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um 독점인터뷰] 바둑기사 강동윤 "바둑은 정답이 없어서 매력있죠."

조회수 2011. 10. 27. 19: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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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세 살, 강동윤을 만났다. 그는 스물 셋이지만 프로로 활약한지 9년째, 바둑을 두기 시작한지는 18년째인 '중견' 기사다. 현재 2011년 바둑리그에서 승률 83%, 10승 2패의 전적으로 개인성적 1위를 달리고 있다. 5살 때부터 바둑을 두기 시작한 천재소년, 짐작하기 어려운 자유로운 행마로 '외계인'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를 만났다.

다섯 살때부터 시작된 바둑 인생

"전국 우승을 하고 나니 아까워서 계속했어요."

강동윤 9단은 어릴 때부터 '신동'이니, '천재'니 하는 말을 듣고 자랐다. 그도 그럴 것이 5살 때 형과 함께 바둑 교실을 다니기 시작했던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바둑대회에 출전해 6학년 형들을 다 이겼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공부에 전념하기 위해 바둑을 그만두기로 결심했지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출전한 아마유단자대회에서 덜컥 우승을 차지했다. 그만두기에는 아까운 실력이었다. 아무래도 공부보다는 바둑에 재능이 있다고 판단, 아예 바둑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Q. 바둑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A. 형이 먼저 바둑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형을 따라서 학원에 다니다가 어린이 바둑대회 나가서 입상도 하고 그러다보니 전문적으로 배우게 되었죠. 형은 공부로 빨리 돌아섰어요. 그래서 지금 경영학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이에요. 천재요? 글쎄요, 프로 기사분들이 다들 너무 뛰어나셔서 (웃음) 그렇게 보면 다들 천재들이죠. (웃음) 저는 제가 별로 천재라고 생각하지 않고요, 수재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하하. 농담이에요.

Q. 하루에 몇 시간이나 바둑을 두었나?

A. 집에서 두기 보다는 보통 학원에 나가서 두었죠. 어릴 땐 많이 안했고,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전문적으로 두었죠. 오후 1시쯤 학원에 갔다가 저녁 9시쯤 집에 왔어요. 학원에 있는 시간이 그랬다는 거지, 그 시간 내내 바둑을 둔건 아니에요. (웃음) 공부는 알아서 적당히 했죠.

Q. 초등학교 3학년때 그만두려고 했던 이유는?

A. 제 스스로 바둑이 재미있어서 공부를 하는지, 부모님이 시켜서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만두려고 했어요. 마지막으로 대회를 나가보자, 하고 아마유단자 대회를 나갔는데 우승을 했어요. 전국 우승을 하고 나니까 그만두기가 아까워서 4학년 때 다시 시작하게 되었어요.

강동윤 9단은 아마기록도 화려하다. 이창호배, 오리온배, 삼신생명배, 바둑TV 어린이바둑왕전, 한국아마바둑협회 주최 어린이부 최강전, 한일바둑판배 어린이 바둑왕전, 학생 명인전, 한바연 최강부, 어린이 유단자대회, 세계 청소년 바둑대회에서 모두 우승했다. 확실히 그만두기는 아까웠다.

Q. '바둑의 명가'라는 권갑룡 도장에서 공부하신 건 언제부터?

A. 도장을 많이 옮겨다녔어요. 김종수 사범님한테도 배웠었고. 권갑룡 도장에 다닌 건 5학년 때부터였어요. 숙식을 하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저는 집에서 다녔지요. 도장에 다니다가 입단을 했어요.

Q. 중학교 진학은 일부러 안했나?

A. 네. 저는 초등학교 졸업 학력이에요. (웃음) 어렸을 때니까 저 혼자 그렇게 결정한 건 아니고 부모님과 상의해서 그렇게 되었죠. 후회한 적도 많아요. 바둑하는 친구들 말고는 다른 분야에서 아는 사람이 별로 없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친구들이 별로 없는게 아쉬워요. 바둑으로 대학을 갈 수도 있었는데, 집에서 너무 멀기도 하고 그 땐 그런 대학들이 별로 없었어요. 공부에 별로 흥미가 없기도 했고.

Q. 바둑을 두지 않았더라면 뭘 했을 것 같나?

A. 그냥 평범한 대학생이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바둑 말고는 하고 싶은 일이라던가 그런게 별로 없었어요. 하도 바둑만 두어서 그런지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진 적도 없어요.

강동윤, 입단 후 9년간의 전적

안티 싹쓸이..."제가 착한일 한 것 같기도 하고"

2002년, 열네 살 동갑내기 친구들이 중학교 1학년이 되어 공부를 할 때, 강동윤 9단은 프로로 입단했다. 프로기사들 사이에서도 강동윤 9단은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입단한지 3년 만에 소년 강동윤은 오스람코리아배에서 우승하고, 이어 SK가스배를 연거푸 우승하며 국내 기단에서 자신의 전성기를 구가하기 시작했다. 그는 2006년 바둑리그에서 연승상과 월간MVP상을 수상했고, 2007년에는 바둑리그의 다승왕이 되었다. 2007년 7월의 왕중왕전에서 그는 어린 시절의 우상이었던 이창호를 꺾으며 우승을 차지해 스타덤에 올랐고, 이어진 9월의 오스람배에서 우승을 차지해 다시금 세상을 놀라게 했다. 2008년에는 제1회 세계마인드스포츠대회에서 바둑종목 한국 대표로 출전해 10연승 끝에 금메달을 따냈다.

2009년 강동윤 9단은 이세돌 9단을 꺾으며 천원전의 우승을 거머쥔 후, 일본에서 열린 후지쓰배에서 우승하며 '국내용'이라는 꼬리표를 뗐다. 생애 첫 국제기전 우승이었다. 그 후 2010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세계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Q.지금까지 우승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기억나나?

A. 신예 기전까지 합하면 다섯 번 정도 아닌가요? 잘 기억이... (웃음) 입단하고 몇 년 동안 성적이 별로 안좋았는데 2-3년 지나서 신예기전에서 우승하고 그러니까 좀 뿌듯했죠.

Q.언제 우승하셨을 때가 가장 기뻤나?

A. 아무래도 세계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였죠. 2009년의 후지쓰배요.사실 그 전에는 제가 세계 대회에서 8강까지 가본 적도 없어요. 그러니까 그 대회에서 4강도 처음 경험하고, 결승전도 처음이었죠. 부담이 많이 되긴 했는데 끝나고 나니 마음의 짐을 덜은 것 같고, 홀가분했어요.

Q.'국내용'이라는 별명 때문에 더 조급했겠다.

A. 그야 당연히 세계 대회 성적이 안좋았으니까 그런 말을 들어도 마땅하죠. (웃음) 뭐, 그 전에도 욕을 많이 먹어서요. 하하. 신예 대회와 세계 대회는 격차가 커서 그렇게 쉽게 우승하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나름대로 빨리 우승했다고 생각해요. 우승하고 난 후에 잘 못해서 마음이 좀 그렇죠.

Q.바둑 기사 중에 가장 안티가 많다는 소문도 있다.

A. 네, 세계 대회만 나가면 맨날 져서 그런것 같기도 하고, 이창호 9단의 천적이라는 기사가 많아서 그런것 같기도 하고요. (웃음) 요즘은 이창호 사범님한테 잘 못이겨요. 그래서 안티가 줄어든 것 같아요. 하하.

Q.전에 이세돌 9단이 '내가 10년간 쌓은 안티를 강동윤 9단이 1년 동안 싹쓸이 해갔다'라고 농담을 한 적도 있다. (웃음)

A. 네. 그런 말을 들으면 제가 착한 일 한 것 같기도 해요. 하하.

Q.후지쓰배 우승 이후 세계대회 성적이 좋지 않았나.

A. 아시안 게임은 사실 단체전이고, 다른 기사들이 잘해줘서 그랬어요. (웃음)

Q.본인의 욕심은 어디까지?

A. 제가 국내랭킹이 가장 높았던 적이 2등인지 3등인지 모르겠는데, 저도 당연히 1등을 해보고 싶죠.

Q.랭킹이 자신에게 주는 의미가 있나?

A. 랭킹이 높으면 국내 대회나, 세계대회에서 시드를 받으니까 올려놓으면 당연히 좋죠. 하지만 랭킹과 실력이 꼭 관계가 있다고 보지는 않아요. 프로기사들끼리 실력은 다들 비슷한데, 어떨 때는 컨디션이 좋은 기사가 쭉 치고 올라오기도 하고 안 좋으면 떨어지기도 하고 그러는 거죠. 기사들은 랭킹에 민감할 수 밖에 없어요. 저말고 다른 기사들도 랭킹에 민감한 편이죠.

Q.이창호, 이세돌 등 항상 1위에서 내려오지 않는 기사들이 있다. 나의 전성기는 언제쯤 올 거라고 보나?

A. 특별히 전성기가 올 것 같지는 않고요. 이미 지났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웃음) 하지만 꾸준히 공부를 열심히 해서 언젠가는 전성기가 올 거라고 믿어야죠.

Q.아직은 젊은 기사에 속한다. 후배들이 많아져서 부담스럽나?

A. 부담은 없어요. 제가 어릴 때 입단해서 동생들이 많이 없었는데, 요즘에는 후배들이라고 꾸벅 인사하고 그러는 걸 보면 세월이 많이 지났구나 싶어요.

Q.징크스가 있나?

A. 특별히 징크스는 없지만, 시합 전에 손톱을 안깎기는 해요. 시합이 며칠 계속된다 싶으면 그 전에 미리 잘라놓고요, 시합 전날에는 손톱을 깎지 않아요. 문득 손톱을 깎고 싶으면 시합 지나고 깎지요.

2011바둑리그, 다승왕을 노리는 강동윤

"제가 다른 주장들 중간 정도만 하면 돼요"

내년이면 입단한지 10년이 되는 강동윤 9단은 눈을 뜨면 바둑을 두기 시작해 잠자리에 들 때까지 바둑 생각만 한다. 한국바둑리그에서 포스코LED 팀의 김성룡(36) 감독은 주장인 강동윤에게 앞으로 한 판도 지지 말라는 특명을 내렸다. 강동윤 9단은 최대한 그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각오다.

Q.주장으로서 각오가 남다를 것 같은데?

A. 제가 잘하면 팀 우승도 가능할 것 같은데, 제가 요즘 성적이 안좋아서 고민이에요. 총 14경기를 하는데, 감독님이 12승 2패 정도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거든요. 제가 이미 2패를 했기 때문에 남은 경기를 한 판도 지면 안돼요. (웃음) 최대한 해봐야죠. 다른 팀들의 주장들이 다 너무 막강해서요. 제가 다른 주장들 중간 정도만 하면 충분히 팀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개인 성적 1위인데 얼마나 더 잘하려고! 너무 겸손하다. (웃음)

Q. 시합은 어떻게 준비하나?

A. 상대 기사가 정해지면 그 기사가 최근에 둔 바둑을 보는 편이에요. 무슨 포석을 짓나, 이런 걸 살펴보지요. 감독님도 엄청나게 준비를 많이 하고 말씀을 많이 해주세요.

Q.2007년 리그에서는 연승상, 다승상을 같이 탔는데 그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어떤가?

A. 2007년에는 초반에 지다가 후반에 들어 계속 연승을 하는 흐름이라서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를 해나갔는데, 지금은 초반에 연승을 하다가 후반들어서 지니까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어요.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어떤 상대는 편하기도 하고, 어떤 상대는 불편하기도 하겠다.

Q. 나의 마음을 좌우하는 기사가 있다면?

A. 성향으로만 볼 때는, 기가 세다고 해야 하나요. 그런 기가 센 기사랑 둘 때는 더 성적이 안좋은 것 같아요. 제가 자신감이 별로 없는 편이라서 그런지, 상대가 자신감있게 나오면 그 때 성적이 안좋은 것 같아요. 자신감이 평소에도 별로 없어요.

Q.바둑 기풍은 공격적이고 센 편이지 않나?

A. 특별히 그런거 같지는 않아요. 제가 바둑을 둘 때 형세에 대해서 초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나봐요. 상대와 제가 비슷한 흐름으로 흘러가면 초조한 거죠. 제가 조금 유리한 경우에도, 더 많이 유리해지고 싶어서 공격적으로 두게 돼요.어릴 때부터 기보를 보고, 연구를 하기보다는 실전 대국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저는 기본기가 별로 없어요, 사실. 책에 나온 대로 두기 보다는 실전에서 익힌 대로 두다보니까 자유분방하게 둔다는 말씀들을 하시는 것 같아요.

바둑에 푹 빠진 강동윤의 하루

"삭발하니까 성적이 더 안좋아서 요즘엔 안해요"

Q.남들이 모르는 자신만의 슬럼프가 있었나?

A. 일 년에 한 번씩 와요. (웃음) 슬럼프가 오긴 해도 오래가지는 않아요. 요즘도 제가 슬럼프라고 생각해요. 성적도 안좋고. 하지만 빨리 극복하려고 하죠.

어떤 식으로 극복을 하나?

A. 시합을 이기는 게 중요해요. 슬럼프를 극복하는게 마음처럼 잘 되는게 아니라서, 한 번이라도 이기면 좀 나아지죠. 연속해서 이기면 더 나아지고요.

Q.슬럼프라고 삭발도 가끔씩 하지 않나?

A. 지금까지 세 번 정도 삭발을 했던 것 같아요. 슬럼프 때마다. (웃음) 삭발하고 나면 시원하긴 한데 막상 짤르고 나면 괜히 짤랐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죠. 삭발을 하니까 성적이 더 안좋아져서 요즘엔 안하고 있어요. (웃음) 대신 연습량을 늘리고 더 집중하려고 하죠.

Q.하루 일과는?

A. 제가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편이 아니라서요. 시합에 맞춰서 생활을 해요. 저녁에 시합이 있으면 상관없는데, 아침에 시합이 있으면 그 전부터 좀 일찍 자려고 노력하죠.어제는 4시까지 컴퓨터도 하고, 바둑도 두고, 바둑 공부도 하다가 자느라고, 오늘은 12시 정도에 일어났어요. 그냥 다른 프로 기사들이 본 바둑 기보를 보지요. 요즘엔 연구회에 가는 것보다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날이 더 많아요.

Q.내성적인 것 같은데 가끔 개성 넘치는 인터뷰를 한다.

A. 바둑 기사들이 인터뷰하는 내용을 보면 다들 평범하고 그래서 저는 재미있게 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일부러 좀 튀게 하는 면도 있죠. 나름대로 평소와는 다르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Q.바둑 말고 다른 취미는 없나?

A. 네. 특별히 다른 취미는 없어요. 컴퓨터 게임 잠깐씩 하고, 음악감상 좀 하고 그러는 거 외에는. 음주가무는 아주 가끔씩 해요. 클럽은 안가봤고요. 예전에는 노래방을 다녔는데, 최근에 노래방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군대에 가는 바람에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못가요. (웃음) 저는 아시안게임 때 금메달 따서 군대 면제에요. 일주일에 3번은 헬쓰도 하고.

Q.여자 친구는 계속 없으시고?

A. 네. 소개팅이요? 안해봤어요. 기회가 되면 할 생각은 있는데... 아직까지는 생각이 없어요. 결혼도 빨리 하고 싶지 않아요. 한다면 서른 넘어서 하고 싶어요. 이상형은 편안한 사람이면 좋겠어요. 외모는 잘 모르겠고, 바둑을 잘 몰랐으면 좋겟어요. (웃음)

강동윤이 말하는 바둑의 매력

"바둑은 제 분신이에요"

이창호가 수비위주의 바둑으로 '돌부처'라는 별명을 얻었다면 이세돌은 저돌적인 공격으로 '쎈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강동윤은 어느 쪽도 아니다. 그는 두터운 바둑을 두다가도 기회가 있으면 전투모드에 들어간다. 그의 바둑을 두고 누군가는 '상투적이지 않다'고 말하며, 누군가는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고 말한다. 인터넷 바둑을 즐기는 젊은 기사답게 '속기의 제왕'이라는 별명도 있다. 하지만 정형적이지 않고, 상대의 허를 찌르는 포석이 무척 자유분방한 강동윤 9단에게는 '외계인'이라는 별명이 가장 잘 어울린다.

Q.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두어보고 싶은 바둑이 있나?

A. 하하하. 너무 많아요. 결승전에서 진 바둑들은 다 그렇죠.하지만 최종 대국에서 진 게 아니라 3:1 이런 식으로 졌기 때문에 아쉽지는 않아요. 다시 두어도 이길 자신이 별로 없긴 해요. (웃음)

Q.지금도 자신의 실력이 늘고 있다고 느끼나?

A. 프로 기사가 된 다음에는 느낄 수가 없어요. 아무리 공부해도 실력이 느는게 안보이는데, 그게 바둑의 가장 큰 스트레스라고 해야 할까요. 그냥 중요한 시합에서 이기면 그제야 자신감도 좀 생기고 그러는 것 같아요.

Q.내년이면 프로 10년차인데,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기분이 어떤가?

A. 저는 어느 정도 만족할만한 성적이었다고 생각해요. 다만 세계 대회에서 성적이 안 좋아서 그게 마음에 좀 걸리죠. 최근에 결승이라든지 중요한 시합에 올라간 적이 없어요. 자꾸 8강이나 4강에서 떨어져요. 조만간 결승전에는 올라가고 싶어요.

Q.바둑계에서 나의 롤모델을 찾는다면?

A. 제가 가장 많이 영향을 받은 기사가 이세돌 9단이에요. 바둑 실력도 좋고, 그렇게 톡톡 튀는 기사도 처음이어서 닮고 싶고 그랬지요. (웃음) 나이차가 많이 나서 친하지는 않지만 제 바둑에도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Q.몇 살까지 바둑을 둘 것 같나?

A.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 성적이 떨어질 텐데요. 그럴 때는 바둑을 두긴 두지만 승부로 두지 않고 즐기면서 둘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 전에 서른 살까지는 치열하게 승부를 내고 싶어요. 바둑 이외에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특별히 해보지 않았어요. 저는 바둑밖에 할 줄 아는 게 없고, 해온 게 바둑밖에 없어서 다른 분야를 생각해 본 적이 한번도 없어요.

Q.바둑의 매력이라면?

A. 바둑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지요. 지금까지 10년 넘게, 18년 정도 바둑을 두는데도 아직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둬야 잘 두는 건지. 아마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Q.나에게 바둑의 의미는?

A. 저의 '분신' 이라고 해야 하나요? 항상 제 옆에 있고, 하루종일 생각하는 것도 바둑이고. 바둑은 저랑 같은 존재인거 같아요.

바둑이 자신의 분신이라고 말하는 강동윤. 그는 지금껏 항상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탑 기사로 활약했으면서도 겸손함을 잃지 않는다. 자신의 실력에 자만하지 않는 이런 겸손함이 앞으로 그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다.

(글, 사진 : 배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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