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야신의 마지막 메시지도 외면하다

정철우 2011. 8. 17.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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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 때 아닌 재계약 논란에 휘말렸던 김성근 SK 감독이 결국 자진사퇴를 선택했다.

김성근 감독은 17일 문학 삼성전을 앞두고 기자 회견을 자청, 사퇴의사를 밝혔다. 오전 중에 구단측에 자신의 뜻을 전했으며 회견에 앞서서는 전화로 의사를 재확인 했다.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김 감독이 SK와 결별할 수 있다는 정황은 이미 오래 전부터 포착돼 있었다. 그러나 왜 이 시점에서 문제가 불거졌는지에 대해선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SK 구단은 시즌 초, 김 감독에게 재계약 의사가 있음을 전했다. 다만 시기를 조율할 뿐이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후 계속 시기를 미뤄오다 결국 시즌 후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뜻을 통보했다.

김 감독은 이후 불편한 심경을 여러차례 밝혀왔다. SK 담당 기자들을 상대로도 재계약 문제가 일찌감치 매조지 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했다. 그 종착점이 사퇴가 될 수 있음도 이야기했다.

구단이 이를 모를 리 없었다. 그러나 SK 구단은 전혀 움직임이 없었다. 파국이 생길 수 있음을 알고 있었지만 사전에 이를 막으려는 어떤 조치도 없었다.

김 감독의 불만을 단순히 구단과 기싸움 차원으로 해석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김 감독이 실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면 다른 대응이 나왔을 것이다.

김 감독의 불만이 기사화 된 뒤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 감독과 최고위층의 면담에서도 기존 입장에 대한 설명과 주장을 되풀이했다. 김 감독 발언 중 문제되는 부분에 대한 반론도 더해졌다.

김 감독이 외부에 자신의 심경을 알린 건 구단을 향한 마지막 메시지로도 해석할 수 있었다. 상대의 기를 꺾으려는 조치라기 보다는 상황의 변화를 모색하려는 그만의 소통 방식으로 보는 것이 옳았다. 하지만 SK구단은 이를 외면했다. 파국을 막을 의지가 있었다면 다른 접근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김성근 감독의 사퇴에는 구단 고위층이 감독에게 지닌 불만이 거의 여과 없이 전달됐던 것도 한 이유가 됐다. 그리고 그 앙금은 무척 오랜 시간 켜켜이 쌓여왔다. 김 감독은 이를 문제삼은 적은 있지만 최악의 상황은 피하려 했었다.

김 감독이 SK와 첫 재계약을 한 것은 지난 2008시즌 뒤였다. 당시 SK는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뒤였다.

하지만 구단 내부 회의에선 감독 재계약에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누가 와도 이 팀은 4강을 갈 수 있다"거나 "후임자로 내정된 인사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등의 의견이 나왔다.

이 정도는 어느 구단에서나 나올 수 있는 얘기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내용들이 감독에게 전달됐다는 점이다.

재계약이 결정된 뒤에는 계약 기간을 2년으로 할지 3년으로 할지가 논란이 됐다. 이 역시 고스란히 감독에게 전해졌다. 이후 3년간 같은 일이 반복됐다.

SK 구단이 안고 있던 두가지 문제점을 엿볼 수 있는 일이다.

우선 김 감독의 계약 문제에 대한 스탠스는 이미 오래전부터 부정적 기류 위에 있었다는 점이다. 여전히 구단은 아무것도 결정된 것 없다는 입장이지만 말이다.

두번째는 구단 경영 능력의 문제다. 내부 문제가 여과 없이 감독과 외부에 전달됐다는 것은 그만큼 경영층의 조직 장악능력이 떨어져 있음을 뜻한다. 그 사실을 알고도 수년간 조직이 사실상 방치됐다는 건 더욱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성근 감독 사퇴는 단순이 최근에 불거진 몇가지 사안들의 문제가 아니다. 그 속엔 좀 더 큰 SK의 감춰져 있던 약점들이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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