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투수는 포수 사인에 고개를 흔들까? [MD에세이]

함태수 2011. 5. 2. 07:0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왜 투수는 포수 사인에 고개를 흔들까? [박용진, 전 LG 투수 - 현 P&P Baseball club 코치]

야구 경기 중 흔히 보는 장면은 바로 투수와 포수의 사인 교환입니다. 그런데 가끔 야구팬들은 투수가 포수의 사인에 고개를 흔드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투수들은 포수의 사인에 고개를 흔들까요?

기본적으로 8개 구단 포수들은 소속팀 투수들의 장점을 다 파악하고 있습니다. 보통 프로 선수라면 5개 정도의 구종을 던질 줄 아는데,(직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은 기본적으로 던지고 스플리터, 포크볼, 투심 패스트볼, 커터 등을 던짐) 자신이 주무기로 삼는 변화구는 크게 한 두가지 입니다. 때문에 포수가 사인을 보낼 때 가장 중요시 하는 부분은 그날 그 투수가 가장 자신있게 뿌리는 구종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수는 가끔 포수의 사인에 고개를 흔듭니다. 포수가 자신의 공을 가장 잘 알고 있지만 투수는 결국 고개를 흔들고 맙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요? 투수와 포수의 사인은 왜 항상 어긋나고 마는 것일까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투수가 '이 공을 던졌을 때 큰 것을 맞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포수가 인지하고 있는 구종과 투수가 자신있어 하는 구종이 다른 것에서 비롯되는데, 항상 투수와 포수의 생각은 다르기 마련입니다. 특히 주자가 있거나 한 점차 급박한 상황이 오면 서로의 생각은 달라질 수밖에 없겠죠.

공을 던지는 것은 전적으로 투수입니다. 또 이 구종을 던졌을 때 타자가 못치겠다고 느끼는 사람도 바로 투수입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투수의 구위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포수입니다. 소위 말하는 공이 살아 있구나, 볼끝이 죽었구나를 판단하는 사람이 포수라는 말입니다.

포수는 이미 수년간의 경험을 통해 타자의 약점을 파악하고 있고 투수의 장점을 알고 있습니다. 또 포수가 특정 구종을 던지라는 사인을 내는 순간, 그 포수는 '이 타자가 못칠 것'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하지만 투수는 두렵습니다. 직구 타이밍에 변화구를 던지다 맞게 되면 팀이 질 수도 있고, 자신의 선배가 지켜낸 승리를 순식간에 날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포수를 믿고 자신있게 공을 뿌릴 수 있는 신뢰감입니다.

여기서 8개 구단 포수들의 특징이 나타납니다. 바로 현 주전 포수들은 대부분 베테랑 이라는 사실이죠. 아무래도 베테랑 포수가 앉아 있다 보면 신인급 선수들은 대부분 포수 사인에 고개를 흔들지 않습니다. 또 나머지 투수들 역시 대체적으로 포수의 의견을 존중합니다. 수년간 그가 수집한 정보와 자료를 믿기 때문이죠. 이는 감독들이 베테랑 포수를 중용하는 이유이기도 한데, 살림꾼인 포수가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인다면 그 팀의 마운드는 안정될 수밖에 없습니다.그래도 굳이 투수와 포수의 사인이 끝내 맞지 않는다면 누구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좋을까요?

과거에는 감독이나 배터리 코치의 사인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지만, 요즘은 투수의 사인을 존중하는 추세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만약 투수가 자신이 원하는 구종을 던지고도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한다면 더이상 핑계거리가 없기 때문이죠.

보통 투수가 포수의 사인대로 공을 던졌다가 큰 것을 허용하면 자신의 탓 보다는 포수에게 책임을 묻곤 합니다. 즉, 내가 던지고 싶은 공을 던졌다면 안 맞을 수도 있었는데…하는 핑계가 생기는 거죠. 물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지만, 투수도 사람인지라 포수의 탓을 하곤 합니다.

때문에 요즘 야구는 투수가 원하는 것을 일단 던지게 하는 것을 장려하는 추세입니다. 행여 그 구종이 난타라도 당한다면 투수가 자신의 잘못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고, 혹은 그 구종으로 삼진이라도 잡게 되면 투수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가장 중요한 점은 투수와 포수의 잦은 의견 교환으로 서로 간의 신뢰감을 쌓는 일이겠죠.

서울 성동초, 신일중, 신일고등학교를 졸업한 박용진 코치는 2001년 LG 트윈스에 2차 1지명으로 입단했다. 이어 2005년까지 LG 트윈스에서 선수생활을 하다 군 제대 후 2009년부터 2010년까지 한화 이글스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현재는 구리시 교문동 삼육중고등학교 내에 위치한 P&P Baseball club의 코치를 맡고 있다. 앞으로 마이데일리에 선수들의 스카우트 과정, 결혼 과정 등 프로 야구의 재밌는 뒷얘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박경완-김광현. 사진 = 마이데일리 DB]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press@mydaily.co.kr- NO.1 뉴미디어 실시간 뉴스 마이데일리( www.mydaily.co.kr) 저작권자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