스로 상대 수비를 격파하는 실질적인 플레이메이커다. 실제로 나폴리는 카바니의 결장보다 라베씨가 없을 때 더욱 어려운 경기를 펼친다.

삼각편대의 마지막 마렉 함식은 왼발을 즐겨 사용하는 지치지 않는 공격형 미드필더다. 그는 공격 2선에서 많은 골을 터트리며 상대 수비를 분산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안정적인 기술, 뛰어난 킥 등 좋은 재능을 지녔고 다수 클럽이 그를 노렸지만 아무도 함식을 데려가지 못했다. 라베씨가 주로 측면으로 벌린다면 함식은 중앙으로 좁히고 들어와 경기를 펼친다. 오른쪽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마지오의 번개같은 공격 가담이 있기에 굳이 측면으로 넓힐 필요는 없다. 이것이 바로 나폴리 삼각편대의 주 움직임이다.

그간 이탈리아 클럽들이 챔피언스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원인은 전반전인 전력 하락 속에 공격적으로 인상적인 모습을 선보이지 못한 까닭이다. 그리고 EPL의 빠른 속도를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이유도 있었다. 이번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이탈리아 클럽들이 그런 흐름을 깨고 그간 열세였던 잉글랜드 클럽을 상대로 공수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경기 주도권을 잡았고 그 중심에는 삼각편대의 역할이 컸다. 결국 한 두 선수로는 부족하다. 남은 경기에서도 삼각편대의 활약은 세리에A의 운명을 쥘 것이다. 세리에A의 즐거운 부활에 2차전이 더욱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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